북리뷰/비문학반

[문명문화사] 노마드(앤서니 새틴/까치출판사)

나에대한열정 2024. 6. 2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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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서니 새틴 《노마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몇년전에 읽었던 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가 생각났다. 그 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는데, 물론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앤서니 새틴의 <노마드>와 21세기 이후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있는 제시카 브루더의 <노마드랜드>는 결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 There's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이라고 표현한 레오나르드 코헨의 문장(제시카 브루더 <노마드랜드>글 시작전에 나오는 문장)에 따르면 마냥 다르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삶이, 역사가, 그 틈과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공존하며,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자국들이라 한다면,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역사로 기록되는 부분들이 다를테니까 말이다.

앤서니 새틴의 <노마드>에서는 그동안 역사에서 주안점을 두지 않았던 사람들과 방식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역사가 승자의 역사로 채워지는 거라면, 같은 맥락으로 정착민의 번영과 쇠락을 기본으로 역사는 채워진다. 하지만 앤서니 새틴의 시각은 분명 많은 역사에 영향을 준 유목민들, 그러나 간과되어 잘 보이지 않는 유목민의 역사와 마주하고 있다.

그들이 역사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유형으로 지나갔는지, 그리고 그들이 자연과 환경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보여줬는지 보여주면서,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해준다.



p. 120~121
거대한 노마드랜드를 제국이라고 부를 때에 제기되는 하나의 문제는 무엇을 제국의 성립 요소로 볼 것인가이다. 일반적인 가설은 제국이든 유대나 이스라엘과 같은 소규모 신생 왕국이든 수도와 행정 중심지들을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본다. 파틸라푸트라, 장안, 아테네, 로마 모두 21세기에 미국의 한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 "국경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할 것임을 예상하고, 스스로 정한 경계 너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성벽과 군대를 보유했다. 하지만 정주민들이 경계와 성벽을 자신들의 왕국을 지키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도시를 권력과 행정을 집중시키는 데 그 못지않게 불가결한 요소로 본 것과 달리, 유목민들은 ㅡ 그런 요소들이 가동성에 좋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가동성의 결여, 국가 간 이동의 결여는 상인, 순례자, 다른 모든 이주자들과 마찬가지로 유목민들에게도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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