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문학반

[일본미스터리소설] 나카야마 시치리 《마녀는 되살아난다》

나에대한열정 2026. 2. 13. 20:10
반응형


이 소설은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초기작이다.

이야기는 한 마을의 늪지에서 상태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의 발견으로 시작된다. 지갑에서 확인된 사실은 30세의 기류 다카시, 일본에 지사를 둔 독일의 제약회사 스턴버그의 연구원이다. 무슨 연유로, 누구에게, 이렇게 참혹한 변을 당한 것일까.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회사와의 관련성, 가족과의 관계, 여자친구 등 다각도로 접근되지만, 그 사이사이에 여러 일들이 일어나거나 재조명된다. 마을의 동물들이나 아기가 사라지고, '히트'라는 마약과 연결된 잔혹범죄가 일어난다. 도대체 이 사건들은 기류 다카시의 죽음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마녀는 되살아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미스터리의 띠를 두른 공포물이었고, 드라마였다.

히치콕의 <새>를 본 사람이라면 그 공포가 다시 살아났을 것이고, 등장인물 중 한명의 가정사나 기류 다카시의 과거이야기, 그리고 기류 다카시와 여자친구의 이야기는 너무나 가슴아픈 드라마였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초기작이라 제대로 다듬어지 않은 투박함과 거친맛이 표현되기는 하나, 난 이런 점이 더 좋았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정의에 대한 시각,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재앙, 그리고 그 앞에 놓여지는 인간들의 감정선. 사실은 모든 것이 우리자신에게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

《마녀는 되살아난다》에서 다 풀어내지 못한 '히트'에 대한 얘기가 조만간 《히트업》으로 나온다니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첫 문장: 그 광경을 눈에 담은 순간, 마키하타 게이스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수사 현장에서 12년을 몸담으면서, 부패하거나 열차에 치여 절단되거나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을 수도 없이 봤지만 이렇게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은 처음이었다.

p. 57
표정이란 문자 그대로 겉모습에 불과하다. 사람이 품고 있는 증오는 언제나 내면에 들러붙어 있다가 범죄라는 무대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법이다.

p. 151
경찰관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 조직이 공유하는 최소한의 약속이죠. 하지만 그와 별개로 경찰관
개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정의를 가슴에 품고 삽니다.

p. 164
Do the right thing. 올바른 일을 하라. 결국 요즘 세상에서 정의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한 구호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정의란, 신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p. 179
사람은 선택을 강요당할 때 대부분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쪽을 선택한다. 특히 집단이 얽힌 사건이라면 더더욱. 제삼자가 되어 친구들이 저지른 죄를 비판하는 것은 스스로를 깨끗하게 만드는 행위이자 면죄부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입을 열기 쉬웠다.

p. 318
타인을 이해하지 않고 의심으로 맞선다. 불신과 무관용. 그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빚어지는 비극의 근원일지 모른다.


p. 370
너라면 분명 구했을지도 모르는데, 오직 너만이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너는 그저 겁에 질려 멀리서 구경만 했잖아.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고.
지울 수 없는 책임의 무게 때문에.
잃어버린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다시 시작할 수도 없어.
하지만 분명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는 있어. 그리고 그날 잃어버린 네 정의도 되찾을 수 있지.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지금 다시 일어나.
아니,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라고.


p. 382~383
이건 현대에 되살아나 마녀의 이야기예요. 인간을 믿지 못했던 기류 다카시라는 마녀의 후예가 그 원한 때문에 인간 세상에 재앙을 불러올 저주를 걸었죠.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저주를 풀려고 했지만 그것은 이미 주인의 손을 떠나 자신의 의지를 갖게 됐어요ㆍㆍㆍㆍㆍㆍ. 인간이 증오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마녀는 언제라도 몇 번이고 되살아날 겁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표지를 보면, 이보다 더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번 띠지를 간직하는 것이 불편해서 모으지 못했는데, 이렇게 오려서 책 안에 풀테이프로 붙이니 나름 괜찮다. 그리고 책등에 있는 출판사 로고도 우표모양펀치로 펀칭해서 붙이니 좋다.

반응형
B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