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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아콰마린 (백가흠/은행나무 출판사)

나에대한열정 2024. 7. 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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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가흠 《아콰마린》


"당신은 정의의 시계가 종을 칠 때 당신의 무엇을 자를 것인가?" 이런 글귀를 가진 책의 띠지는 생각보다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존의 '책임이나 증명'에 관한 나의 생각은, 어쩌면 막연함과 생각없음의 한 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어떤 행위의 가해자이거나 또는 그에 상응하는 동조를 했거나, 외면했거나 어떤 자세를 취했던지의 여부를 떠나, 현재의 그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왠지 모르게 들이대는 잣대가 달라졌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그것이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부터 연유되었는지를 살펴 볼 틈도 없이, 그냥 현재의 안쓰러움으로 어느정도의 값을 치뤘다고, 책임을 진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의 그런 겉모습은 책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고, 후회와 죄스러움에 대한 증명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보여지는 모습으로는 그 안의 진실을 알 수 없으니.

사회나 인류의 거창한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런 위로를 해가면서 살아갈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준 상처나 피해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나 책임의 행위없이, 자기만의 기준으로 스스로의 불행을 들먹이며 그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과거의 잘못은 현재의 불행과 행복을 떠나서, 부유함과 가난함에 상관없이, 그 만큼의 책임의 짐을 안아야 하는 것이다.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 후회하고 있노라고. 잘못했노라고.


p. 12
필연적인 운명을 우리 스스로 부여하고 그 많은 우연을 필연으로 바꾼 이들이 우리 자신이었다.


p. 173
그 약들은 부작용이 많아요, 오래 먹게 되면 반드시 길항작용이 일어납니다. 신기하죠?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없애려고 약을 먹는데, 그 약들이 점점 증상을 심하게 만든다는 게 말이에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진실도 그와 같잖습니까.


p. 243
오랜 시간 자신의 인생을 조금씩 갈아먹었던 이유가 자신의 과오로 얼룩진 과거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p. 255~256
나약한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실재하지 않는 두려운 존재를 스스로 만들고, 진실을 그곳에 감추잖아요. 그런 왜곡은 일정한 시간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p. 292
박해를 받아온 사람에게 저항과 욕기는 필수적인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p. 308
이미 벌어진 일은 다시 바로 잡을 수 없다고 믿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스스로 자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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