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론에 들어가기전에 결론부터 한마디.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모르더라도, 베토벤음악에 관심이 1도 없을지라도, 이 책은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 어디쯤 제인오스틴의 문학관을 보면서 '따뜻하고 정돈된 소우주'라는 표현이 나온다.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이 책이 나와 결이 맞았을수도 있고, 현재의 나와 호흡이 비슷할수도 있다. 어쨌든, 좋다!!!
이 책은 저자가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2025년, 프랑스와 영국을 걸으며 나눈 대화와 침묵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여행수필이다. 중간중간 머무를 수 있는 사진들이 있고, 마지막에는 백건우 음악연보가 실려있다.
이런 음악들이 있구나 흘려보더라도, 유튜브에서 섬마을공연은 꼭 찾아서 들어보길 권한다. 투박하지만 안으로 감기는 슬픔이 이게 음악이구나, 예술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연주하는지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되었다. 알고 다시 보니 더 좋은건 말할 필요도.
(p.11 프롤로그 중에서)
2027년 3월 26일,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200년이 되는 해를 앞두고 우리는 다시 묻는다. 베토벤은 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뜨겁고,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진실한 음악가인지. 그리고 우리의 백건우는 왜 평생을 베토벤과 함께 걷고 있는지를.
백선배는 왜 그렇게 자주, 또 깊이 베토벤을 연주하냐는 저자의 질문에 그는 답한다. "베토벤은 마치 내 삶의 한 페이지에 이미 오래전에 새겨져 버린 사람 같아요. 나는 그에게서 늘 질문을 받습니다. '백건우, 너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느냐?'하고."(p.24)
✏️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또는 그와 관련된 것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 행함의 깊이를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일하게 듣는 베토벤 피아노 연주가 백건우, 바로 그일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은 듯한 답이었다. 너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느냐...

p.111
"저는 베토벤을 '웅장하게' 연주하려 하지 않아요. 그건 이미 너무 많이 해석된 방식입니다. 오히려 음악이 버티고 있는 상태, 그 상태를 그대로 두고 싶어요."
✏️ 그가 연주하는 베토벤이 다른 이유, 바로 이거였다. 투박함속에 슬픔이, 그 슬픔속에 견고함이, 그런것들이 오롯이 느껴졌던 이유말이다.

p. 112
다만 그 고통이 사람을 파괴하지않도록, 또 다른 언어를 건넨다. 소리와 색,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간은 잠시나마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

✏️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저자가 멋지다. 이건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마음과 너무나 멋드러지게 어울리는 계획이 아닐까 싶었다. 섬마을에서 연주를 했을 때 그가 했던 말. "음악이라는 게...사람 많은 데서 큰 박수 받으라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가장 음악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와요. 고립된 곳, 조용한 곳, 그리고 누군가 기다리는 곳."
우리는 늘 우리의 잣대로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기준으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면 그 행하지 않음 속에 더 절실한 무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p. 146
'이 결과가 나를 끝까지 데려다 줄 수 있을까?'
✏️ 너무 너무 좋은 질문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지금 당장의 결과에 급급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을까 싶었다. 순간순간의, 하루하루의, 눈에 보이는 사소한 성과들이 무엇이 그리 중요하다고. 어쩌면 그것들이 쌓여서 인생이 된다고 추상적인 관념으로 나를 위로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 그로 인해 더 많은 것들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당장 결과 없어도 괜찮다. 끝까지 자기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해주어야겠다.


p. 211
예술은 자유가 있을 때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자유를 빼앗긴 예술은 선전의 도구일 뿐 음악이 되지 않습니다.
✏️ 이 문장을 보고 궁금했다. 쇼스타코비치를, 그리고 그의 음악을 백건우는 어찌 보고 있을까.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동안 좀 달리 생각했다. 물론 내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유라는게 외부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인가 싶다. 음악안에 내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 안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
✏️ 패딩턴 역, 제인오스틴 센터, 홀번 뮤지엄, 웨일스 민속마을, 키디프성, 카디프 외곽의 오래된 성당, 바쓰의 골목, 고야의 카피그림이 있던 작은 카페마저도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한 번 가보고 싶다. 베토벤을 들으며.
✏️ 피아노 소리가 흔들리는 바람사이에 있어도, '고요 속의 위로'가 너무나 어울리는 피아니스트, 그 이름은 백건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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