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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괴테 <선택적 친화력>

나에대한열정 2023. 7. 2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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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  <선택적 친화력>

 

 

첫 문장: 에두아르트, 한창 좋은 나이 때의 한 부유한 남작을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괴테는 이렇게 무심히 던져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유행했던 화학에서, 친화력이라는 개념을 빌려와 인간은 어떤지 두고 보자는 식이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와 선택의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층에 깔린 보이지 않는 어쩔 수 없는 힘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소설에서 상황을 이끌어 가는 주요인물은 네 명이다. 물론 나름의 비중을 가진 인물들이 있기는 하나, 여기서는 미뤄두기로 하자.

 

과거에 사랑했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가 다시 혼자가 된 두 남녀의 결합,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그리고 에두아르트의 친구인 대위.

샤를로테의 친구의 딸인 오틸리에.

 

이 네 명 사이에 묘한 기류가 생기고, 도덕적으로는 일어나면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괴테는 에커만과의 대화에서 노벨레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의미한다고 말하면서, 그런 본래적인 의미로는 <선택적 친화력>에도 나타나 있다고 했는데, 소설 속에 아주 적절한 상황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하룻밤을 지낸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 관한 것이다. 부부의 모습이 아닌, 대위와 오틸리에를 닮은 아이.

 

상황마다 이게 뭔가 싶지만 괴테의 표현대로 한번 읽어서는 찾아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괴테가 더 좋아졌다. 정말 열정과 엉뚱함이 똘똘 뭉친 사람같다는 느낌.

 

올해 읽은 고전중에 제일 재미있는 책이다.

 

 

 

 

 

 괴테 <선택적 친화력> 문장 수집

 

 

p. 53
인간이란 존재는 진정 나르시시트요. 도처에서 기꺼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며, 자신을 포장종이처럼 온 세상의 바닥에 깔아 놓으니까.

 

 

p. 56~57
자연 속의 어떤 것들이 서로 만나는 순간 금방 서로를 붙잡거나 서로를 규정하는 경우, 우리는 그것들을 친화적이라고 부르지요. 서로 간에 대립됨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서로 대립되기 때문에 가장 확실하게 서로를 찾고, 서로를 붙들고, 서로를 수정하며 함께 하나의 새로운 물체를 형성하는 알칼리와 산의 경우에 그러한 친화력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진정 의미 있는 우정이 생겨날 수 있을 테죠. 왜냐하면 서로 대립되는 특성들이 더욱 내밀한 결합을 가능하게 해 주니까요.

 

 

p. 79
무언가를 얻는 대신에 무엇을 희생할 것인가를 제대로 헤아린다는 건 참으로 어렵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거부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고, 목적은 놓쳐 버린 채 수단에 기뻐하지. 온갖 불유쾌한 일이 겉으로 드러나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치유하려고들 해. 그렇게 된 근원이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알아보지도 않고서 말이야. 그래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는 아주 현명하지만 내일 그다음의 미래는 거의 내다보는 일이 없는 자들과는 의논하기가 어려워.

 

 

p. 111~112
생각해 봅시다. 물행이란 도대체 뭔가요? 조급함이란 녀석이 이따금 인간을 덮치면, 그는 불행하다고 느끼곤 하지요. 하지만 그 순간만 넘기면, 오래 지속되어 왔던 관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알고는 행복해하기 마련이오. 서로 갈라서기에 충분한 이유란 없는 거요. 인간이 처한 상황이란 게 원체 그때마다의 고통과 기쁨에 내맡겨진 것이어서 한 쌍의 부부가 서로에게 얼마나 빚을 지도 있는지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오. 그것은 영원토록 짊어져야 하는 무한의 빚이지요. 간혹 그 빚이 불편할 수도 있고, 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 보오. 우리는 또한 양심과도 결혼을 한 게 아닐까요? 우리는 이따금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그게 남편이나 부인보다 더 불편할 수도 있지요.

 

 

p. 171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생각을 갑자기 쏟아 버릴 때 그 말은 무섭기 마련이다.

 

 

p. 197
그렇게 궁지에 몰렸을 때는 마침내 시간을 때우고 삶의 공허를 메우기 위해 오래된 습관이나 이전의 취향이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p. 216
그런 것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은 과연 영원을 위한 것일까? 우리가 아침에 옷을 입는 것은 밤에 그것을 다시 벗기 위함이 아닐까? 우리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비록 백 년 동안에 불과하더라도 우리가 가족 곁에서 쉬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서는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교인들의 발에 밟혀 퇴락한 수많은 묘비들과 그 위로 무너져 내린 교회들을 보면, 죽음 후의 삶이란 게 언제나 제2의 삶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림 속에서, 그리고 비문 속에서 제2의 삶 안으로 들어가 원래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오랫동안 거기에 머무른다. 하지만 제2의 삶인 그림도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인간에게와 마찬가지로 비석에게도 시간은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지 않는다.

 

 

p. 224~225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상하는 것인지 모르며, 또 언제나 무언가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에 인간은 오로지 보는 것을 중지하지 않으려고 꿈을 꾼다. 내면의 빛이 일단 우리에게서 비쳐 나온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다른 빛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p. 226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어느 정도의 불행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 인간은 파멸하거나 도리어 무심해진다. 공포와 희망이 하나가 되어 서로를 상쇄함으로써 둔탁한 무감각의 상태로 빠져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p. 237
우리는 아주 기꺼이 미래를 내다본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확실치 않은 무엇을 말없는 소망속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당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p. 238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우스꽝스럽게 여기는가를 통해서 자신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 우스꽝스러운 것은 해롭지 않은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과 연결되는 도덕적 대비로부터 생겨난다.

 

 

p. 256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을 자신이 내세우는 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우리도 무엇이라도 되는 듯 자신을 내세워야 한다. 우리는 보잘것없는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불편한 사람들을 참고 견딘다.
우리는 사회에 모든 걸 요구할 수 있지만, 그 결과까지 바랄 수는 없다.

 

 

p. 259
바보와 현명한 자들은 둘 다 해롭지 않다. 어중간한 바보와 어중간한 현자들, 다만 그들이 가장 위험하다.

 

 

p. 288
자신이 끌리는 일에, 자신이 기쁨을 느끼는 일에,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믿는 일에 종사하는 것은 각자에게 맡겨진 자유다. 그러나 인류의 본래 연구 대상은 인간일 따름이다.

 

 

p. 304
사랑이 없는 삶, 사랑하는 이가 가까이에 없는 삶은 하나의  '삼류희극'일 뿐이며, 삐걱거리는 서랍에 든 작품일 뿐이다. 사람들은 서랍에서 대본을 하나씩 꺼냈다가 다시 접어넣고는 바삐 다음 서랍으로 넘어간다. 훌륭하고 중요해 보이는 모든 것도 서로 간에 거의 연결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아무데서나 그냥 끝내고 싶을 따름이다.

 

 

p. 306
운명은 우리에게 소망을 가지도록 허용하지만, 소망을 넘어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기 위해 운명은 자기 방식대로 그 소망을 받아들인다.

 

 

p. 340
모든 게 저절로 해결되고, 우연이 우리를 이끌어가고 도와줄 거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벌 받아 마땅한 자기기만이네. 그런 식으로는 우리를 구제할 수도 없고, 전면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도 없어.

 

 

p. 355
운명이 끈질기게 시도하는 일들은 있기 마련이에요. 이성이나 덕망이라든지, 의무나 성스러움 같은 것들이 그 길을 막으려 해도 헛될 뿐이에요. 우리에게는 부당해 보이지만 운명이 옳다고 하는 것들은 일어나기 마련이랍니다. 우리는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만, 운명은 끝내 자신을 관철하고 말아요.

 

 

p. 363
그들은 서로 상처를 입힐까 봐 두려워했는데, 실은 그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예민하고 가장 먼저 상처를 받는 것이었다.

 

 

p. 386
모든 사람에게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우리의 천성이 바로 그렇게 규정하기 때문이다. 성격, 개성, 경향, 방향, 공간, 환경, 습관 등은 다 함께 하나의 전체를 이루며, 모든 인간은 전체 속에서, 어떤 자연 원소나 대기 속에 있기라도 한 양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며 헤엄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인간이란 변하기 마련이라며 그토록 비탄에 빠지곤 하던 이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변하지 않고, 밖으로부터 안으로부터 무수한 자극을 받고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는 놀라는 것이다.

 

 

p. 402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모든 욕구는 믿음을 강요하는 법

 

 

※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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