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문학반

[소설] 씨부라파 <그림의 이면>

나에대한열정 2022. 10. 23. 15:06
반응형

 

씨부라파 <그림의 이면> 

 

 

씨부라파는 꿀랍 싸이쁘라딧의 필명 중 하나이다. 여러 개의 필명으로 활동하는데, 그 중 '씨부라파'라는 필명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고 한다. 태국 소설은 내 기억으로는 이 책이 처음이지 않나 싶다. 

 

책으로 들어가 보자.

일본에 유학중인 22살의 놉펀은, 아버지의 친구인 아티깐버디 공이 부인과 함께 일본에 여행을 오는데 숙소와 관련된 기타 편의사항들에 대한 부탁을 받게 된다. 처음 공항에서 아티깐버디 공의 부인을 본 놉펀은 재혼한 부인(끼라띠)이 너무 젊고 아름다운데다 우아한 것에 놀라게 된다. 마침 그때가 방학이기도 했던 놉펀은 그 부부의 일정에 맞춰 대부분의 생활을 같이 하게 된다. 놉펀과 끼라띠는 둘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놉펀은 끼라띠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씩 묻게 된다. 아티깐버디 공이 태국에서 손꼽히는 부자였고, 좋은 사람이긴 했지만, 나이가 50대인데, 놉펀이 보기에 끼라띠는 자신과 몇 살 차이나지 않는 26~27 정도로 보이는데 왜 그렇게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과 결혼을 했는지, 사랑은 하는지, 행복한지...... 

 

끼라띠는 35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결혼 전 생활과 결혼을 하게 된 이유들, 그리고 현재의 상황들을 놉펀에게 이야기한다. 놉펀이 보기에 끼라띠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급기야 끼라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키스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끼라띠의 반응은 자신처럼 들뜬 반응이 아니라 엄숙하기까지 한 것이다. 

 

그 뒤에 아티깐버디 공과 끼라띠는 방콕으로 돌아가게 되고, 놉펀은 주체하지 못하는 마음을 편지로 써서 보내게 되는데...

 


 

책을 모두 읽고 나서, 책장을 덮었다가 다시 폈다. 그리고 마지막 두 장에 있는 글귀를 다시 소리 내어 읽어봤다.

"자네의 사랑은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죽었지.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의 것은 죽어 가는 몸에서 여전히 자라나고 있어."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 없이 죽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족하다."

순간 가슴 언저리부터 울컥 치밀어 오르던 울먹임이 느껴졌다. 왜 이리 마음이 아프던지.

그러면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떠올랐다. 그녀가 했던 대사와 그녀가 택했던 죽음이 말이다. 

 

끼라띠와 서래는 상황은 달랐다. 하지만, 한 사람은 사랑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고 삶을 놓아버림으로 인해서 병을 악화시키고, 다른 한 사람은 스스로 삶을 등진다. 오버랩되는 두 여자. 그리고 더 힘겹게 겹쳐지는 아픔.

 

영화 <헤어질 결심>이 마음에 조금이라도 맴도는 사람이라면, 씨부라파의 <그림의 이면>은 분명 취저일 것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 중에서.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다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 해준(박해일)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다." -서래(탕웨이)

 

 

소설의 첫 문장
내가 그 그림을 가져와 서재에 걸어 둔 지 3일이 지나고서야 쁘리가 알아차렸다.

  

 

p. 50
자네가 움직일 때 그 움직임은 유익하거나 무익하거나 또는 유해하거나 그 중 하나를 만들어 낼 거야. 생각도 마찬가지야. 만약 우리가 유익한 쪽으로 헤아리지 않으면 무익한 쪽이나 유해한 쪽으로 사고해 버리게 돼. 나는 만약 뇌가 항상 활동해야만 할 때 우리가 생각을 끌어당겨 한 곳에 모아 두는 유익한 미끼를 찾는다면, 삶 또한 가치 있어지고 우리 자신도 어떤 지위를 갖든 간에 자기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거라 믿어. 불안한 생각을 하는 건 좋지 않아. 불안한 생각은 삶에 싫증을 느끼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경향이 있지.

 

 

p. 171
자네의 사랑은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죽었지.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의 것은 죽어 가는 몸에서 여전히 자라나고 있어.

 

 

p. 172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 없이 죽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족하다.

 

 

 

 

※ 이 글은 을유문화사의 책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반응형
B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