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스쳐지나가든 머무르든,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웃긴 건, 그 수많은 사람 중에 나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나는 예외조항에 넣어버리는 걸까. 아닌 걸 뻔히 알면서.
얼마 전 책리뷰들을 구경하다가, '내 인생의 책'(뭐 이런 비슷한 문구였던 거 같다)이라는 글귀에 이끌려 어떤 책인지 궁금해서 들어가 봤다. 그런데, 그 책은 내가 몇 페이지도 채 읽지 않았을 때, 인쇄된 종이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다. 나름 유명세를 타고 있던 거였는데, 그 이름값이 궁금해서 억지로 끝까지 읽었던. 알아야, 적어도 읽기는 읽어야 반박이라도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인내가 필요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그런 책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책이었다. 첫 순간에 드는 생각은, 어디서? 왜? 도대체 왜?? 였다. 사실, 그리고 나서 잊어버렸다. 나도 모르게 무시하는 오만함이 내 어딘가를 관통했겠지.
그런데, 문득 이 책 너무 좋다~라고 나를 신나게 했던 책들이 떠올랐다. 내게는 너무나 대단했던 책들. 나와 책읽는 취향이 비슷하다면 고개를 끄덕여주겠지만, 아니라면 집어던질 수도 있는 책들. 순간, 나도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개방적인 척, 모든 상대주의를 인정하는 척 해놓구선 사실은 나만의 잣대로 다 잘라버렸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좀 바뀌고 있는 줄 알았다.
살다 보니, 타고 태어난 벽돌들 사이에 열심히 흙으로 내가 가진 것들을 더 견고하게 메우고만 있었다. 때로는 외부에서 벽돌들을 가져다 쌓은 줄 알았는데, 그것조차 내 벽돌들을 지켜내기 위한 것들이었다.
인간은 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아주 가변적인듯 하지만, 또한 아니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난 인간이다. 예외조항이 아닌, 아주 평범한 인간.
그리고 이제 바뀌면 왠지 서글프고 억울할 거 같다.
다만, 내가 이런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조금씩 겸손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장담하건데......난 또 금방 잊어버리고 그럴 것이다.
이게 어디가? 왜? 도대체 왜??
내 벽돌은 이렇게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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