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딜레마도 내게서 흐려지면 더이상 딜레마가 아니다.

나에대한열정 2021. 1. 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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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도 내게서 흐려지면 더 이상 딜레마가 아니다.


밴드에 비공개로 나 혼자만의 글을 쓰다가, 누군가 읽게 되는 블로그를 하다 보니 무언가 조금은 의식하는 것이 생겼다. 다름 아닌, '유입경로'이다. 그런데, 그것들을 보다 보면, ~의 줄거리, ~의 결말이라는 것들이 가끔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내 글이 오픈 되어 그들에게 보인 게 미안할 때가 있다. 적어도 검색을 해서 무언가를 찾을 때는, 그 부분이 필요해서 보았을 텐데, 내 글에는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그 무엇도 없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줄여보면 세가지 정도가 된다. 


하나는, 내가 읽고 본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보는 것. 물론 실제로 읽고 본 것들을 모두 옮기지는 못한다. 아직은 읽거나 보는 속도를, 정리해서 기록하는 속도가 못 쫓아가고, 어떻게 글로 써야 할지 몰라 노트에 휘갈긴채로 남아있는 것들도 있다. 하여튼 나를 위한 것 하나.


다른 하나는, 내가 읽고 본 것들을, 내가 느낀 것들을, 내가 아닌 누군가도 좀 느껴봤으면 해서 적는 것이다. 같은 것을 본다고 동일한 감정선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런 기회가 된다면 그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이런 말을 했다. "영화는 세상을 바꾸는 데 그다지 큰 영향력이 없다. 하지만, 극장에 들어간 세 사람 정도의 마음을 바꾸어 놓을 수는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누군가 내 글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그 책이나 그 영화를 한 명이라도 봐준다면 그걸로서 족하다. 이런 면에서 억지로 다른 사람을 위한 것 하나.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내가 끄적거리는 개인 얘기들을 통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지나간 시간속에 잠시 다녀왔으면 하는 것이다. 힘겹게 지나온 시간들도, 시간이 흘러서 보면 그걸로 왜 그랬을까 싶은 것들이 많다. 하물며 행복했거나 웃을 수 있는 일이었다면 더 즐겁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사람들이 내 글에 들어오는 '유입경로'를 볼 때마다 내가 쓰는 글의 방향을 바꿔야 되나 순간순간 고민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딜레마에 빠졌다. 그래서 그때마다 내가 블로그를 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야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리를 하고 나니, 더 이상 그건 딜레마도 고민거리도 아니었다. 


그냥 난 나다. 내 길을 간다. 내 글에 잘못 들어온 분들은 다시 검색하시라. 

아~이제야 속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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