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문학반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나에대한열정 2020. 10. 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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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라는 보모가 아이 두 명을 살해하고, 그 칼로 자기 손목과 목을 그었지만 의식불명상태로 병원에 있다. 그렇게 편안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쩌면 평범한(?) 이야기로 글은 시작된다.


아이가 죽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고...

오늘 어머니가 죽었다. 까뮈의 <이방인>의 첫 문장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이방인의 뫼르소가 느끼는 것처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다. 그냥 상황만 던져놨을 뿐. 모든 것은 읽는 이의 몫이다.


그래서 읽는 이에 따라, 가여운 여인의 하찮은 인생이 빚어내는 단만극으로 처리될 수도 있고...


인생의 공포와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선택의 삶이 누구나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그러나 반복할 수 없는 삶이기에, 만약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애절한 질문들의 반복속에서 한참을 서성거리게 될 수도 있다.


분명 인생에는 좀 더 나은 답이 있는듯 하지만, 그건 누구의 입장과 시선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 이해는 할 수 없지만, 비난만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p. 53

미리암은 루이즈와 아이들을 지켜보다가 머리에 스쳐가는 어떤 생각, 잔인하지는 않지만 부끄러운 그런 생각을 엠마에게 절대 털어놓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오로지 서로가 서로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에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우리 자신만의 삶. 우리 자신에게 속한 삶. 다른 이들과 상관없는 삶을 살 수 있을 때. 우리가 자유로울 때에만.




p. 128

중국인 동네 한 모퉁이의 방에서 그녀는 시간 개념을 잃었다. 그녀는 길을 잃었고, 넋을 놓았다. 온 세상이 그녀를 잊었다......그녀는 신이 나오지 않는 영화 세트장 속을 거닐듯,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투명인간처럼 거리를 걸었다. 모든 이들이 어딘가 살 데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소설의 시작전에 이미 작가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한 대목을 써놓았다. 



p. 204

몸속에서 증오가 솟아오른다. 증오는 그녀에게로 와서 노례근성과 어린아이 같은 낙관을 저지른다. 모든 것을 흐려놓는다. 그녀는 슬프고 혼란스러운 꿈속로 빨려 들어간다. 다른 이들의 내밀한 삶. 그녀는 절대 가질 권리가 없는 내밀한 삶을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들었다는 느낌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돈다. 그녀는 한번도 자기방을 가져보지 못했다.




p. 228

물론 그냥 끝내면, 모든 것을 멈추면 된다. 하지만 루이즈는 그들의 집열쇠를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의 삶속에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이제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들이 그녀는 밀어내도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들이 작별인사를 해도 그녀는 문을 두드려대고 안으로 들어올 것이며, 상처받은 연인처럼 위험할 것이다.




p. 279~280

거의 흐릿한, 달의 세계의 루이즈, 무언가를 기다리는 루이즈. 어떤 경계의 끝에서 이제 막 그 경계를 넘으려 하는 루이즈. 그렇게 그녀는 뒤에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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