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 때, 첫 수학 시간. 또각또각... 구두굽소리와 함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와우~예쁘다... 첫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안 난다.
맨뒤에 앉아있던 나는, 다음 수학 시간에 앞에서 두 번째 있는 친구와 자리를 바꿨다. 맨 앞자리는 선생님과 가까웠지만, 계속 쳐다보기에는 목디스크 걸리기에 딱 좋은 자리이므로.
"자리 좀 바꿔주라."
"수학인데?"
"어~수학이니까!!!"
알 수 없다는 친구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수학 시간 내내 난 선생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풀라고 하는 문제는 풀지도 않고 말이다.
급기야 "얘! 넌 문제 안 풀어? 왜 그렇게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거야?"
내 입에서 나온 소리는 한마디. "예뻐서요..."
순간 선생님의 표정이란...
그 해, 2학기에 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친구들과 헤어져서가 아니라 수학선생님을 못 본다는 이유로 눈이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친구들은 모른다.
그 뒤로 선생님에게 미친 듯이 편지를 썼고, 선생님도 그에 못지않게 답장을 주셨다. 어느 때는 선생님으로부터 먼저 편지가 오기도 하고, 그렇게 십여 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얼굴을 본 거는 딱 한번 고등학교 때 어느 팥빙수 가게에서.
팥빙수를 시켜놓고, 먹지 않고 있으니까 왜 안 먹냐고.
"떨려서요..."
난 언제나 단 '한마디로' 선생님을 당혹하게 한 거 같다. 그래도 그게 두 번째라고, 웃으시더라...
선생님. 전 지금 선생님과 마주 앉아서 빙수를 먹어도, 여전히 잘 못 먹을 거 같아요. 떨려서요...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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