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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힘으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와튼스쿨 협상 수업
모리 타헤리포어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p. 36, 38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들로 인해 스스로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 특히 협상을 할 때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낮추고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 의심'의 말들을 되뇌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불안하고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모습으로 비치게 마련이다. 내가 늘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려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남들도 당신의 가치를 깎아내립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 40, 41~42
자기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는 말은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존재를 규정하며, 타인이나 세상과 협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행위이며 협상하는 방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자기 의심에 휩싸여 있으면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가 정해지는 셈이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에 확신이 있으면 그 가치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 앞에서 더 당당해질 수 있다.
p. 44~46
자신의 가치를 확신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그들이 더 높은 목표치의 타당성을 뒷받침할 정보가 이미 충분한데도 그것보단 자신에게 불리한 한두 가지 정보에 더 많은 신경을 쓰면서 얽매인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에 확신과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들은 먼저 자신이 가진 가치와 자원의 강점을 파악한 후 상대방을 설득할 논리를 준비한다. 물론 그들도 상대방이 반론을 제기하는 상황을 고려한다. 하지만 반론 제기를 '먼저'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생각의 순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들의 출발점은 두려움과 나약함이 아니라 자신감과 협상 우위다.
세상의 고정관념이나 타인의 인식을 토대로 자신의 가치에 의심을 품고 과소평가하는 것은 더 나은 협상에도, 실제 생활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협상 테이블에서 내놓는 첫 제안에는 당신에게 있는 최고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의 타당성을 객관적 자료와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출발해야 상대방과 소통하기도, 당신의 의견을 밀고 나가기도 더 쉬워진다.
p. 51~52, 53
나는 꼭 금전적 형태는 아니더라도 가치의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그래야 잠재의식에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타인에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전에는 자신이 감수해야 하는 손해가 있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좋을지, 그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신중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것은 기회주의적인 행동이 아니라 전략적인 행동이다. 반드시 금전적 이익과 관련이 없더라도 시간과 노력이 투여된다면 '거래'라고 봐야 한다. 당신의 가치가 충분히 존중받고 있는지(그 형태가 금전적 보상이든, 관계든, 또는 배움의 기회든) 항상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제대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도 계속 시간과 노력을 내주면, 자신의 가치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고, 모종의 습관과 패턴이 생겨 부정적인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또는 억울한 마음이나 분노가 차오를 수도 있으며 이 역시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p. 58~59
자신이 협상을 도덕적 프레임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깊숙한 내면의 독백에 귀를 기울이며 자기 인식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삶의 매 순간에 협상 테이블을 마주한다. 그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이 어떠했는지 되돌아보자. 왜 당신은 협상 테이블에서 스스로를 '나쁜 사람'을 인식했을까? 혹은 왜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느꼈을까? 협상 스타일은 개인적인 것이므로 그 대답과 평가 역시 다분히 개인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우선 당신 자신의 방식을 깨닫는 것이 협상의 출발점이다.
p. 62~63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깨달음과 영감을 얻는다. 그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면 나라고 해내지 못하란 법이 없지 않은가?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말이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고, 나도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라고 스스로 말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그리고 그런 말을 자신에게 수시로 하면 자신감이라는 근육이 점점 자라 나중에는 자신감이 저절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운동광인 나는 이 비유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떤 운동 요법에서는 자신이 단련하고 있는 근육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온다. 어느 시점부터는 운동을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그 근육이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긍정의 힘에 대한 지혜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체로키 인디언들 사이에 전해오는 이야기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대화를 나눈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내면에서 늑대 두 마리가 맹렬히 싸우고 있다고 말한다. 한 마리는 나쁜 늑대로 시기, 자만, 탐욕을 상징하고 다른 한 마리는 착한 늑대로 기쁨, 너그러움, 공감 등을 상징한다. 할아버지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서 두 늑대가 싸운다고 말한다. 손자가 "그럼 어느 늑대가 이기나요?"라고 묻자 할아버지가 대답한다."네가 먹이를 주는 녀석이 이기지."
자신의 에너지를 어느 쪽에 쏟을지 선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늑대에게 먹이를 주느냐는 자존감에,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협상하는 능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p. 80
시간관리 코치 엘리자베스 그레이스 손더스는 조직 내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계선 문제의 상당 부분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한 데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p. 93~95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침묵은 지혜를 살찌우는 잠"이라고 했다. 착한사람증후군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새길 만한 말이다. 그들은 기다림이 필요한 상황도 가만히 견디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침묵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일의 중요함을 아는 것과 '실제로' 판단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자신이 내놓은 제안이 충분히 타당한 근거로 뒷받침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하다. 괜히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침묵을 깨고 뭔가 더 양보하려 들지 않고 말이다.
당신은 스스로 이메일, 대면 회의, 통화 중 어떤 상황에서의 침묵을 견디기 힘들어하는지 이해하고 해당 상황에서 내면의 불안감이 출렁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p. 102
힘든 경험과 고통 없이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으면, 내게 약점으로 작용한다. 상처가 당신의 존재와 가치를 규정하도록 끌려다니지 마라.
p. 105~106
넬슨 만델라는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에서 나온 선택을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힘든 경험이나 정신적 외상 하나 없이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그 상처가 때로는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규정하곤 한다.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난 후에는 자신이 관계를 맺는 데에 서툰 사람이라서 더 이상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한다. 직장을 잃으면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탁이라고 여기고 어디든 다시 직장을 얻게 되면 그냥저냥 만족하며 살자고 마음먹는다. 또는 어릴 적부터 형성된 특정한 가치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 가치관이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누구에게나 힘들었던 경험과 상처는 있다. 그것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으면 그것은 우리가 현명하게 판단하고 효과적으로 협상하지 못하게 막는 방해물이 될 수 있다.
p. 118
많은 이들이 협상을 자기 혼자 씨름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로 생각한다. 당신은 재무 관련 숫자를 빠삭하게 이해하는 회계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 복잡한 계약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다. 그런 전문가를 찾아서 도움을 받으면 된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도움을 청하는 일이 더 편해졌다. 내 목표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 열려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내 지혜가 더 깊어져 있도록 말이다.
p. 120~121
가령 협상 초반에 속도를 늦춰 여우 있게 진행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더 알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경쟁 성향을 누그러트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상대방의 말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잠시 기다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협상 중의 어떤 대화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자'라고 다짐하는 메모를 적어보는 것도 괜찮다. 물론 스스로 바람직하지 못한 성향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감정적으로 지치는 일이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만 한다면 당신에게 크나큰 힘을 가져다줄 것이다.
p. 127
정말 위험한 일은 자신에게 상처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다.
p. 128
당신은 어떻게 말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는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성급히 진행하려는 조바심과 그 '방식'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소홀함에서 발생한다. '무엇을'제안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제안할 것인가를 생각하라.
p. 130
에이브러햄 링컨은 말했다. "나는 타인과 대화할 준비를 할 때,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할지 생각하는 데 주어진 시간의 3분의 2를 쓰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는데 나머지 3분의 1을 쓴다."
우리는 대화를 '협상'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순간 중요한 소프트 스킬을, 즉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나쁜 행동습관을 고치려고 할 때든, 복잡한 사업 계약을 진행할 때든, 누가 쓰레기를 내다 놓을지 결정할 때든, 당신이 협상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즉, '무엇을'제안할 것인가와 '어떻게'제안할 것인가이다. 대부분 사람이 제안하거나 요구할 내용을 생각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자신의 요청이 타당한지, 너무 지나치거나 적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그런데 그 제안을 내놓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 '만일 내가 이런 식으로 제안하면 상대측에서 어떻게 받아들일까? 만일 다른 방식으로 제안한다면 어떨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p. 136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시간을 쓰면 전체 과정이 더 길어진다. 대신 상대방은 결정을 내리거나 둘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정보를 더 많이 갖게 된다. 양측의 대화는 단순한 거래 이상의 무언가가 된다.
p. 148
우리는 자신감을 갖되 타당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신감이 지나치면 자기 능력만 믿고 준비를 소홀히 하기 쉽다. 당신의 협상 상대는 자신이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못할까 걱정하며 모든 측면을 꼼꼼하고 철저하게 체크할지 모르며, 그 결과 자신만만하던 당신보다 훨씬 더 치밀하게 준비를 마칠지도 모른다. 당신이 아무리 유능해도 이런 경우 협상은 상대방에게 유리한 결과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p. 154
상대를 설득하기에 앞서 당신은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상대가 '왜'그렇게 말하고 있는지 찬찬히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상대를 알고 싶어 하는 태도가 없다면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다.
p. 156~157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에는 '성찰'이 포함된다.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해야 한다. 내가 '진정으로'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내면의 '욕구'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스스로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섣불리 가정해선 안된다. 어떤 협상에서든 상대에게 제시하는 '요구'와 자기가 원하는 '욕구'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에서 당신의 '욕구'는 목적지(즉, 원하는 결과)에 해당하고, 당신의 '요구'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욕구는 당신이 애초에 협상을 하는 이유이자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동기다. 그 욕구는 내면에 있는 모종의 필요, 소망, 두려움 등이 만들어내며, 협상 상대방의 욕구와 항상 상호 배타적인 것만은 아니다. 당신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러 다양한 방식으로 요구를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요구가 이해하거나 표현하기 더 쉽기 때문에, 흔히 사람들은 그 요구가 곧 욕구라고 착각한다.
p. 160~161
당신 자신이 원하는 것, 당신 내면의 욕구를 명확히 인식했다면, 이제 협상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상대방에게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어떤 욕구를 가졌는가? 당신은 나름대로 신중하게 이런저런 추측을 해볼 것이다. 그 추측이 맞는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면서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막연한 어림짐작이 아닌 모종의 근거를 토대로 추측해야 한다.
우선 탐정이 됐다는 기분으로 정보를 모아라. 상대방에 대해 최대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할 상대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가져야 하는 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만큼 알 것인가는 우리 스스로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p. 171
톨스토이는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에서 이렇게 썼다. "아무리 어려운 주제라도 그것에 대해 선입관이 없다면 머리 나쁜 사람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지만, 아무리 쉬운 주제라도 이미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똑똑한 사람에게는 이해시킬 수 없다."
p. 175, 181
가족끼리는 정보 교환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특히 간과하기 쉽다. 가족이니까 다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며, 사실 그렇게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에 대해 더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너무 쉽게 가정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가정하는 순간 상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자신이 추측한 것이 맞는지 확인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p. 183
19세기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말했다. "두 사람이 만나면 거기에는 항상 여섯 사람이 존재한다. 두 사람 각각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 상대방이 바라보는 자신, 진짜 자기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p. 185~186
상대방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파악했다면 이제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상대방을 파악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는 안된다. 진정으로 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것, 즉 '공감'이 필요하다. 자기가 맡은 배역에 몰입해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처럼 당신도 상대방의 입장이 됐다고 가정하라. 그래야 그 사람의 생각과 욕구를 이해할 수 있고, 설령 그의 생각이 당신과 다르더라도 존중할 수 있다.
공감 능력은 훌륭한 협상가에게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갖춰야 하는 자질'이다. 공감은 상대방을 대화 상대로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전략적인 방법이다.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타협안에 도달하겠는가? 상대방에게 정말로 중요한 부분인 동시에 당신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찾을 수 있겠는가? 공감은 갈등을 완화하고 긴장을 풀어주며 자칫 과열될 수 있는 '대화의 온도'를 낮춰준다.
p. 196
협상에서 너무 많은 공감을 보이는 것은 강점이 아니라 약점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효과적으로 협상하려면 감정이 없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너무 많은 걸 양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파악한다. 결국 공감 능력은 정보 수집을 위한 최고의 무기다.
협상가의 공감 능력이 문제가 되는 건 상대방에게 감정을 지나치게 이입한 나머지 그 사람의 문제를 마치 자기 문제인 양 착각할 때뿐이다.
p. 202~203, 204
공감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은 때로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그가 무엇을 내놓을 수 있고 무엇을 내놓기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당신이 뭔가를 양보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당신에게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대신 더 중요한 것을 얻으면 된다. 지혜롭게 양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욕구와 상대방의 욕구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부분을 양보하겠다고 제안하는 것이 의미 있고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스포츠 에이전트 밥 울프는 <잉크>와의 인터뷰에서 "협상할 때 원하는 걸 다 얻으려고 하지 않고 양보할 건 양보합니다"라고 말했다.
p. 210
'현존', 즉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 매일의 삶에서 만족을 경험하고,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협상에서 성공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임을 굳게 믿는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법을 알지 못하면 열린 마음을 가질 수도, 상대에게 공감할 수도 없다. 이 세 가지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지금 여기에 존재해야만 상대의 감정과 반응,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지금 여기에 존재해야만 필터를 통해 거르지 않고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협상에서는 '모든 것'을 읽어내는 기술이 핵심이며, 바로 '현존'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p. 215
상대방의 말을 경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마음속으로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마음챙김 경청, mindful listening', 즉 생각과 판단을 중지하고 오직 지금 존재하는 자신과 상대에게 마음을 집중시키며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p. 223~224, 226
"투명성 착각 illusion of transparency", 이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마치 투명한 유리창으로 보는 것처럼 잘 알 것이라고 착각하는 현상이다. 실재하는 당신과 타인의 시선 속에 있는 당신은 서로 다른 존재다. 자기 생각과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이 남달리 뛰어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그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열정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당신을 움직이는 동기와 목표를 연설이나 협상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준다면 대단히 큰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열정은 전염성이 강한 만큼 오해받을 소지도 크다. 열정이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될 경우 강압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비합리적인 무언가로 비칠 수도 있다.
p. 228~229
듣는 사람은 파트너가 하는 이야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파트너의 말에 뭐라고 반응할지 잠시 후 자기 차례가 됐을 때 무슨 말을 할지 등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듣는 사람은 애매한 부분을 다시 묻거나 후속 질문을 해도 되지만 상대방을 판단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심지어 긍정하거나 맞장구치는 말도 안 된다. 마음챙김 경청은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경청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 경청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당신이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자신이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하고 있으면 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대부분 사람은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려는 마음으로 듣는다"라고 말했다.
p. 231
상대방 말을 경청하기 어려운 이유 즁 하나는 불안과 적정이 가득한 상태로 협상 테이블에 나가기 때문이다. 두려움에 휩싸이면, 즉 '투쟁 도피 반응(긴박한 위험 상태에서 교감신경계가 작동하여 나타나는 반응으로, 빠른 방어 행동 또는 문제 해결 반응을 보이기 위한 흥분된 생리적 상태)'에 관여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타인의 말을 경청하거나 집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약간의 걱정과 긴장은 의욕적으로 협상을 준비하고 협상 도중에 기민한 감각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두려움과 불안이 지나치면 명확한 사고를 할 수 없다. 당신은 협상을 위한 최적 상태가 되도록 내면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이런 말을 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이 있어서 우리는 자극을 받은 후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에 자신의 성장과 자유가 달려 있다."
p. 235~236
협상을 하다 보면 대화를 이어가는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당신이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다스릴 줄 안다고 해서 항상 그 능력을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대화를 중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
p. 243~244
우리는 항상 깔대기 모양 보호대를 차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다. '불가능'이라는 말부터 먼저 떠올리는 '고정된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자신과 상대의 이해관계가 중첩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지점 대신 자기 몫의 파이 조각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을 적군이라고 생각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나간다. 온화하고 정직하고 열린 마을을 버리고 살벌한 경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마음을 다진다.
어떤 상황에서든 합의를 넘어 그 이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생각의 폭을 확장해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기억해라. '파이가 충분하지 않다'라는 희소성의 관점이 아니라 '파이가 충분히 크다'라는 풍족함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내 몫의 파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p. 251, 253
서로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협상의 목적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일깨우는 것'이다. 서로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협상에서는 승패가 아니라 해결책이라는 렌즈로 문제를 바라본다. 양측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것을 채울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무언가를 얻는 것, 그럼으로써 미래의 기회들까지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모두 문제 상황에서는 닫힌 마음이 되기 쉽다. 창의적으로 협력해 문제를 풀려고 하기보다 '불가능하다'거나 '안 된다'고 말하기가 더 쉽다. 상대방이 이런 관점을 갖고 있을 때, 문제 해결의 관점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여러 번의 시도가 필요하다.
p. 266, 270, 271~272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로 정보를 숨기려 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것만 목표로 삼으면, 나와 상대방의 이해관계가 만나는 접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만일 상대방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상대방이 요구할 때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우선 당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라.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정보를 지키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가와 관련해선, 적어도 협상을 시작할 땐 당신이 편하게 느껴지는 수준보다 더 많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음엔 정보를 혼자만 장악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기가 어렵겠지만, 정보 공유를 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상대방에게 밝힐 정보와 밝히지 않을 정보도 더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p. 280
당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모르겠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취약점은 무엇인가? 남들과 '다르다'는데 당신의 강점이 있다. 그 다름이 당신을 협상에서 우위로 이끈다.
p. 309~310, 312
노련한 협상가라면 누구나 잘 알겠지만, 협상이 결렬돼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확실한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실제 상황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당신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당신의 힘이 약하다고 느낀다면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생각으로 강한 척할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거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협상에 나가지 마라. 그 한 번의 협상이 당신의 존재나 가치를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충동과 싸우려면 당신이 지닌 강점을 깨달아야 한다.
때로 모든 상황이 당신에게 불리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가 자신에 대한 아주 작은 믿음이라도 찾아내 그것에 의지하기 바란다. 그 믿음이 더 커지기 전까지 서 있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 316
우리는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하고만 소통할 수 없다. 누가 옳은지 그른지 따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서로 단절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해 협상 테이블로 나가야 한다.
p. 326~327
편견은 우리 내면에 생각보다 깊이 박혀 있을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이런저런 종류의 편견이 있으며, 이 사실을 떠올리면 상대의 편견으로 인해 흥분하려는 자신을 진정시키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된다. <다크호스>의 저자 토드 로즈와 오기오가스는 이렇게 썼다, "고정관념은 매우 끈질긴 것이다. 특히 일상의 현실에 밀착된 종류의 것일 때는 더욱 그렇다."
편견은 당신에게만 있는 것도, 나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모두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니 당신 앞의 누군가가 편견에 사로잡힌 어이없는 말을 하더라도 이성을 잃고 흥분하지는 마라. 또는 말콤 엑스의 말을 떠올려보라. "다른 사람이 당신처럼 행동하거나 생각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그를 비난하지 마라. 지금 당신이 아는 것을 몰랐던 시절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았던가."
p. 330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상대방이 '어차피 절대 이해 못 할'것이므로 설명하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태도로는 제자리걸음만 할 뿐 아무런 진전도 발전도 없다. 서로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도 찾을 수 없다. 찾으려는 시도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하고만 공감하면서 확증 편향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오해는 계속해서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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