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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야생의 사고》

악어부족이라는 원시인이 살고 있는 외딴섬에, 비행기사고로 머물게 된 남자. 이곳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아이에게 몇 장만 읽어줄게라고 시작했던 책은 결국 끝까지 읽게 되었다. 비록 2~30분에 걸친 짧은 시간이었지만, 책 한 권을 소리내어 다 읽어보는 것은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다. 중간중간 아이와 웃기도 하고, 다음 장면을 상상도 하면서 말이다.책을 다 읽은 후에 아이가 물었다. 어차피 우리는 현실속에 있고, 여기에서 살아가려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 나와는 결이 맞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런데 왜 굳이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일까? 라고.인정욕구가 인간의 본능이라 한다면 사실 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다만 정해놓은 스스로의 선은 있어야하지 않을까.한참을 내생각을..

북리뷰/문학반 2026.02.22

린지 피치해리스 《얼굴 만들기》

논픽션작가 린지 피치해리스의 《얼굴 만들기》는 1차세계대전 때의 성형수술을 기점으로 하여, 당시 해럴드 길리스를 포함한 의료진이 퀸스병원에서 어떠한 상황들을 해결해나가는지,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얼굴이 망가진 사람들의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병사들의 얼굴성형은 미용을 위한 성형이 아니라 정말 인간답게 살고자, 살아남고 싶었던 사람들의 목숨을 건 사투였다. 얼굴이 손상된 병사들은 다른 부상자들과는 다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전쟁이 끝난뒤 영웅대접은 고사하고, 거부감과 혐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로부터 또다른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것이다.전쟁영화나 다큐를 보면서도 내가 이렇게 둔감했구나 새삼 느끼게하는 책이기도 했다. 작가의 말대로 이렇게 세심하게 표현하지..

홍선기 《최소 불행 사회》

편안하고 안이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보면, 불행은 타인의 얘기일 뿐이다. 오히려 나만 잘살면 되지 않겠냐는 각자도생의 길을 택할지도 모른다.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던 것이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길에 우리를 데려다 놓을지라도."최소 불행 사회"는 2010년 일본 총리가 국정목표로 내세운 표현이다. 국가가 나서서 "더는 행복을 약속할 수 없으니 최악의 불행이라도 막자"라며 체념을 선포한 것이다. (p.11~12)저자는 10년간 71차례 일본을 방문하면서 일본사회와 한국사회를 비교분석하고, 비슷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단순한 궤적으로 보지않는다. 그리고 그 데이터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인지하고 행동해야하는지 보여준다. 9페이지에 달하는 목차만 자세히 읽어나가더라도 얼마나 세심하게 보여주는지 알 수..

[일본미스터리소설] 나카야마 시치리 《마녀는 되살아난다》

이 소설은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초기작이다. 이야기는 한 마을의 늪지에서 상태를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의 발견으로 시작된다. 지갑에서 확인된 사실은 30세의 기류 다카시, 일본에 지사를 둔 독일의 제약회사 스턴버그의 연구원이다. 무슨 연유로, 누구에게, 이렇게 참혹한 변을 당한 것일까.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회사와의 관련성, 가족과의 관계, 여자친구 등 다각도로 접근되지만, 그 사이사이에 여러 일들이 일어나거나 재조명된다. 마을의 동물들이나 아기가 사라지고, '히트'라는 마약과 연결된 잔혹범죄가 일어난다. 도대체 이 사건들은 기류 다카시의 죽음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그리고 마녀는 되살아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개인적..

북리뷰/문학반 2026.02.13

[일본소설] 후루타 덴 <아침과 저녁의 범죄>

후루타 덴 《아침과 저녁의 범죄》 《아침과 저녁의 범죄》는 2018년 《거짓의 봄》으로 제7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부분)을 수상한 후루타 덴의 또 다른 도서 미스터리이자 가노 라이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후루타 덴은 집필 담담 아유카 소와 플롯 담당 하기노 에이가 팀을 이뤄 만든 필명이라고 한다.) 여기서 도서 미스터리란 '도치 서술'의 줄임말로, 범인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범인이 누구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범죄를 어떻게 파헤치고 그 상황을 어떤 과정을 통해 이끌어 내는지가 관건이다. 글을 이끌어가는 표현방식때문인지, 한편으로는 내가 범죄에 함께 가담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동방치와 학대라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어찌 이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겠냐만은 그와 연결되어 있는..

북리뷰/문학반 2024.09.24

[한국소설] 아콰마린 (백가흠/은행나무 출판사)

📚 백가흠 《아콰마린》 "당신은 정의의 시계가 종을 칠 때 당신의 무엇을 자를 것인가?" 이런 글귀를 가진 책의 띠지는 생각보다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기존의 '책임이나 증명'에 관한 나의 생각은, 어쩌면 막연함과 생각없음의 한 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어떤 행위의 가해자이거나 또는 그에 상응하는 동조를 했거나, 외면했거나 어떤 자세를 취했던지의 여부를 떠나, 현재의 그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왠지 모르게 들이대는 잣대가 달라졌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그것이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부터 연유되었는지를 살펴 볼 틈도 없이, 그냥 현재의 안쓰러움으로 어느정도의 값을 치뤘다고, 책임을 진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의 그런 겉모습은 책임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고, 후회와 죄스러움..

북리뷰/문학반 2024.07.22

[한국소설] 새벽의 그림자(최유안/은행나무 출판사)

📚 최유안 《새벽의 그림자》 전직 경찰이었던 해주는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논문을 쓰던 중 자료조사를 위해서 독일에 머물게 된다. 한스 뵐러 박사로부터 '베르크'라는 작은 마을에 대하여, 그곳에서 집단을 이루고 사는 한국인들과 몇 달 전에 있었던 사망 사건에 대하여 듣게 된다. 28세의 북한에서 온 대학생. 단순 자살이 아닐거라 생각하는 해주는 진실을 알기 위해 움직이는데... 고등학교 시절, 독일의 통일과 관련된 방송들을 보면서 '이제 우리만 남았다'라는 말들을 참으로 많이 하였다. 우리도 바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3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아직 그때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때처럼 통일에 대한 말들도 많이 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일을 두려워하는지..

북리뷰/문학반 2024.07.02

[문명문화사] 노마드(앤서니 새틴/까치출판사)

📚 앤서니 새틴 《노마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몇년전에 읽었던 제시카 브루더의 가 생각났다. 그 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는데, 물론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앤서니 새틴의 와 21세기 이후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있는 제시카 브루더의 는 결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 There's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이라고 표현한 레오나르드 코헨의 문장(제시카 브루더 글 시작전에 나오는 문장)에 따르면 마냥 다르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삶이, 역사가, 그 틈과 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공존하며,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자국들이라 한다면, 우리가 초점을 맞추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역사로 기록되는 부분들이 다를테..

[일본소설/미스터리] 희망이 죽은 밤에(아마네 료/모로 출판사)

📚 아마네 료 《희망이 죽은 밤에》 여중생인 '네가'는 같은 반 친구였던 '노조미'를 살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다. 자신이 죽였다고 말하면서 왜 죽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형사들은 동기를 찾기 위해 '네가'와 '노조미'에 관련된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미스터리 소설이니, 내용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소소한 반전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 반전들이 참, 짠했다. '네가'는 希(바랄 희)라는 한자에서 붙인 이름이고, '희'는 '노조미'라고도 읽는다. 내 이름에 希가 있어서 였는지, 처음부터 난 네가에게 말을 걸듯 읽어나갔다. 왜 그랬니, 진실이 뭐니 이러면서 말이다. 네가의 주위에 제대로 된 어른좀 넣어주면 안되겠니...... 희망이 죽은 밤에. 과연 한사람에게만 그 무게를..

북리뷰/문학반 2024.06.25

[논ㆍ서술형 대비 주제토론 수업시리즈]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태지원/글담출판사)

📚 태지원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이 책은 논ㆍ서술형 대비 주제토론 수업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에 대해, 다섯가지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1. 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2. 기본소득은 빈부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3. 디지털세 도입은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 줄까? 4. 취약계층 빚 탕감, 공평한 제도일까? 5.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지속해야 할까?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에 대하여 이것 좀 생각해보자고 질문만 던진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각의 가지치기'를 해준다는 것이다. 구성을 보면, 일단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문제의 배경에 관한 설명을 하고, '주제관련 핵심용어 정리'라는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필요한 개념설명을 한다. 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