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부터 9살 아들 녀석이 모든 종이에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레고나 로봇키트를 가지고도 사슴벌레를 만들고. 그리고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한다. 우리 반에 XX는 엄마가 뭐라고 안 해서 사슴벌레도 키우고, 거미도 키운다던데...... 사실 난, 나보다 작고 나보다 다리가 많으면 모두 무섭다. -.- 특히, 나랑 눈싸움이 안 되는 것들은 더욱더. 눈이 어디 있는지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는 것들은 더욱더 말이다. 그런데 사슴벌레라니...
그러던 내가 사슴벌레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키워봐도 되지 않을까. 나의 성향으로 인하여 아이가 느껴볼 수 있는 것들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보다보니,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슴벌레는 눈에 익숙해져 징그러워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와 함께 근처에 있는 곤충마트라는 곳에 갔다. 오전에 분명 왕사슴벌레가 있냐고 확인을 하고 갔는데, 도착해서 물어보니 왕사슴벌레가 없다고! 오전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온 거라고 했더니 사장님을 불러주겠다며 기다리란다. 내가 문자를 했던 사람은 가게 사장님이었고, 연락했던 사람이라고 하니 왕사슴벌레를 보여줬다. 그런데 내가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간 가격이랑 두배가 넘게 차이가 났다. 인터넷에서 파는 가격을 이야기하니, 그건 사이즈가 작은 성충이라고. 대신 사육장 세트랑 먹이 일부를 서비스로 주겠다고.
실제로 처음 사슴벌레를 봤다. 그렇게 키워보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들은 내 뒤로 숨기만 한다. 키울 수 있는 거 맞지? 나의 질문에 아들은 고개는 끄덕이지만 몸은 뒤에 있다. 결국 사슴벌레는 내 손바닥 위에 얹어졌다. 유튜브에서 건강한 사슴벌레인지 확인해보려면 손바닥에 얹어놓고 등을 쓰다듬어봐야 한다고, 그리고 앞발을 들고일어나면서 몸을 세우는지 봐야 한다고 나름 공부를 한 나는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쓰다듬어봤다. 어라 이 녀석 일어난다. ㅎ 그리고 앞으로 기어간다. 아구, 깜짝이야. -.- 그런데 이 기분을 뭐라 할까. 너무 이쁜 것이다.
그렇게 우리집에는 왕사슴벌레 커플이 같이 살게 되었다. 그들의 모습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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