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사 암컷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짝꿍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수컷이 성충으로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금 암컷이랑 같이 놔두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직 등부분이 완전히 딱딱해지지 않아서, 암컷 턱에 물리면 찍힌다는 것. -.- 그리고 성숙하지 않은 수컷은 페어링도 하기 전에 암컷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은 따로 사육을 시작했다.
이 암컷은 몇 주를 두고 보니, 여러 가지 성향이 보인다. 이것이 이 개체가 그런것인지, 이 종류가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① 낮은 곳을 그다지 안 좋아한다. 젤리도 먹이구 높이가 높은 곳만 올라가서 먹고, 낮은 곳에 있는 먹이구는 그냥 지나치기만 한다. 처음에는 젤리가 맛이 달라서 그런가 하고 젤리를 바꿔놓아도, 역시나 높은 곳에 있는 젤리에만 관심을 갖는다. ② 탈출을 시도한다. 역시나 인간적인 관점이다. 얼마나 끊임없이 위로 오르려고 하는지, 수없이 떨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반복이다. 처음에는 저렇게 노는 것인가 싶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사육통에 가둬놓은 거 같은 느낌이 들어 풀어줘야 되나 고민하게 만든다. 물론 생각뿐이다. 먹이통을 밑에서부터 들어 올리는 듯한 행동을 계속할 때는 마치 역도 연습을 하는 착각도 들게 한다. 너무 귀엽다. ③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사슴벌레는 야행성이라 밤에만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암컷은 불빛이 있든 없든 나와서 돌아다닌다. 오히려 안 보이면 통을 열어서 살아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게 만드는 녀석이다. ④ 좋아하는 젤리가 있다. 젤리마다 향이 조금씩 다른데, 이 녀석은 딸기향이 나는 젤리만 유독 좋아한다. 코박젤리 상태로 거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었던 적도 있다. 젤리를 먹다가 그대로 잠든 것이다. 그리고 깨서 또 먹다가 잠들고. 어찌나 단순한지 그게 너무 사랑스럽다.
집에 데려온 수컷은 이제 제법 턱을 벌리고 공격태세를 취할 줄 안다. 이쁘다고 손에 얹었더니 다리 힘이 강해져 새끼손가락 피부를 벗겨놨다. 며칠 얼얼했는데, 그 순간은 식은땀이 나더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어여 만나게 해주고 싶다.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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