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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니콜라이 고골 <코>

나에대한열정 2021. 9. 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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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고골 <뻬제르부르그 이야기> 中 "코"

 

니콜라이 고골(1809~1852)

 

 

고골은 1809년 우크라이나의 미르고로드에서 태어났다. 19세기 당시에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병합되어 있던 시기라서, 1990년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는 각국이 서로 자기들 국가의 작가라고 주장하는 일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태생이니 우크라이나 작가라는 것과 대부분의 생활을 러시아 쪽에서 했으며 작품도 러시아어로 썼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 작가라고 말이다. 

 

 

고골은 1831년 첫 소설집으로 <디칸카 근교 야화>를 발표한다. 소설집의 제목에 있는 '디칸카'는 실제 우크라이나 폴타바주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당시 낭만주의 사조가 유행하고,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의 변방 쪽이라고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이야기가 나름 이국적인 정서를 느끼게 해 주었고, 그로 인해 큰 인기를 누리게 된다. 그리고 이 소설집의 성공을 계기로 고골은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다음 1835년에 발표한 <미르고로드>는 그가 태어났던 지방의 이름을 그대로 실었고, <디칸카 근교 야화>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그의 작품 중 <타라스 불바>는 제정 러시아의 자치 군사 공동체인 카자크가 폴란드군에 맞서 싸우는 내용인데, 바로 이 <미그고로드>에 수록되어 있다. <타라스 불바>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토니 커티스와 율 브린너가 주연으로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제목이 <대장 부리바>로 개봉하였다.

 

 

그다음에 고골은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소설집을 발표한다. 당시 제정 러시아의 수도이자, 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불리는 러시아 제2의 도시인 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1세에 의해 세워진 인공적인 도시이다. 1703년 표트르 1세는 근대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부분이 늪으로 이루어져 있던 곳에 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를 만들어낸다. 건설과정에서 수만 명의 희생자가 생겼고, 이 비극적인 역사를 품은 도시는 <뼈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표현을 갖게 됨에도 불구하고, 당시 18세기 궁정작가들은 전제군주의 "업적"을 다루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냈고, 이 도시의 좋은 점만 담은 작품들을 써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오면서 푸시킨, 고골, 도스토옙스키 같은 러시아 작가들이 이 도시의 실제 어두운 면에 주목하면서 작품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소설의 이야기는 이렇다.

이반 야꼬블레비치라는 이발사는 아침으로 구운 빵을 먹다가 빵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다. 바로 사람의 코였다. 그것도 매주 두 번씩 면도를 하러 오는 8 등관 꼬발료프의 코였다. 이발사의 아내는 이반이 면도할 때 코를 얼마나 세게 쥐는지 들었다면서, 어디서 남의 코를 잘라왔냐고 비난을 한다. 당황한 이반은 자신이 전날 술을 마셨는지 생각해보고, 꼬발료프가 면도하러 온 날짜도 생각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빵은 아주 잘 구워졌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코는 아주 멀쩡했던 것이다. 이반은 이 사실이 경찰한테 발각되면 자신이 죄를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코를 버리기 위해서 헝겊에 싸서 들고 집을 나선다. 길바닥에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순찰 중이던 경찰이 곤봉으로 그걸 가리키며 뭐가 떨어졌다고 주워가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주워서 이번에는 이사끼예프 다리로 가서, 물고기를 구경하는 척하며 다리 밑으로 코를 슬쩍 떨어뜨렸다. 그리고 발길을 돌리는데, 다리 끝에 서 있던 경찰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리고 둘 사이에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지만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8 등관 꼬발료프는 아침에 눈을 떠서, 어제 콧등에 생긴 여드름을 확인하려고 거울을 본다. 그런데 코가 있어야 할 장소가 아주 평평했다. 코가 없는 것이다. 직책도 나름 높고, 제법 잘생긴 소령에게 그리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코가 없어졌다는 것은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꼬발료프는 망토로 몸을 감싸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코가 멋진 옷을 차려입고 마차를 타고 가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옷차림으로 보아, 자신보다 등급이 높은 5 등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코를 뒤따라서 성당 안으로 들어간 꼬발료프는 자신의 코에게 말을 건다. 자신보다 등급이 높으니 아주 공손하게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잠시 시선을 돌렸을 때 코는 이미 그 자리를 뜨고 없었다.

꼬발료프는 처음에는 일을 해결해보려고 경찰서장의 집으로 갔으나, 경찰서장을 만나지 못하게 되자, 경찰서 대신 신문사로 찾아간다. 바로 자신의 코를 찾는다는 광고를 내려고 하는 것이다. 광고 접수를 받던 직원은 꼬발료프의 상황을 듣고, 실제로 그의 얼굴 모습도 보게 되지만, 그런 건 광고로 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썼다면서 신문의 명예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사를 나와서 다시 경찰서장을 찾아가지만, 경찰서장이 낮잠 자는 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안 좋은 소리만 잔뜩 듣고 나오게 된다. 

 

저녁 무렵 집에 돌아온 꼬발료프는 코를 찾아왔다는 경찰관의 방문을 받게 된다. 경찰관이 들고 온 코는, 어제 생긴 여드름도 그대로 있는 바로 자신의 코였다. 경찰관이 돌아가고, 거울을 보며 열심히 코를 붙여보지만 코가 붙지를 않는다. 따듯하게 입김도 쏘여 가며 다시 붙였지만 역시나 붙지 않았다. 그는 같은 건물에 사는 의사를 불러서 코를 붙여달라고 해보지만, 의사는 지금 상태가 더 낫다면서 코를 붙이지 말라고 한다. 심지어 코를 알코올 병에 잘 넣어두었다가 좋은 가격에 팔아주겠다는 소리까지 한다. 결국 의사는 그냥 가버린다.

 

어느새 이 이상한 사건은 소문이 부풀려져 사람들 사이에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꼬발료프의 코가 어딘가에 나타났다고 하면 그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느새 4월 7일이 되었고, 잠에게 깨어 무심코 거울을 보니 없어졌던 코가 붙어있었다, 꼬발료프는 몇 사람을 통해, 자신의 코가 잘 붙어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어디서든 웃고 다니는 그를,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첫 문장: 흔히 볼 수 없는 괴상한 사건이 3월 25일 뻬쩨르부르그에서 발생했다.(p. 9)

 

그리고 또 한 문장: 세상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 벌어진다. 한때는 5 등관 행세를 하며 마차를 타고 장안을 돌아다니며 그렇게 떠들썩한 소동을 일으켰던 코가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다시 제자리에, 즉 꼬발료프 소령의 얼굴 한가운데 돌아와 앉은 것이다. 어느새 4월 7일이 되어 있었다. 잠에서 깨어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보니 코가 있지 않은가! 손으로 코를 만져보았다. 틀림없는 코다! (p. 47)

 

 

p. 39
하지만 이 세상에선 무엇이든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기쁨 역시 다음 순간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고 또 그 다음엔 더욱 시들해져서 마침내 예사로운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그것은 마치 작은 돌이 물에 떨어졌을 때 생기는 파문이 결국 다시 평평한 수면으로 되돌아가는 것과도 같다.

 

 

p. 45~46
소문이란 언제나 그렇듯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질 때마다 허무맹랑한 꼬리가 덧붙여지기 마련이다. 이 무렵 사람들은 모두 신기한 것을 좇고 있었다. 

따라서 8등관 꼬발료프의 코가 오후 세시가 되면 네프스끼 거리를 산책한다는 소문은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호기심이 강한 사람들이 날마다 수없이 모여들었다.

어느 고참 대령은 그 광경을 구경하려고 일부러 일찌감치 집에서 나와 군중을 헤치고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

대령은 되돌아 나오며 입맛이 쓰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째서 세상 사람들은 이런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소문을 가지고 법석을 떠는 걸까?"

 

 

19세기 당시, 서유럽은 그레고리력을 사용했는데, 러시아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참고로 율리우스력은 기원전 45년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존의 로마력을 개정한 태양력으로 1년이 365.25일이고, 그레고리력은 1582년 로마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율리우스력의 오차를 보완하여 공포한 태양력으로 1년이 365.2425일이다.) 그로 인해, 128년마다 하루의 편차가 생기는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은 19세기에는 12일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 소설의 시작에 '흔히 볼 수 없는 괴상한 사건이 3월 25일에 발생했다'는 표현은 율리우스력에 따른 표현이고, 이를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면 4월 6일이 된다. 그리고 작품의 끝부분에 가서 코가 다시 붙어 있게 된 그 날짜는 '4월 7일이 되어 있었다'라는 표현으로, 당시 서유럽과 러시아가 쓰던 달력을 이용한 작가의 재치를 볼 수 있다. 즉,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하룻밤의 꿈이었던 것이라고 해석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어 제목으로 HOC (코)인데, 이 단어를 거꾸로 COH라고 쓰면 '꿈'이라는 뜻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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