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사진을 뭔가 더 찍은 듯한데 없다. 어쩌면 찍어야지~하면서 그냥 넘어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내가 블로그 초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사진 찍는 것에 익숙해지겠지만 말이다.
감귤체험은 아이들보다는 내가 환호성을 지르며 적극찬성해서, 일정에 넣어지게 된 것이었다. 한 번쯤 귤을 따 보고 싶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근처에 있는 감귤체험농장을 검색했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농장으로 갔다.
우리가 간 농장은 체험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곳에 가기전에는 재배하는 곳에서 일부분을 체험하는 곳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그런 곳도 있지 않을까), 손이 익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건드려지면 상품가치가 없어지니, 체험 전용이 효율적인 방법은 맞았다.
체험비: 1인당 5,000원(귤은 따면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그 자리에서 먹는 귤은 무한리필 식당과는 생각을 달리 해야 한다. 너무 더워서, 쨍한 햇빛 아래 귤을 맛보는 것은 한두 개가 고작이었다.)
스텐 양동이(2.5kg용량)는 개당 만원이었는데, 이 양동이에 체험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지고 갈 것인지에 따라 양동이의 개수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2.5kg를 담을 수 있는 양동이라고 하는데, 볼 때는 작아보였다. 우리는 양동이를 3개 달라고 해서, 식구 4명에 35,000원을 지불했다. 처음에는 양동이를 2개만 달라고 했는데, 어차피 체험비로 5천 원 내느니, 5천 원 더해서 양동이를 하나 더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오산이었다.)
귤을 어떻게 따야 되는지 시범으로 일단 보여주면, 그 뒤에는 알아서 귤을 따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따다가, 나중에는 덥다면서 얼른따고 나가자의 버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가 딴 귤을 비닐봉지에 다시 담아주는데, 그때서야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한 건지 알게 되었다. 이걸 언제 다 먹겠다는 건지......
결국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비닐봉지 3개는 거의 그대로 있었다. 몇 개 먹지 않은 것이다. 다른 것을 너무 먹었던 이유도 있었고, 귤은 따고나서 바로 먹는 것보다 며칠 지나고 나서 먹는 게 더 맛있는 과일이라 아직은 신맛이 더 강했다.
결론은 과실을 따는 체험을 하는 경우에는 양동이에 욕심내지 말 것. 딱 한 양동이만 해도 충분하다.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남아 있는 귤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다니면서 한 번도 음식 종류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던 터라, 이것을 수하물에 넣어도 될지, 비행기에 그대로 들고 타도 될지 모르겠는 것이다. 제주도를 열 번도 넘게 다녔지만 비행기에 박스 포장이 아닌 귤을 가지고 탄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검색을 했다. 역시나 좋은 나라. 있다. 체험한 귤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까요? ㅎㅎ 답변에는 수하물로 보내도 되고, 직접 비행기에 들고 타도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답변을 보고도 신뢰가 되지 않았다. 그럴거면 검색은 왜 했는지. 결국 공항에 전화를 했다. 체험한 귤을 수하물에 넣어도 되는지, 비행기에 가지고 타도 되는지. 대답은 검색한 결과와 같았다. 조금(?)은 안심을 하고, 우리는 수하물로 보내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자, 속으로 또 조바심이 났다. 정말 수하물에 넣어도 될까? 난, 내가 이렇게 의심이 많은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마지막으로 수하물을 부치기 전, 줄을 서기전에 공항직원에게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너무나 쿨하게, 그런 건 왜 묻냐는 식으로, 당연히 된다며. 그렇게 난 드디어 안심을 하고 수하물을 부칠 수 있었다.
이런 의심은 공항에서 당황했던 두 번의 기억때문이다.
한 번은 오사카를 다녀오면서 좋아하는 곤약 젤리를 수하물에도 넣고, 들고 있던 백팩에도 넣었다. 수하물을 부치고 입국장에 서있다가, 곤약 젤리는 수하물에는 넣어도 되지만, 들고 타는 것은 안된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이랑 정말 그 자리에 서서 몇십 개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추억할 수 있는 얘깃거리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또 한번은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넘어갈 때였는데, 그때 독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 검사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거의 1미터 간격으로 직원들이 서있고, 정말 모든 가방을 오픈해놓는 수준이었다. 그 뒤로는 정말 필요한 것들만 챙기게 되고, 가방 안에도 제대로 정리를 해서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귤이 나를 또 당황시킬까봐 싫었던 것이다. 이렇게 또 한 번의 기억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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