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끄적임) 공깃돌을 보는 시각

나에대한열정 2021. 10. 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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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큰 아이가 학교에서 공깃돌이 필요하다고 해서 문구점에 들렸다. 공깃돌 있냐는 질문에 몇 통이 필요하냐는 질문이 되돌아온다. 작은 아이도 집에서 놀면 되니까, 두통을 달라고 했다. 문구점에 가기 전에는 공깃돌 5개에 500원이나 할까, 그런 생각으로 동전지갑을 들고 갔는데, 얼마냐고 하니, 2000원이란다. 생각보다 비싸다는 생각을 하며 받아서 나왔다. 주머니에 넣기 전에 통을 보니, 이건 다섯 개도 아니고, 열 개도 아니고. 여덟 개였다. 뭐지, 이 어중간한 개수는?

 

무언가 못마땅했다. 공깃돌은 다섯 개로 가지고 노는 건데, 이런 개수가 들어있으면 한 세트는 되지만 두 세트는 되지 않아서, 결국 두 통을 사야 두 세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난 이런 사소한 것에 마음이 상한다. 언짢아진다. 특히, 아이들이 사용하는 물건으로 이러는 건 말이다.

 

아침에 아이에게 공깃돌을 내주면서, 이건 개수가 왜 이렇게 들어있냐고. 어제 느꼈던, 아니 아이에게 말할 때만 해도 느끼고 있던 그런 기분을 얘기했다. 그런데 아이에게서 돌아온 말은 생각지도 못 한 대답이었다. 

 

여유분 아닐까?

 

세상에나. 난 내 생각에 꽂혀서,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여뎗개의 의미를 받아들이고 나니, 어제 못마땅했던 내가 더 못마땅해졌다. 오히려 딱 맞춰서 넣어주면 한 개를 잃어버리면 다시 사야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난 왜 그게 그런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까.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긍정적으로 바라봐줘서 감사했다. 오늘도 아이에게, 달리 볼 수 있는 시각이 있다는 걸 배운다. 세상에 묻혀, 잊고 있던 것들을 깨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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