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의 브런치카페를 검색하다 보니,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괜찮아 보이는 곳이 있었다. 2주 연속 주말에 노느라고(^^) 쉬지 못한 옆지기는 오늘 아침은 좀 쉬고 싶다고 해서, 작은 아이와 함께 아침을 차려주고, 딸아이와 단둘이 카페를 찾아갔다. 간판을 보면, 엘코마인드가 맞을 듯한데... 이름은 레코마인드이다. 사진 찍을 때는 햇빛 때문에 대충 찍고 들어간다고 몰랐는데, 집에 와서 포스팅한다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아마 사진 찍을 때 스펠링을 먼저 봤으면, 카운터에서 한번 물어봤을 텐데 말이다. 겉에서 보는 느낌과 다르게, 안에는 무척 아늑했다. 그렇게 큰 공간이 아니라는 것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톤이 한몫하는 분위기였다. 오픈이 10시 30분인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10시 40분 정도. 그런데 이미 한 테이블에는 사람이 있었고, 11시 정도에는 거의 만석이 되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되돌아가야 했을지도...
내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아가바띠, 인센스 스틱이었다. 시각보다는 후각이 앞섰겠지만 말이다. 인위적인 인센스스틱 홀더 없이, 돌멩이 위에 올려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힌두교에서는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선과 악의 싸움에서, 선이 이기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서 신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을 갈구하는 것이 참된 삶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노력 중의 하나가 향을 피우는 것이다. 나쁜 기운이나 생각을 몰아내기 위해서 향으로 주위를 정화시켜야 한다는 것. 이렇게 하면 살균도 된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인도의 인센스는 종교와 함께 발달하면서, 1800년대 하반 사마그리 분말을 반죽하여 대나무 심에 말아서 만든 인센스 스틱이 인도 남부지방에서 발명되는데 이것이 바로 아가바띠 죽심향이다. 요즘 향기 테라피를 전문으로 하는 공방들에서 원데이클래스로 인센스스틱 만드는 것을 하던데, 기회가 되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 '늘' 있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투움바 치킨 리조또, 트러플 크림 파케리&프로슈토와 바닐라 쉐이크, 에스프레소였다. 전복죽의 느낌으로 보이는 리조또는 투움바의 고소한 느낌에 제법 큰 치킨 조각들이 부드러웠다. 집에 있는 총각무가 있었으면 더 맛있게 먹었을 듯한?^^ 피클만으로도 충분히 맛은 있었다. 큰 튜브 모양의 파스타면인 파케리는 역시나 일반 파스타면보다 식감이 좋다. 거기에 트러플의 향과 프로슈토의 짠맛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프로슈토는 이탈리아의 전통 먹거리인 생햄이다. 생고기를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킨 것인데, 스페인의 하몽과 비슷하다. 와인 마실 때, 멜론에 하몽이나 프로슈토를 같이 곁들이면 멜론의 수분과 단맛으로 너무 좋은 안주가 되는데, 파케리와도 너무 좋은 조합이었다. 포장이 되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는데, 집에서 한잔 할 때도 좋은 안주가 될 듯하다.
딸아이의 바닐라 쉐이크에 대한 평은, 말랑카우 바닐라 맛인데, 위쪽 부분에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있어서 마시면서 천천히 섞어 마시니, 맛이 너무 좋다고 했다. 나의 에스프레소도 너무 좋았다. 한잔에 너무 감질맛이 나서, 더블로 한잔 더 주문했다. 갑자기 초겨울 같은 날씨에 햇빛을 받고,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넘기니, 이곳이 스페인 같았다. 몇 년 전 겨울 스페인에서, 햇빛이 쏟아지던 야외 테라스에서 마시던 에스프레소는, 내 인생에서 제일 맛있었던 커피맛이었다. 그때의 그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날씨 때문인지, 하몽과 비슷한 프로슈토 때문인지, 간만에 너무 맛있는 에스프레소의 맛이었다.
옆지기가 너무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식들인데, 다음에는 옆지기를 데리고 와야겠다. 껌딱지 아이들이라, 우리끼리 가라고 놔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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