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끄적임) 농업인의 날 & 빼빼로 데이 그리고 까까 사 먹는 날.

나에대한열정 2021. 11. 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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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을 생각이었으면 어제 찍었을텐데, 집에 남아 있는 빼빼로가 이것뿐이라...내가 좋아하는 청우의 초코스틱과 남겨진 뚱뚱한 롯데 빼빼로.

 

일명 오리지널 빼빼로, 롯데 빼빼로는 1983년에 내가 국민학교 시절에 등장했다. 기존에 다른 과자와는 너무 다르게 생긴, 톡톡 끊어먹는 재미에 인기가 참 많았던 초콜릿 과자였다. 그런데, 이 빼빼로가 롯데의 효자상품으로 등극하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에 다가서면서이다. 부산의 어느 여중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11월 11일이 1이 4개라, "키 크고 날씬해져라라는 의미"로 친구들끼리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빼빼로의 판매량이 늘어나자, 본사에 보고가 들어갔고, 이를 롯데에서는 본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했다.(처음부터 이것조차 마케팅의 시작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실이 밝혀진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처음에는 키 크고 날씬해져라의 의미보다, 11월 11은 길쭉길쭉한 빼빼로 같은 날이니까, 마치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처럼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꼭 줘야 되는 날인양 퍼지기 시작했다. 정말 한참 빼빼로데이가 극성을 부릴 때에는 십만 원이 넘는 빼빼로 선물상자들이 즐비했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한 회사가 이용하기 시작한 마케팅에서 너무 우후죽순으로 퍼지자, 상술에 놀아나지 말자며 "가래떡데이"를 들고 나왔다. 빼빼로데이와 같은 날인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그러니 이날을 기념해 차라리 가래떡데이로 하자는 것이다. 가래떡도 '길게 생긴 일자'라면서 말이다. 이건 떡집들의 논리인가......^^; 그렇지만, 가래떡이 빼빼로를 이기기에는 모양이나 실용성이 따라주지 못했다. 이 유행의 선도에 있는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게는 떡보다는 초콜릿 과자 쪽이 더 선호가 높을 테니 말이다.

 

이런 빼빼로 데이를 맞아, 어제 중1인 딸아이가 빼빼로를 사야 한다고 했다. 주고싶은 사람이 있냐는 나의 질문에, 친구들이 어떤 빼빼로 좋아하냐고 물어봤다고, 적어도 물어본 애들은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받고 안 줄 수 없다면서 말이다. 마트에 같이 간 딸아이는 친구들의 기호에 따라, 빼빼로 종류를 골랐다. 우리가 빼빼로를 주고받던 시절에는 상대방기호보다 서프라이즈였는데, 지금은 뭐 사줄지 다 말하고 사준다. 확실히 우리때보다는 실리를 따지는 아이들이긴 하다. 그래도 난 서프라이즈가 더 좋다. 낭만있잖아......

 

나도 옆지기 가방에 몰래 넣어놓을 빼빼로를 샀다. 한아름 안고 온 우리를 보고, 초2 작은 아들이 묻는다. 도대체 뭐가 그리 많냐고 말이다. 누나가 친구들 준다고 샀다고 하니까, 아들 녀석의 답변이 재미있다. 어차피 주고받을 거, 각자 사 먹으면 되지, 그게 뭐 하는 거냐고 말이다. 몇 년 뒤에 좋아하는 여자 친구 준다고 사기만 해봐라. 꼭 한마디 해줘야지. ㅎㅎ

 

옆지기가 출근하기 전에 봉투하나를 식탁위에 놓는다. "까까사먹어. 빼빼로데이 대신이야" 그걸 보던 아들은, 입모양으로 레고를 외친다. '엄마, 레고~~~~' "아들아, 이건 엄마 까까사먹을 거란다. 레고 살 돈이 아니라." 그렇게 까까를 많이 먹으면 뚠뚠이 된다는 아들. 귀여운 것. 그래도 까까사먹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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