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아침, 늦은 등교를 하는 작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딸아이와 <목련양과>에 다녀왔다. 주변 카페를 검색하다가,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 사진에 찜콩을 해두었던 곳이다. 11시 오픈하는 곳에,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1시 5분쯤? 수능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일인 덕분인지, 아니면 아직은 손님이 없을 시간인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난 이렇게 아무도 없을 때가 제일 좋다. 일명 핫플이라는 장소에 가면, 인테리어든, 맛이든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기가 뺏기는 느낌을 참 견뎌내기가 힘들다. 이곳에서도 두 테이블에 손님이 더 들어오면서 나왔다는 건 안 비밀이다.
메뉴판은 주문하는 곳에 있었는데, 주문을 다 한 이후에 메뉴판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너무 흔쾌히 괜찮다고 돌아오는 대답에 문득, 참 무언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는 이런 것들을 찍을 때 무슨 기밀이라도 빼어가는듯한 기분이 들게 했던 때가 있었다. 벤치마킹도 숨어서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목련 파르페'와 '커피와 쿠키' 는 밑에 받침으로 서빙된 접시를 앞접시 용도로 쓰라고 하였다.
이 메뉴의 이름은 '11월의 다과세트'이다. 매달 다른 종류로 구성되어, 이 메뉴 때문이라도 매달 가고 싶어 진다. 홍시 샤벳은 정말 맛이 끝내줬다. 감을 즐겨하지 않는 아이도 다시 먹고 싶다는 메뉴이다. 집에서도 대봉을 살짝 얼렸다가 먹는데,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발로나 초코샌드쿠키이다. 쿠키 사이에 들어있는 재료에 따라, 바닐라빈, 다크초코, 얼그레이, 솔티카라멜의 네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모두 맛이 좋았다. (이 메뉴는 집에 포장해서 가지고 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차게 해서 먹었다. 커피든 우유든 너무 잘 어울리는 쿠키이다. 먹다 남은 쿠키나 다과 종류는 포장을 해달라고 하면 포장을 해주신다. 그것도 거의 새 상품처럼.)
파르페에 아이스크림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이가 마실 음료가 필요해서 다른 음료를 더 주문했다. 그런 핑계로 내 것도 한잔 더. 오미자 에이드와 오렌지 자스민. 오미자청이 밑부분에 깔려 있고, 위에 탄산수가 넣어져 나온다. 내년에는 오미자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메뉴. 오렌지 자스민은 진주자스민 차를 우려 거기에 오렌지 착즙한 것을 넣어서 나오는 음료였는데, 너무 맛있었다. 자스민의 향이 오렌지의 신맛을 이렇게도 잡아줄 수 있구나 하는 느낌.
문득 앉아있던 자리 옆의 콘센트를 보면서, 오픈 시간에 노트북을 들고 와서 한두 시간 있다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다시 들리고 싶은 곳이었다.
영업시간: 11:00 ~ 20:00 (월, 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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