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뉘엘 베르네임 <그의 여자>
의사인 서른 살의 클레르. 그녀는 자신의 잃어버린 가방을 가져다준 토마스 코바크라는 남자에게 끌리게 된다. 그는 이웃 건물의 재건축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던 건축가였다. 카페에서 몇 번의 만남 이후, 토마스는 연락도 없이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토마스에게서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 나가지만, 클레르가 들은 말은, 그에게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클레르에게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이전보다 뜨거운 만남을 이어나간다.
토마스는 클레르의 집에 몇 시에 도착하든, 한 시간 십오 분을 머물렀다. 더 머무르는 경우는 없었다. 그를 만나면서, 클레르는 토마스의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 이것저것 상상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클레르는 토마스와 관련된 물건들을 하나씩, 모두 서랍 속에 모으고 있다. 카페에서 그가 커피에 넣어마시는 각설탕, 칵테일을 저었던 노란 플라스틱 막대, 콘돔과 그 봉지, 토마스가 음성을 남긴 전화 녹음테이프, 크리스마스이브에 받은 장미꽃...
그러던 어느 날, 토마스는 사실 자신은 아내도 없고 아이도 없는, 미혼이라고 밝힌다. 그 뒤로 장애물 없는 그들의 연애로 바뀌게 되고, 클레르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서랍 속의 물건들을 모두 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서랍 속에는 다른 누군가가 흘린 성냥갑이 들어가게 되면서 글은 끝이 난다.
이 책을 연달아 두 번 읽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여자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남자의 행동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문장들이 짧아서, 내가 무언가 중요한 것들을 빼고 읽었나 하는 생각에 다시 읽은 것이다. 두 번째 읽으니, 여자의 행동은 조금은 이해가 되었지만, 역시나 남자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가에게 메일이라도 써야 되나...받을 수도 없는데......)
처음, 토마스 코바크는 왜 자신이 가정이 있는 남자라고 했을까. 정말 자신이 사랑한다고 느꼈을 때는, 여자에게 그 거짓말이 헤어짐의 발단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처음 진실을 알게 될 때는,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상태라서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시험당한 듯한 복잡한 기분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항상 여자의 집에 한 시간 십오 분만 머물렀던 남자. 마치 집으로 돌아가야 되는 시간이 있는 것인 양, 일정한 시간만 있었던 남자. 그 심리는 뭘까. 그냥 설정인가...
남자를 만나면서, 그 사람과 있었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관련된 물건들을 모으는 여자. 일종의 페티시스트.
사랑을 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그런 경향들은 나타나지만, 그래도 모으는 품목이 조금은 엽기적인. 완전한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나도 그럴까.
사랑하는 남자와 미래의 계획을 세우면서도, 다른 남자와 관련된 물건을 자신의 서랍 속에 넣는 여자. 일탈의 가능성은 다시 열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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