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네자와 호노부 《I의 비극》
6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유령 마을 ‘미노이시'. 새롭게 취임한 시장은 타 지역에서 이사 오는 주민을 지원하자는 취지의 ‘I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소생과’라는 부서를 신설하여 업무를 전담시킨다. 그리고 이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마을에 오기 시작하고 그들에게는 무슨 일인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단편의 시리즈물이 이어지는 것처럼 이야기는 짜여 있다. 미노이시에 이주를 해서 들어온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들은 주어지는 상황들이 미스터리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마지막에 이르면 뭔가 시시하다는 생각이 드는 정도의 마무리로 매듭지어진다. 그리고 결론에 가서 한방 맞는듯한 느낌과 함께 '이게 뭐야'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 이 소설의 잔존감이 드러난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글은 이런 점이 매력이다. 그냥 시간때우기 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을 받게 했다가 마지막에 징 한번 쳐주기. 그리고 그 징소리의 여운속에 가두기.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행동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행동의 시발점 자체가 우리가 아니라는 것,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 물론 소설속의 상황처럼 일종의 극본과 의도가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누군가의 말에, 누군가의 글에 휘둘리지는 않았는지. 그게 바로 내가 믿고 싶었던, 듣고 싶었던 소리라서 그냥 내 뜻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그 결과가 나에게만 오롯이 남는다는 것.
한편으로 나의 많은 언행들도 뒤돌아보게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의도된 씨앗들을 던져놓지 않았는지.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누군가를 되돌려 세워놓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영화 <설계자>에서 강동원이 말하는, 그게 정말 사고였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계속 맴돌게 하는 소설이다.
📒 p. 186
이 세상, 어떤 것이 재앙을 불러올지 모르듯이 어떤 것이 행운을 불러오는지도 모르는 법이다.
📒 p. 387
믿는다는 것은 대개의 경우 책임도 전가한다는 뜻이다.
📒 p. 399
아니, 그것도 믿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제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 p. 407
무엇을 우선시한다는 건 무엇을 뒤로 미루는 것이고, 무엇을 뒤로 미루는 건 이 일에 관해 말하자면 누군가 죽을 수도 있는 일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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