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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미스터리] 희망이 죽은 밤에(아마네 료/모로 출판사)

나에대한열정 2024. 6. 2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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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네 료 《희망이 죽은 밤에》


여중생인 '네가'는 같은 반 친구였던 '노조미'를 살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된다. 자신이 죽였다고 말하면서 왜 죽였는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형사들은 동기를 찾기 위해 '네가'와 '노조미'에 관련된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미스터리 소설이니, 내용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다만, 소소한 반전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 반전들이 참, 짠했다.

'네가'는 希(바랄 희)라는 한자에서 붙인 이름이고, '희'는 '노조미'라고도 읽는다. 내 이름에 希가 있어서 였는지, 처음부터 난 네가에게 말을 걸듯 읽어나갔다. 왜 그랬니, 진실이 뭐니 이러면서 말이다. 네가의 주위에 제대로 된 어른좀 넣어주면 안되겠니......

희망이 죽은 밤에.
과연 한사람에게만 그 무게를, 책임의 짐을 실을 수 있을까.


p. 29
도노 네가는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을 것이다. 지독하게 못난 엄마 밑에서 자란 건 진심으로 동정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건 자신에게 달렸다.

✏️ 한때는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렸다고 생각하며 살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책임을 누군가에게 무언가에게 회피하는 사람을 마주할 때면 '이해'나 '공감'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 살아가다보니, 그런 내 생각속에 얼마만큼의 오만이 곁들여 있었던 건지 느끼게 된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같은 상황이라도 조건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막상 그사람의 조건과 상황이 아니라면 함부로 칼이 될 수도 있는 무언가를 휘두르면 안된다는 것을 말이다.


p. 49
엄마도 언니나 오빠에 비해 자신이 못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성적이 나쁘니 맞는 것도 당연하고, 먹는 게 느리니 밥을 굶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래서 네가의 엄마가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들, 사랑을 주는 방법을 모를 수 있을까. 사랑을 받아보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을 하는 방법을 알 수는 없을까. 주위에 없더라도, 매체를 통해서라도 본 적이 없을까. 자기가 편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나서, 나는 몰라서 못했다고 그냥 핑계삼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나는 이렇게 살아보지도 않았으면서 감히 그것을 핑계와 변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p. 56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넌 너무 행복해. 하지만 아프리카 아이들처럼 될 것 같으면 언제든 선생님한테 말하렴. 그건 정말로 힘들다는 거니까."
밥이랑 된장국으로만 밥을 먹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엄마가 밤에 스낵바에서 일하는 바람에 외롭기도 하지만, 그렇구나, 나는 아직 엄청 힘든 건 아니었나 봐. 아프리카 아이들에 비하면 불행하지 않아. 오히려 행복했던 거야.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어? 왜 우는 거지?


p. 77
"빈곤이 동기가 될 수는 있지만 특별히 동정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돈이 없다면서 스마트폰은 갖고 있었잖아. 우선 순위가 잘못된 거야. 올라가려고 노력하지 않는거, 걔한테도 책임이 있어."

✏️ 무심히 지나쳤다가 뒷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찾아온 대목이다. 누군가가 상황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거나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 그냥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기는 너무 쉽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 물건을 왜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해서 가지고 있는건지, 굳이 따져보지 않있다. 보이는 것만으로, 내 잣대로 판단하고 결론내어 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게 반성비슷한 것을 하면서도 미래의 내가 또 안그럴거라는 보장은 못하겠다. 그래도 한번쯤, 아니 몇번쯤은 지금의 이시간을 기억해내지 않을까.


p. 177~178
가난은 드물지 않다. 어떤 가혹한 상황에서든 노력하면 길은 열린다.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여기까지 온 나도 있으니, 이 전제가 틀렸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는 건 엄마가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덕에 공부만 할 수 있었다. 엄마한테만 고생을 시켰기에, 나는 노력할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고, 밝은 미래가 펼쳐진다고 믿었으니까.


p. 253
인정해버리는 건 더 힘들고, 억울하고 슬픈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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