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뷰

이터널 선샤인(2005)

나에대한열정 2020. 11. 2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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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2005)



조엘(짐 캐리)은 말이 없고, 수줍어하고, 소극적이고, 원칙적이고, 반면에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수다스럽고,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때로는 즉흥적이고.

이렇게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끌려하지만,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고, 클레멘타인은 조엘이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클레멘타인이 먼저 기억을 지워주는 '라쿠나'사를 찾아가게 되고, 클레멘타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는 걸 알게 된 조엘 역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작업을 하게 된다.


먼저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물건들을 한데 모아서 치우고, 뇌 속에 지도를 만들고, 그 사람과 함께 한 인생을 비우는 것이다. 각각의 기억에는 감정의 핵이 있는데, 그 핵을 뽑아내면 삭제 과정이 시작되는 것. 뇌손상이 없냐는 조엘의 질문에, 이 시술 자체가 뇌손상이라고, 하지만 과음한 날 정도의 수준이라는 박사의 말이 재미있기도 했다.


조엘은 기억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클레멘타인과의 행복했던 기억에 도달하자, 이것만은 간직하게 해달라고 소리지른다. 


"박사님, 이 기억은 간직하게 해줘요. 이것만."


그러나, 과정이 더 진행되면서 급기야 지우지 않겠다고 깨워달라고 소리치게 되나 아무 소용이 없다. 지우고 싶어하던 마음에서 이제는 몸부림치며 간직하고 싶어하고, 지키고 싶어한다. 



'라쿠나'사의 박사를 사랑했던 메리. 그녀는 니체와 알렉산더 포프의 말을 꺼낸다.


"망각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 -니체


"잊혀진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혀진다. 티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여기엔 성취된 기도와 체념된 소망 모두 존재한다." - 알렉산더 포프


그리고, 박사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는데, 사실은 메리 역시 박사와의 기억을 지웠던 상태. 그걸 알게 된 메리는 그동안 라쿠나사에서 기억을 지웠던 사람들에게, 기억을 지우기 전에 녹음했던 테이프와 자료들을 발송한다. 물론 조엘과 클레멘타인에게도. "이제 막 다시 썸을 타게 된" 조엘과 클렌멘타인에게 말이다. 그들은 각자의 테이프를 서로가 있는 상태에서 듣게 된다. 서로의 안좋은 점을 너무나 직설적으로 얘기하고 있어서,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해지는데, 이를 포용하고 괜찮다고 해줄 수 있는 것.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라 생각된다. 이것이 진정한 '티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아니겠는가.


회사이름 '라쿠나(Lacuna)'는 라틴어로 '잃어버린 조각'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지우고 싶어하는 기억중에는 '(소중하지만) 잃어버리게 될 조각'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돌아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진정 잊고 싶어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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