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히만 쇼(2017)
1945년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5천만명의 사망자 중 600만명이 유대인이었다. 이에 나치 지도자들이 체포되면서 1급 지명수배자로 거론된 인물이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이었다. 그는 유대인 문제의 최종해결책을 계획한 나치의 친위대 장교였는데, 이스라엘 비밀첩보부는 15년간의 추적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그를 체포헀다.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명을 쓰고 있던.
이 영화는 아이히만이 실제 이스라엘 법정에서 재판 받는 과정을, 그 당시 실제 방영되었던 방송부분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4개월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카메라에서 보여지는 아이히만의 변하지 않는 무표정. 증거들로 쏟아지는 유대인들의 처참한 모습, 증인들이 말하는 그 때의 상황들. 그냥 책으로만 보는 것하고는 남아있는 느낌이 너무 다르다. 영상들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이게 현실이었나 싶었다. 그런데 그 영상들을 보면서도 아이히만의 표졍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재판이 진행되던 1961년은 이 재판말고도 세계적으로 이슈 되는 일들이 있었다. 유리 가가린이 지구 상공을 일주하면서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했던 해이기도 하고, 부패한 바티스타 정권을 몰아내고 쿠바에 사회주의 정권인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쿠바는 소련과 밀착 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이를 못마땅해 하던 미국이 반 카스트로 세력을 부추겨 쿠바 남부의 피그스만을 공격했던 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재판은 세계인의 관심 속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다시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기에.
"태어날 때부터 괴물인 인간은 없지만 괴물같은 행동에는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지. 평범했던 한 남자가 어떻게 수십만 명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게 되었을까? 매일 저녁 집에서는 자상한 아버지였다는 군. 바로 우리처럼 말이야."
"우리와는 전혀 다릅니다. 난 아이히만과 다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누구나 파시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난 아닙니다."
"누구든 마찬가지에요."
"난 절대 아닙니다."
"재판과정을 지켜 본 전 세계 사람들이 '어떻게'가 아니라 '왜'라고 질문을 던져야 해."
"히틀러 머리를 날려 버렸다고 파시즘이 사라진 건 아니야.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파시즘은 어디든 따라다녀."
"아이히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주인한테 목숨거는 개 같아요."
"아이히만이 증언을 듣고 보통사람같은 반응을 보여야 사람들이 그를 괴물이 아니라 만들어진 파시스트라고 인식할거야."
"왜 그래야 하죠?"
"그래야 우리 모두 똑같다는 걸 인정하고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오만에 빠지지 않을 테니까."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다거나 신의 선택을 받았다고 느낀다면 언제든 제2의 아이히만이 될 수 있습니다.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코믜 모양이나 피부색이나 신을 섬기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증오해서는 안됩니다. 아이히만처럼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이게 되니까요. 이 끔찍한 만행들이 모두 그렇게 시작된 것입니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의 저서<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즉, 악의 평범성은 사유하지 않는 인간에게서 발현된다는 것이다.
p. 391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한 것이다. 아이히만은 이아고도 맥베스도 아니었고, 또한 리처드 3세처럼 "악인이기를 입증하기로" 결심하는 것은 그의 마음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일이었다.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하는데 각별히 근면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는 어떠한 동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단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로 하여금 이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과 동일한 것이 아닌) 순전한 무사유였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평범한'것이고 심지어 우스꽝스런 것이라면, 만일 이 세상의 최고의 의지를 가지고서도 아이히만에게서 어떠한 극악무도하고 악마적인 심연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그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부르는 것과 아직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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