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2016)
1988년 가을, 와시다 칸지(사토 코이치)는 홋카이도 지방의 판사로 근무하던 중, 대학교 때 사랑했던 사에코(오노 마치코)를 사건 피고인으로 마주치게 된다. 아내와 4살짜리 아들은 도쿄에 있고, 혼자 이곳에 와있던 칸지는 사에코가 운영하고 있던 스낵바에 퇴근 후 들리면서 다시 그녀와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칸지가 도쿄고등법원 판사로 발령이 나게 되자, 자신은 작은 지방에서 법률사무소를 내서 사에코와 같이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한다. 그렇게 둘은 기차를 타러 가는데, 들어오는 기차에 사에코가 몸을 던지고......
자기 가족을 버리고, 작은 마을에 법률사무소를 열고 같이 살고 싶다는 남자.
누군가의 짐이 된다는 건 외롭다고 생각하는 여자. 그리고 선택한 죽음.
영화를 여기까지만 보면, 이게 무슨 불륜도 아니고 뭐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 뒤로 와시다 칸지는 고등법원 판사직을 마다하고 지방에서 국선변호만을 담당하는 변호사로 25년을 산다.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단지 생활비만 보내주고.
그렇게 스스로의 감옥속에 살다가 걸어나오게 되는데...
속죄라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게 아닐까?
저 세상까지 가슴에 묻고 가야 할 일이 다들 하나둘쯤은 있을 거야.
인간은 그런 걸 짊어지고 사는 거구나 싶어.
이봐, 난 징역을 사는 게 아니야. 그런 척 도망 왔을 뿐이야.
누구에게도 속죄하지 않았어.
결국 그 누구도 마주하지 않고 도망친거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평생 갱생하는 수밖에 없다고.
연어알을 말이야. 조그만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 거야.
입안에다 한 알을 터뜨려서 꿀꺽 삼키고는 방긋 웃으면서 또 한 알. 그렇게 스무 개를 먹는거야. 뭐, 아직 걷지도 못하는 꼬맹이니까. 그 아이의 엄마는 애가 연어알만 있으면 다른 건 먹지 않는다고 투덜거렸어.
우리 누구나, 어쩌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벽없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어 두고 있을 수 있다. 분명 이유는 본인만이 알 것이고. 그래서 그것을 깰 수 있는 사람도 본인 밖에 없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사실에 스스로에게만 너무 가혹하지는 않은지, 가끔은 내게로의 적절한 시선이 필요하다.
남자주인공의 무표정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울컥했던 영화였다. 그리고 참으로 따듯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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