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문학반

레오 페루츠 <스웨덴 기사>

나에대한열정 2021. 1. 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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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페루츠 <스웨덴 기사>


p. 15

이제부터 스웨덴 기사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것은 1704년 초의 몹시 추운 겨울 날, 농가의 헛간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오폴레에서부터 눈 덮인 슐레지엔 지방을 거쳐 폴란드까지의 오랜 여정을 함께했다.


그리고 1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p. 17

낮 동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몸을 숨겼던 두 사람은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은신처를 나와 숲길을 걸었다. 나무가 그리 빽빽한 숲은 아니었다. 그들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사람은 장터를 떠돌며 닥치는 대로 훔치다가 붙잡혀 교수형 당하기 직전에 도망친 도둑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탈영병이었다.


도둑은 이름 없는 도둑이었고, 그는 지금 주교의 지옥으로 가는 중이다. 그곳은 종교 재단의 영지로, 그 안에는 대장간, 채석장, 용광로 같은 것들이 있고, 이 영지를 지배하는 것은 불이었다. 그리고 <악마의 사신>으로 널리 알려진 오만한 주교가 영지의 주인이었다. 어차피 용기병들에게 잡히면 교수형인 도둑은 채찍을 맞더라도 일을 하고 먹을 수 있는 이 지옥이 마지막 피신처였던 것이다.


탈영병의 이름은 크리스티안 토르네펠트이고, 그는 스웨덴 귀족이다. 군대에서 중대장이 스웨덴 왕을 모독하는 걸 참지 못해, 중대장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가 군사재판으로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에 탈영하였다. 그리고 스웨덴 국왕이 있는 부대로 가는 중이었다. 스웨덴 국왕에게 전달하면 자신에게 명예와 행운을 안겨줄거라는 비밀문서, 구스타프 아돌프 왕의 성경책을 지니고서.


그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주교의 지옥" 근처에 있는 물레방앗간에 가게 된다. 물레방앗간에 들어가니 포도주와 빵이 있고, 주인은 보이지 않자, 그들은 정신없이 먹기 시작하고.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곳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져서 보니, 그들을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물레방앗간 주인인 것이다. 그는 오래전에 죽었는데, 주교에게 돈을 갚기 위해 1년에 하루씩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바로 그 물레방앗간 주인이 먹은 것에 대한 돈을 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돈은 전혀 없었고.


토르네펠트는 도둑에게 란켄 마을에 있는 클라인로프 장원에 들려 자기 사촌을 만나서 사정을 하고 돈과 입을 것들을 좀 받아다 달라고 한다. 그곳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여기서 5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영지이다. 도둑이 지나오는 길에, 영지가 너무 엉망으로 되어 있어서 그곳의 영주가 누구인지 너무나 궁금해 했던 곳.

토르네펠트는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은반지를 도둑에게 주고, 사촌인 영주의 이름은 크리스티안 하인리히 에라스무스 폰 크레히비츠이며, 본인의 대부였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의 딸과 함께 썰매마차를 탔던 일화를 들려준다.


p. 44

하지만 그의 인생이 언제 단 한번이라도 위험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운명은 늘 가혹하게도 굶어 죽는 것과 교수대에 오르는 것,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그렇게 도둑은 토르네펠트의 사촌이 있는 장원을 찾아가지만, 이미 영주는 죽고 없고, 그의 어린 딸이 집사와 하인들, 그리고 그를 탐하는 다른 이들에 의해서 휘둘려 이미 장원은 재정이 엉망인 상황이었다. 


도둑이 장원에서 처음 마주치게 된 사람은 <잔혹한 남작>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용기병 대장이었다. 그가 그런 별명을 얻은 이유는 슐레지엔과 보레미아 지역에서 약탈을 일삼던 도적 떼를 일거에 소탕했기 때문인데, 황제로부터 도적 떼 처형의 전권을 위임받은 그는 용기병들을 이끌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거지들, 노상강도들, 시장터의 좀도둑들,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른 범법자들에게 그는 악마처럼 두려운 존재였다. 죄수들한테 사용할 밧줄이 부족하면, 죽음을 면해주는 대신 평생 노예로서 노나 저으며 살라는 뜻으로 이마에 낙인을 찍어 베니스의 갤리선으로 보냈다. 도둑이 주교의 지옥에 들어가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이 잔혹한 남작과 용기병들한테서 도망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바로 여기서 마주치게 된 것이다.


도둑은 잔혹한 남작에게 이끌려, 영주의 딸과 마주하게 되는데, 열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영주의 딸을 보고 나서 본인이 이곳에 온 이유를 지워버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본 적이 없다.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원래 하려고 했던 말들은 하지 않고, 매질만 당하고 장원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곳에 다시, 귀족의 신분으로, 장원을 되살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고 결심한다. 아가씨는 어렸을 때 토르네펠트와 정혼하기로 약속했다면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토르네펠트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물레방앗간으로 돌아가는 입구에서, 방앗간 주인과 마주친 도둑은 자신을 대신해 주교의 지옥으로 데리고 가게 한다. 그리고, 토르네펠트에게 가서는 그를 안전한 곳으로 방앗간 주인이 데려다 줄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토르네펠트 대신에 자신이 스웨덴국왕의 군대에 들어가서 성경책을 전하고 돌아오겠다고 한다. 그렇게 토르네펠트는 방앗간 주인을 따라 주교의 지옥으로 가고, 도둑은 스웨덴 국왕의 아닌 다른 길을 향한다.


검은 이비츠 도당이 여우의 땅에서 진을 치고 있다고 하는 잔혹한 남작의 말을 들었던 도둑은 이비츠 도당을 찾아가, 꾀를 내어 잔혹한 남자와 한판 붙고, 그들을 물리친 다음에 몇명만 추려서 성물을 훔치는 완전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영지로 다시 돌아가는데......



p. 182~183

"증인이 하나가 아니니, 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도록 하라."

천사가 손짓하자 천상의 무리가 뒤로 물러서며 원을 넓혔다. 이어서 천사가 깊은 심연을 향해 크게 외쳤다.

황무지, 목초지, 갈대, 모래,

오솔길, 큰길, 경작지,

바람, 눈, 울타리, 대문,

길가의 돌과 집 안의 불빛이여!

너희들 모두 앞으로 나와 진실을 말하라!


깊은 심연에서 목소리 없는 목격자들이 차례로 올라왔다. 지상의 삼라만상이었다. 그들을 굉음을 울리고, 삐거덕거리고, 바스랄대고, 쇳소리를 내고, 윙윙거리면 가까이 다가왔다. 천상의 심판관들을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이윽고 그 모든 소리를 압도하는 성 요하네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격자들은 심문을 받고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진술했다. 저자는 신성 모독 행위를 저지른 것이 맞다."


"저자는 유죄다" 높은 곳에서 천둥처럼 우렁찬 소리로 선고가 내려졌다. "저자에게 아래와 같이 선고한다. 그는 살아있는 동안 자신이 지은 죄의 무게를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그는 그 죄악들을 공기와 땅 이외의 어느 누구에게도 들키거나 고백해서는 안 된다."

 


p. 223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기름에 요리하지 않은 뻣뻣한 생야채 같아서, 아무도 받아 먹으려 하지 않는다.



옛날 이야기를 읽듯 너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반전들이 기다리는 책.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언가 많이 안타까운 이야기.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이야기. 

이 책은 결말을 찾아보지 말고 꼭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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