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뷰

발자크의 나귀가죽 (2010)

나에대한열정 2021. 1. 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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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의 나귀 가죽 (2010)


이 영화는, 프로이트가 죽기 전 곁에 두고 읽었다는 발자크의 소설 <나귀 가죽>을 영화화한 것이다. 


라파엘 드 발렌틴(토마스 쿠만스)은 21살의 청년이다. 그는 원래 귀족집안의 출신이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집안의 재산이 몰수 당하고, 현재는 다른 사람의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다. 라파엘은 자신의 능력으로 책을 써서 성공하고 싶어한다. 3년 동안 열심히 준비한 책을 출판사에 가지고 가지만 이런 것은 책으로 낼 수 없다고 거절당한다. 그즈음 알고 지내던 라티그냑이 사교계에 나가보라면서 페도라 백작부인(밀레느 잠파노이)의 집에 데려가는데, 페도라 백작부인은 라파엘에게 관심을 보이는 척하다가 금방 싫증을 낸다. 이로 인해 라파엘은 상처를 받고, 세를 살고 있던 집에서 가방을 싸서 나오려는데, 그 집 딸 폴린(애나벨 헤트만)이 금화 하나를 준다. 라파엘은 이 금화를 들고 카지노를 가고, 영화는 라파엘이 카지노에 있는 것부터 시작된다.


금화마저 잃은 라파엘은 카지노에서 나와 강에 뛰어들려고 하였으나 실행하지 못하고, 밤거리를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창가에 총이 전시되어 있는 골동품 가게에 들어간다. 그리고 총의 가격을 묻지만, 가게 주인은 죽기에는 너무 젊지 않냐고 한다.


"희망에 배신당했어요."


"욕망에 배신당한 거겠지. 갈망은 우리를 불타게 하고, 권력은 우리를 파괴하지. 그 이면에는 허영이라는 가장 끔찍한 죄악이 있어. 사유만이 인간을 발전시킬 수 있어."


라파엘에게 정말 죽고 싶냐고 다시 물어 본 가게 주인은 어울리는 물건이 있다면서 '야생 나귀 가죽'을 보여준다. 이것은 "슬픔의 가죽"이라고. 거기에는 산스크리트어로 "당신의 바람과 소원이 현실이 될지니"라고 쓰여있다. 


가게 주인은 나귀 가죽은 소원을 들어주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한다. 바라는 소망의 중요성에 따라 나귀 가죽이 줄어들고, 생명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것. 그래서 오래 살지 못한다고 한다. 일단 거래가 성사되면,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라파엘은 웃으면서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대로 막 말한다. 


"슬픔의 가죽아, 내가 모든 것을 다오. 영광, 아름다운 여인, 황금 식기에 담긴 왕이 들만한 성찬, 주지육림의 떠들석한 연회. 오늘 밤이 좋겠군."


그리고나서 나귀가죽을 들고 가게를 나오는데, 마차를 타고 지나가던 라티그냑이 '타이펠레 가'에 간다면서 타라고 한다. 그냥 따라 나서서 멀뚱거리고 있는 그에게, 신문사 편집장이라는 자리가 지명된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라파엘에게 이쁜 여인이 다가오더니 마음에 든단다. 순간 라파엘은 정말 나귀 가죽이 소원을 들어주는 건가? 그러면서 부자가 되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을 하는데...

연회에 머물러 있던 그에게 변호사라면서 한 남자가 찾아오고, 라파엘 아버지의 친구분이 돌아가시면서 자식이 없어 라파엘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했다는 얘기를 전달 받는다. 

그는 그렇게 자기 생명과 바꾸는 소원들을 얘기하는데......


소설 <나귀 가죽>에 불행만큼 완벽한 게 없다는 발자크의 표현이 나온다. 어쩜 한 문장에 그렇게 많은 걸 담아두는 걸까.


나귀 가죽이 만들어 내는 현실을 보면서,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욕심의 한계를 알 때쯤이면,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 때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때, 알라딘의 지니의 영향인지, 세가지 소원쯤은 그냥 말해도 될 것 같았는데...이 영화를 보면서, 그 세 가지조차 나의 어떤 것을 잃어버리는 대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세가지 소원쯤은 들어줘도 괜찮지 않겠어?라는 속삭임이 내게 울린다. 난 평범한, 아주 평범한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다.



※ 발자크의 다른 작품

2020/09/27 - [북리뷰/문학반] -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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