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또는 너에게.
가끔은 묻고 싶어질 때가 있어. 인생의 어디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이대로 계속 가면 되는 것인지, 나만 다른 길로 벗어난 것은 아닌지. 그렇게 주위를 에둘러 볼 때가 있지.
그런데 그거 알아? 모든 사람이 다 저 벤치에 앉았다 가는 건 아니라는 거. 앉아서 기대었다 가는 사람도 있을 거구, 누웠다 가는 사람도 있을 거구, 신발 끈만 고쳐 메고 일어서는 사람도 있을 거구, 그냥 손만 짚었다 가는 사람도 있을 거구, 바다만 보고 가는 사람도 있을 거구. 그래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걸? 여기에 왔었다고 말이야. 저 벤치를 안다고 말이야.
그냥 다들 그렇게 살아. 같은 곳에 와서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다들 그들만의 방법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갖는다는 것.
그래서 구태여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지 물어 볼 필요는 없다는 거야. 왜? 나는 또는 너는, 지금 여기까지 이렇게 건재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살아남았다는 거니까. 잘해왔다는 거구, 잘하고 있다는 거야. 그럼 된 거지. 그럼 된 거야. 그걸로 충분한 거라구. 뭐가 더 필요해?
있잖아, 학교 다닐 때, 어느 교수님이 지성인이 되려면 졸업때까지 책 만권은 읽어야 된다고 하더라구. 책 속에는 모든 게 있다구, 모든 길이 있다구 말이야. 그래서 난 스스로 지성인이라며 죽어라 읽었거든? 그런데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게 뭔지 알아? 이걸 쓴 사람은 이게 정확히 뭔지 알고 쓴 걸까? 쓰다보니 이렇게 됐나? 하는 거였어. 오히려 그 책들을 해석한다고 이리저리 쪼개어 분석하는 사람들이 더 그 작가같더라구. 지하에서 진짜 그 글을 쓴사람들이 웃고 있을걸? 나 그런 뜻으로 쓴거 아니다~~하고 말이야.
그때 느낀 게, 인생 같다는 생각을 했어. 내 삶의 주인은 난데. 네 삶의 주인이 너인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이 내 삶 그리고 네 삶을 해석하고 있더라구. 자기들의 잣대로. 그거 하나도 안 중요하지 않나? 제일 큰 이유가 뭔지 알아? 그 잣대를 들이댄 사람들은 자기들 인생이 더 중요하지 나나 너의 인생이 더 중요하지 않거든. 그냥 떠들고 가는 거야. 지나가는 거지. 그런데 그런거에 그렇게 신경쓰며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소중한 내 삶, 네 삶을 허비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모르겠어? 너나 나나, 잘살아왔고, 잘살고 있다고. 그럼 된 거지. 그럼 된 거야. 그걸로 충분한 거라구. 뭐가 더 필요해?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래된 단상 - 펜팔 (40) | 2021.01.22 |
---|---|
오래된 단상 - 걸스카우트 1 (22) | 2021.01.21 |
이런 능력이 있다면. (28) | 2021.01.18 |
이만한 매혹이 있을까. (38) | 2021.01.15 |
비밀병기 (16) | 2021.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