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2011)
드라마, 이란, 124분
개봉: 2011. 10. 13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
주연: 레이라 하타미(씨민 역). 페이만 모아디(나데르 역), 사레 바이아트(라지에 역), 샤하브 호세이니(호얏 역)
우선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100만이 넘게 본 영화이다.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는 1인으로, 그들의 정서를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왜 프랑스에서 인기가 있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본다.
특히, 이란의 대표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는 아쉬가르 파라디는 개념있는 남자사람이라고나 할까. 2017년 <세일즈맨>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는데, 그 시상식에 불참했다. 그 이유는 당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비인간적인 법이라며, 결례를 당한 이슬람 7개국 국민을 위해서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이 영화로도 2012년 이란 영화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그럼 영화로 들어가볼까.
딸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씨민은 남편인 나데르에게 이민을 가자고 하지만, 나데르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놔두고 이민을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은 이혼소송으로 이어지는데, 완전한 결정이 나기전까지 씨민은 친정으로 가게 되고, 딸 테르메는 아빠쪽에 남는다. 나데르가 출근해 있는 동안, 집안 일과 아버지를 돌볼 사람으로 라지에가 고용된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데르가 집에 와보니 라지에는 없고, 아버지가 침대에 손이 묶인채로 떨어져서 의식을 잃은 상태다. 아버지의 의식은 돌아오지만, 열이 받은 나데르는 집안 여기저기를 살핀다. 그리고 돈이 일부 없어진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
잠시 외출하고 돌아온 라지에에게 아버지를 왜 묶어놓고 나갔는지, 며칠동안 계속 이런식이었는지, 그리고 돈이 있는 방에 들어갔다는 거까지 이것저것 따지고는 다시 오지말라며 문밖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다음 날, 라지에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찾아가니 유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원인이 나데르가 라지에를 밀어서 계단에 넘어져서 일어난 일이라면서 살인죄로 고소를 하였다. 나데르는 라지에가 차도르를 입고 있을 때만 보았기 때문에 임신을 한지도 몰랐다고 했고, 그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대한 공방부터 법정싸움이 시작된다.
씨민이 보석금을 내서 일단 풀려나기는 했는데, 나데르는 이렇게 된 시작이 당신이 집을 나갔기 때문이라고 말하게 되고......
이슬람 국가인 이란.
남편의 허락없이 자기 아내를 고용했다고 따지는 장면, 이혼없이는 남편의 동의없이 이민갈 수 없다는 장면, 치매 할아버지인데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가 옷에 소변을 봤는데 옷을 갈아입히는 게 범죄인지 물어보는 장면...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면들이 곳곳에 박혀있다.
또한 서로 완전하게 내보이지 못하는 인간관계의 어설픔과 모순, 법보다 우선하는 양심으로서의 코란의 힘, 아이를 위해 진정으로 할 수 있는 게 부모로서 어떤 것인지...이야기의 시작은 사소한 것으로 시작되지만, 점점 많은 것들이 포개어지면서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이 드러난다. 개인들이 느끼는 도덕적인 딜레마, 그리고 종교와 맞닿아 있는 부분, 이란의 현재 사회가 보여주는 현실들을 여과없이 장면 하나하나에 보여준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영화에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감독의 표현으로는 "내가 영화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는 이유는 나도 그 해답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리고"진짜 훌륭한 영화는 극장밖을 나설 때 시작한다."라고.
이 영화 역시, 결말은 없다. 그리고 어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 어떤 결론도 내리기 힘들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너무나 너무나 좋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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