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면,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그들에게 할 권리일 것이다." 이 말은 조지오웰이 <동물농장>의 미발표 서문에 썼던 표현이다. 정말 이 남자다운 표현이다.
에릭 아서 블레어가 본명인 조지 오웰은 명문 이튼스쿨에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되나, 당시 제국주의자를 양성하는 풍조로 되어있던 학교에 염증을 느끼고 학업에 소월해진다.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신세계>의 올더스 헉슬리가 당시 프랑스어 선생님이었는데, 헉슬리 역시 이 학교의 성향에 적응 못하는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이런 서로를 알아보았다면 어땠을까?)
조지 오웰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의 경찰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인간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에 가책을 느낀 작가는 자신에게 보장된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빈민의 삶을 선택한다.
안다고 하여, 느낀다고 하여...행동할 수 있는가? 실천적인 삶...그저 존경스러울 뿐.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했던 작가.
<1984>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1984>는 허구로 만들어진 빅브라더로 하여금 모든 것을 감시하는 전체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는 곳마다, 심지어 집안조차도 텔레스크린을 통해 감시하고 통제한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현실을 뒤집고 싶어했지만, 사상경찰에 체포되고 고문당하면서 빅브라더의 뜻대로 세뇌당하게 되고...
p. 26~27
이 분 증오가 끔찍한 것은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기 떄문이 아니다. 저절로 거기에 휘말려들기 때문에 끔찍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는 램프의 불꽃처럼 대상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바꿀 수 있는, 추상적이면서도 방향 감각도 없는 감정이다.
인간은 때에 따라서 의식적으로 증오의 대상을 바꿀 수 있다.
p. 43
그는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 진실을 말하는 외로운 유령이었다. 후대의 인간에게 남겨줄 유산은 말을 들려주는 것보다 건전한 정신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리라.
p. 86
인간의 몸은 늙어가고 그에 따라 시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을 자연의 섭리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불안과 불결과 궁핍에 시달리는 한편으로 기나긴 겨울의 추위속에서 찢어진 양말에 좀처럼 작동하지 않는 엘리베이터, 차가운 물, 돌처럼 거친 비누, 부스러지는 담배, 지독한 맛없는 음식 따위로 병들어간다면 이것 또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을까?
p. 114~115
당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증거를 부인하라고 강요했다. 이것이 당의 가장 궁극적이고도 핵심적인 명령이었다.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이것이 자유이다. 만약 자유가 허용된다면 그 밖의 모든 것도 이에 따르기 마련이다.
원칙적으로 당원은 여가를 누릴 수 없는데다 잠잘떄를 제외하고 절대로 혼자 있어서는 안되었다.일하거나 식사하거나 잠잘 때 외에는 단체 오락활동이라도 참가해야 한다. 어떤 것이든 고독한 낌새를 내비치는 행위를 하거나 하다못해 혼자 산책을 하는 것조차 위험한 짓이었다.
p. 156
판례에 따라 모든 우편물은 배달 도중에 개봉되기 때문이었다. 꼭 소식을 전해야 할 경우에는 갖가지 사연이 한꺼번에 인쇄된 우편엽서가 있으므로 그것을 구해 그 내용 중 해당되지 않는 문구를 지우고 보내면 되었다.
p. 289~290
결국 문제는 교육에 달려 있다. 요컨대 명령을 내리는 지도층과 그 바로 밑에서 움직이는 방대한 대중집단의 의식을 끊임없이 조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대중의 의식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가벼운 영향만 줘도 조종된다.
피라미드의 정점에는 빅 브라더가 있다. 빅 브라더는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한 존재이다.
빅 브라더란 당이 스스로를 과시하기 위해 설정한 가공인물이다. 그의 역할은 집단보다 개인에게서 쉽게 느껴지는 사랑과 공포와 존경과 감동을 한데 모으는 것이다.
p. 388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쉬운가! 항복한 하라. 그러면 모든 일은 저절로 해결된다.
어느 시대에나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서 (의식주를 제외한다면) 자유는, 인간에게 너무 소중한 것이다. 자유에 대한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부분들은 끝도 없을 것이다.
18세기 제레미 벤담에 의해 제안된 '팝옵티콘'이라는 것은 단지 특정 시설들에서 사람에 의해 감시 통제되는 것이지만, 미셸 푸코가 이 개념을 가져와 현재의 컴퓨터통신과 데이터베이스가 팝옵티콘의 역할을 한다고 표현한 것을 보았을 때는 '그럴 수 있다'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시기를 보내면서 특정지역을 진입하거나 나올 때, 어김없이 들어오는 문자를 보면서, 내가 어디를 이동하든 다 포착되고 있다는 꺼림직함, 무언가 불편함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외국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그 나라 공항에 도착했을 때 들어오는 안전에 관한 문자와는 또 다른 느낌.
톰 크루즈가 남주로 나왔던 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신체에 심어진 칩으로 이 사람의 이동경로를 볼 수 있었듯이, 우리는 우리에게 너무나 필수품인 핸드폰에 의해 의식하지 못하는 감시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지고 다니는 감시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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