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이프 (2001)
드라마, 일본, 118분
개봉: 2001. 12. 08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이우라 아라타(모치즈키 역), 오다 에리카(시오리 사토나카 역), 테레지마 스스무(가와시마 사토루 역)
건물 안으로 한사람씩 들어선다. 이 곳은 죽은 후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되는 곳이다.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저 세상에 가지고 가고 싶은 기억을 한 가지 선택하는 것이다. 단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 한 가지의 기억을 선택해서 다른 세상에 가면, 그 기억의 느낌만 있을 뿐, 다른 기억들은 잊혀지는 것이다.
그들이 선택한 기억은 영화필름처럼 영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 재현한 것을 보고 그 기억이 선명해지는 순간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여러 명 있고, 그들에게 각자 담당 인원이 나눠진다.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는데.
자신의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이 많아서 무엇을 고를지 몰라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선택을 안하겠다는 사람도 있고,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한가지만 선택해주세요. 다만 제한시간이 있습니다. 사흘 내에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선택한 추억은 저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영상으로 재현합니다.
...
그 추억만을 가슴에 안고 저 세상에 가게 됩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진 제 인생에 대해 자신감 같은 게 있었어요. 이만하면 행복하지 않았나 싶었죠. 근데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뭔가가 부족해요."
"그건 그저 기억에 불과하잖아요. 기억이란 건 결국 우리가 상상한 이미지로 바뀐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제 있었던 일이니까, 나름대로 현실성은 있겠지만요. 제가 영화를 찍는 기분으로 장래의 꿈을 설계해서 여러 상황을 만들어 나가면, 제 생각엔 기억 같은 것보단 더욱 현실성 있달까. 리얼리티가 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면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그러니까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 과거의 같은 순간에 머문다는 것은 저한테 너무 괴로운 일이에요."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어떤 기억들을 가져갈 수 있을까, 그냥 흘러가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 나오는 어떤 인물처럼 이만하면 괜찮은 생이 아닌가 생각하며 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에게 하나만 고르라면 난 무엇을 선택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아서 펄펄 뛰었던 것들, 행복했던 것들, 아름다웠던 것들... 무수히 많은 것들이 지나갔다. 그런데, 난 내가 내린 결론에 조금은 당황스럽고 놀라웠다.
지금의 나라면, 가져가고 싶은 순간이 내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순간이더라는.
내가 선택한 기억은, 큰아이(딸)가 태어나서 처음 나와 마주하게 된 순간이다. 난 아이들이라는 존재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다른 모성애를 가지고 있는 엄마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딸아이가 보기에 아들바보다. 그런 내가 이런 선택을 하다니...아마 인생의 대단한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내 선택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을 것 같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다른 작품
2021/01/24 - [무비리뷰]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2021/02/12 - [무비리뷰]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세 번째 살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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