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 시작해본다.

나에대한열정 2021. 3. 2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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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킷리스트는 지워지는 '만큼, 또는 그 이상' 채워지는 거 같다. 

 

그중에 우선순위에 있는 세 가지는

1. 60초반에 유화로 개인전 해보기

2. 외국에서 대금으로 버스킹 해보기

3. 독일어 제대로하고, 포르투갈어도 배워서 <리스본행 야간열차> 독일어 원서 읽어보기이다.

 

그런데, 항상 먼저 지워지는 것들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또 다른 나름 용이한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또 유혹한다. 우선순위가 무색해지게 말이다.

 

작년부터 그림을 배우고 싶었는데,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에 모든 계획이 방향을 잃었었다. 또 이렇게 멈춰지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받았다. 독서모임 멤버 중 한 명이 입시미술학원 선생님인데, 독서모임 하는 날, 조금 더 일찍 만나서 재능기부를 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수채화로 시작해보자고.

 

거의 30년 만에 붓을 들어봤다. 붓으로 3~4살 정도의 아이들이 하는 줄긋기를 해보고, 나뭇잎 모양을 찍듯이 그려보고. 그렇게 시작한 첫 수업은 리스 모양의 꽃가지를 그려보는 것이었다. 난관은 연필로 그리는 리스 모양에서부터 시작됐다. 두 가지를 얽혀서 그리는 게 왜 어렵지? 순간 머리가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설레던 기분이 곧 긴장으로, 당황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리스 모양을 그리다가 독서모임을 시작해야 했다. 집에 와서 열 장이나 그렸을까. 드디어 원하는 리스 모양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별거 아니었는데 왜 어려웠지. 뭐든 해놓고 보면 우스워진다. 그리고 물감을 짜서 잎들을 채워 넣었다. 아직 갈길도 멀고, 이제야 시작인데 뭔가 뿌듯하다. 생각해보면, 이 시작조차 너무 오래 걸렸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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