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뷰

편견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

나에대한열정 2021. 4. 1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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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 (2018)

 

드라마 /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 132분
개봉: 2018. 03. 22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주연: 티모시 살라메(엘리오 역), 아미 해머(올리버 역)

 

아미 해머가 아니었다면, 티모시 살라메가 아니었다면, 퀴어영화라는 것을 알면서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혹여나 보게 되었다면 일찍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내 편견에 대해서 속상해했을 것이다.

퀴어 queer는 본래 '이상한', '색다른' 등을 나타내는 단어로 처음에는 동성애자를 비하, 경멸할 때 쓰는 단어였으나, 1980년대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전개되면서 부정적 의미는 사라지고(?), 현재는 성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중1인 딸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을 돌려가면서 보여주었다. 엘리오의 아빠가 엘리오에게 말하는 장면이 포인트이기는 했다. 나보다 더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이기에, 무언가 깨 주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편견 없이 자라주기를 바란다. '그럴 수 있지'라는 관념을 넘어, 인정하는 것들에 분노의 감정이 없이 대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아이 얘기가 나오면 흥분해서 또 옆으로 샌다. 영화로 들어가 보자.

 

 

이렇게 좋은 피아노 소리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1983년, 이탈리아 북부. 

엘리오의 가족이 여름이나 특별한 휴가때 머무는 이곳에, 엘리오 아버지(펄먼 교수)의 보조 연구원으로 올리버가 찾아온다. 올리버는 원래 엘리오가 자던 방에서 머물게 되고, 엘리오는 그 방과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통하는 문으로 연결되어 있는 방을 쓰게 된다. 미국인인 올리버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인물이었고, 그곳의 안내 겸 동행을 해주던 엘리오는 그에게 자꾸 시선이 간다. 그리고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마음에만 담아 둘 수 없었던 17세의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표현을 하게 되는데, 사실은 그 감정의 시작이 올리버가 먼저였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고, 관계를 갖게 된다.

 

얼마 뒤, 올리버는 대학교 연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며칠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고, 그 일이 끝나면 자신의 나라로 가야하는 일정이다. 엘리오의 부모님은 엘리오를 올리버가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그와 함께 있도록 같이 보낸다. 그리고 며칠 뒤, 기차역에서 포옹을 하고 올리버와 엘리오는 헤어진다. 엘리오는 기차역으로 엄마에게 데리러 오라고 하고, 엄마가 운전해서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엘리오는 눈물이 터지고 만다. 

 

엘리오의 아버지는 엘리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전화를 받게 되는데, 약혼 소식을 알리는 올리버. 그러나, 엘리오와 있었던 일에 대하여 그 마음을 서로 확인하고.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달라는 말에, 엘리오는 말한다.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 엘리오... 그리고 돌아오는 올리버의 올리버...

전화를 끊은 엘리오는 모닥불 앞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어깨가 조금씩 들썩여지며...영화는 끝이 난다.

장작이 타는 소리도 슬플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껴본다.

 

음악덕분인지, 좋아하는 배우들 덕분인지, 배우들의 연기 덕분인지...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 더불어 세상의 편견에 부딪힐 수도 있는 자식의 행동에 이렇게 표현해 줄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난, 눈을 감아주고, 인정은 해 줄 수는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해줄 수는 없을 거 같았다. 부모... 난 또 이렇게, 오늘도 한 뼘, 성장하는 엄마가 된다. 

 

 

(엘리오의 아버지가 엘리오에게 하는 말들)

"둘 사이에 있었던 것이 얼마나 드물고 특별한 것인지 똑똑한 네가 모를 리 없겠지. "


"너희 둘에게 있었던 것은 똑똑함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똑똑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도 해."

"둘 다 서로를 찾았으니 운이 좋은거다. 왜냐하면 너희 둘은 좋은 사람들이니까."

"가장 예상치 못할 때, 본성은 교활한 방식으로 우리의 약점을 찾는단다. 아빠가 여기 있다는 거 기억 해.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평생 느끼지 않고 싶을지도 몰라.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지만, 네가 분명히 느꼈던 것을 느껴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잖니. 어쩌면 우정 이상이었는지도. 난 네가 부럽다. 내 위치에 있는 부모 대부분은 이런 일이 없길 바랐겠지. 아들이 난관을 극복하길 바라며 기도했을 거야.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그러다가 30살쯤 되면 파산하는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니?

한 가지만 더 말할게. 나도 거의 그럴 뻔한 적은 있지만, 너희 둘 같은 사이는 절대 경험하지 못했어. 뭔가 나를 막았거나 훼방을 놓았지.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네 마음이다. 다만, 이것만 기억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번만 주어진 것이고,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게 된다는 걸. 몸 같은 경우에는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때가 와. 근처에라도 와주면 감사할 정도지. 지금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 그걸 없애지 마라. 네가 느꼈던 기쁨도 말이야."

 

 

엘리오와 올리버와 같이 돌아다니던 장면에서 흐르던 노래.

Sufjan Stevens "Mystery of Love"

 

눈이 오는 장면에서 흐르던 피아노 소리.

Valeria Szervanszky "Le Jardin Feerique from Ma Mere L'oye"

영화 끝나면서 흐르는 음악.

Sufjan Stevens "Visions of Gid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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