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펠드먼 배럿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원제: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the Brain
이 책은 원제가 'Seven and a half lessons about brain"으로 뇌에 관한 7과 1/2번의 강의이다. 한 번의 도입 강연과 일곱 번의 본 강연을 통해 뇌과학을 말한다. 첫 수업에서 1/2강이라고 표현한 것은 방대한 진화사를 살짝 훔쳐본 정도여서 1/2강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책의 들어가는 부분에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꼭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첫 수업에서 이 책의 전반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이 소개되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첫 장을 먼저 읽으라고 넌지시 던져준다.
뇌과학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왠지 어려울듯한 느낌이지만, 책은 굉장히 쉽게 읽힌다. 인간 행동에 대한 심리 관계 책을 보는 듯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접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지 나름 신선하기도 하다. 그리고 뭔가 읽어가면서 나름의 위안이 되는 책이다.
배럿에 따르면 우리 뇌는 '생각하기 위한 이성의 기관'이 아니며, 사실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전에 그 필요를 예측하고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면서 생존을 위해 신체를 제어하는 역할, 곧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기관이다. 다시 말해 뇌는 신체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기관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뇌의 기원을 탐구하는 학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가설 중 하나이며, 최근 들어 더욱 지지를 얻고 있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우리만의 거대한 대뇌피질을 가져서가 아니라 보편적 원리에 따라 만들어진 뇌 구조가 전체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나'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는 데 있다. 내 안에는 어떻게 해서 여러 가지 상충하는 마음이 공존하는지, 나는 내 몸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지금과 같은 습관, 태도, 세계관 등을 갖게 되었는지 짐작하게 도와준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에 대해 독자들은 작지만 의미 있는 실마리를 얻을 것이다.
리사 펠드먼 배럿 교수는 감정이 사회적 구성물임을 강조하는 학자다. 개인의 감정 경험이 개인의 행동들을 통해 능동적으로 구성되며, 우리 스스로를 농동적인 감정 설계자로 규정한다. 이런 감정 경험들이 모이고 사람들 사이의 집단 지향성을 통해 사회적 실재로서 현실이 창조된다. 우리가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동물임을 자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감정의 주체로서 미래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그래서 그는 지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다음 상황을 예측하고 반응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강조한다. p. 22~23
왜 뇌는 당신의 뇌처럼 진화했을까? 누가 봐도 확실한 답은 '생각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흔히 뇌가 일종의 '상향 진보'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추정한다. 말하자면 하등동물에서 고등동물로 진화해서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는 어떤 동물들보다도 더 정교하게 설계된 생각하는 뇌인 인간의 뇌가 있다는 식으로 가정한다. 결국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 가진 최고의 힘이니 말이다. 그렇지 않나? 하지만 이 명백한 답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우리 뇌가 생각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발상은 인간 본성에 대한 엄청난 오해들의 근원이 되어왔다. 그 소중한 믿음을 내려놓았다면 당신은 뇌를 이해하는 길에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이 책을 감수하고 추천하며...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정재승의 글 중에서.
간단히 말해서 당신의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벌레에서 진화해 아주아주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다.
p. 25
생존하려면 에너지 효율이 필수 조건이었다. 에너지 효율은 일종의 예산 budget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재무예산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파악한다. 당신의 몸을 위한 예산 역시 이와 비슷하게 수분, 염분, 포도당과 같은 자원들을 얼마나 얻거나 잃었는지 파악한다. 수영이나 달리기처럼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위는 당신의 계좌에서 자원을 인출해가는 것과 같다. 먹거나 자는 것처럼 에너지를 보충하는 행위는 예금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신체예산을 과학에서는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라고 한다. 알로스타시스란 몸에서 뭔가 필요할 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동물들은 몸이 미래에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예측했을까? 가장 좋은 정보원은 자신들의 과거, 곧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했던 행위들에 있다.
인간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동물은 자기 몸을 어떤 행위에 대비시킬 때 어떤 식으로든 과거 경험을 떠올린다. 예측은 이처럼 유용한 역량이어서 단세포 생물조차도 자신의 행위를 예측하여 계획한다.
p. 30~31
몸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수분과 혈액, 염분과 산소, 포도당과 코르티솔, 성호르몬과 기타 수많은 자원을 모두 잘 조절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지휘본부가 필요했다. 바로 '뇌'다. 이렇듯 동물은 몸이 점차 크게 진화하면서 이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체계를 갖추게 되었고, 신체예산을 담당하던 몇 개의 세포도 점점 더 복잡성을 띠는 뇌로 진화했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왜 뇌는 당신의 뇌처럼 진화했는가? 이는 사실 대답하기 불가능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진화는 목적을 갖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화에는 '왜'가 없다. 하지만 최소한 당신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가 무엇인지는 말할 수 있다. 뇌의 핵심 임무는 이성이 아니다. 감정도 아니다. 상상도 아니다. 창의성이나 공감도 아니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가 언제 얼마나 필요할지 예측함으로써 가치 있는 움직임을 효율적으로 해내도록 신체를 제어하는 것, 곧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연의 필수과업, 곧 당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의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벌레에서 진화해 아주아주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다.
뇌를 보는 관점이 바뀌면 합리적이라는 게 뭔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심지어 인간이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p. 50~51
자연선택은 우리를 향해 진행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특정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돕는 특정 적응력을 갖춘 흥미로운 동물 한 종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동물들이 인간보다 열등한 것이 아니다. 동물들은 각자 독특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주변 환경에 적응한다. 당신의 뇌는 쥐나 도마뱀의 뇌보다 더 진화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르게 진화한 것이다.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왜 삼위일체의 뇌라는 통념은 여전히 인기가 있을까? 왜 대학교재들은 여전히 인간의 뇌에 번연계라는 것이 있으며 대뇌피질이 이것을 조절한다고 설명해놓을까?
부분적으로 그것은 뇌 진화 분야 전문가들의 홍보 역량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삼위일체의 뇌 이야기에 자체 응원단이 딸려 있어서다. 합리적 사고라는 인간 고유의 능력 덕분에 우리는 동물적 본성을 이겨냈으며 이제 지구를 지배한다. 삼위일체의 뇌를 믿는 것은 인간이 '최고의 종'이라는 1등 트로피를 스스로 수여하는 것이다. 감성 및 본능과 이성이 싸운다는 플라톤의 발상은 인간의 행동에 대해 서구 문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이었다.
p. 55
'마음속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발상은 이외에도 많은 사회제도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경제 분야에서 투자자 행동 모델은 합리성과 감정을 뚜렷하게 구분한다. 정치권에는 현재 감독하는 산업 분야에서 과거 로비 전적이 있는 등 이해충돌 문제가 뚜렷한 지도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자신이 쉽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을 위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오만한 생각들 밑에 바로 '삼위일체의 뇌'라는 허구가 도사리고 있다.
당신의 뇌는 세 개가 아니라 하나다. 플라톤이 말한 내면의 전투를 넘어 나아가려면 우리는 합리적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심지어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뇌가 어떻게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통합해 순식간에 인간의 마음을 만들까? 뇌는 신경세포 그 이상이며, 뇌 네트워크는 당신의 잠까지도 확장된다. 뇌 네트워크는 비유가 아니라 오늘날 뇌에 관해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과학적 설명이다.
p. 69
서로 다른 신경세포들의 집단이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는 간단한 동작도 한 번 할 때마다 다른 신경세포들의 조합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축중degeneracy'이라 한다.
번역에 '축중'이라고 하고 영어 표현이 degeneracy라고 쓰여있는데, 아마도 '축퇴'를 잘못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dsgeneracy라는 것은 역학계에서 한 에너지에 2개 또는 그 이상의 정상상태가 속하는 계, 동일한 에너지 고유값에 속하는 2개 이상의 독립된 고유 함수가 존재할 때, 그 에너지 고유값은 축퇴해 있다고 한다. 양자역학을 따르는 계에서는 서로 교환 가능한 연산자의 고유값의 조(組)에 의해 의해 정해진다. 에너지가 같고, 고유값이 다른 양자 상태가 존재하는 경우 이 계는 축퇴해 있다고 한다.(과학백과사전 참고) 반면에 축중은 한 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에 대하여 복수의 코돈이 대응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p. 75
인간의 두뇌는 지구상에서 가장 복잡한 두뇌일 수는 있지만 복잡도가 높은 유일한 두뇌는 아니다. 지적 행동은 뇌구조가 다른 여러 종에서 이미 수차례 나타났다. 복잡한 뇌가 몸 전체에 분포해 있는 문어가 한 예다. 문어는 퍼즐을 풀 수 있고 수족관 수조를 탈출할 수도 있다. 새들도 복잡한 뇌를 가질 수 있다. 어떤 새는 신경세포가 대뇌피질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데도 간단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고 약간의 언어 능력도 있다. 고도로 복잡한 인간의 뇌가 진화의 정점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두라. 우리 뇌는 다만 우리가 거주하는 환경에 잘 적응했을 뿐이다. 높은 복잡성은 당신을 인간으로 만드는 너무나 많은 것을 위한 전제조건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뇌가 인간의 마음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p. 98~99
우리는 모두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수십 년 전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중요하다. 당신이 새벽 4시에 깨어 울어대는 당신의 작은 천사를 달래려고 하거나 아기가 바닥에 시리얼을 차분하게 93번째 떨어뜨리고 있을 때, 당신은 알든 모르든 아기 뇌의 세부 조정과 가지치기를 안내하는 것이다. 어린 뇌는 스스로를 세계에 연결한다. 배선 지침이 풍부한 사회적 세계를 포함해 아이들의 뇌를 건강하고 온전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세계를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인간의 뇌는 단순히 세상에 반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예측하며 심지어 스스로 배선을 바꾸면서 자신의 경험을 만들어나간다. 우리는 어제와 다르게 예측하는 뇌를 길러낼 자유를 가지며 그 결과에 책임을 저야 하는 존재다.
p. 104~105
모호한 감각 데이터 조각들을 맞닥뜨리면 뇌는 어떻게 해서든 다음에 무엇을 할지 파악해야 한다. 우리 뇌의 가장 중요한 일이 몸을 제어해 잘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그렇다면 우리 뇌는 어떻게 해서 감각 데이터를 해독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내는 것일까?
뇌에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추가 정보원이 있다. 바로 기억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것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거 경험에는 우리 주변 세계에서 일어난 일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내 몸이 지금과 비슷한 상태였을 때, 그때는 이다음에 무엇을 했지?'이에 대한 대답이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에 완벽하게 부합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신이 생존하고 나아가 번영할 수 있도록 돕는 적절한 행동계획을 제공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 109
우리가 보는 것은 세상에 있는 것과 우리 뇌가 구성한 것의 조합이다. 당신이 듣는 것 역시 세상에 있는 소리와 뇌 안에 있는 것의 조합이며, 다른 감각들도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뇌는 신체 내부에서 느끼는 것 또한 구성한다. 통증이나 불안감처럼 내부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은 뇌에서 일어나는 일과 폐, 심장, 내장, 근육 등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의 조합이다. 뇌는 또한 여기에 과거 경험에서 얻은 정보를 추가해 그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측한다. 예를 들어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하거나 기력이 부족할 때 배가 고픈 것으로 느껴 간식을 먹으면 기운이 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은 수면부족으로 지친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구성된 배고픔의 경험은 원치 않게 과체중이 되는 한 가지 이유가 될 수도 있다.
p. 116~117
뇌는 당신이 인식하기 '전에' 행동들을 개시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이는 사실 보통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선택을 통해 많은 것을 하지 않는가?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뇌는 예측기관이다. 뇌는 당신의 과거 경험과 현재 상황을 기반으로 다음에 이루어질 일련의 행동을 개시하며, 이러한 일들은 당신의 인식 없이 이루어진다.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의 행동은 당신의 기억과 환경의 제어를 받는다. 이것이 당신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까? 누가 당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할까?
당신이 마지막으로 자동조종 모드에서 행동했던 때를 생각해보라.
이러한 순간에 당신의 뇌는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예측능력을 사용했고, 당신은 뭔가를 자신이 직접 했다고 느끼지 못했다. 그 순간에 좀 더 자제력을 발휘했다면 행동을 바꿀 수 있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에도 책임이 있는 것일까? 물론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책임이 당신에게 있다.
행동을 개시하는 예측들은 난데없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뇌는 과거의 경험을 사용해 당신의 행동을 예측하고 준비한다. 마법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오늘 당신의 뇌는 다르게 예측할 것이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세상을 다르게 경험할 것이다.
물론 과거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조금 수고를 들이면 앞으로 뇌가 예측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 약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고 새로운 활동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오늘 배우는 모든 것은 내일을 다르게 예측하도록 뇌에 씨를 뿌려줄 것이다.
p. 120~121
나는 당신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도전이 쉽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 일을 하려면 당신의 신체예산에서 인출이 일어나야 하고, 이 일이 불쾌하거나 무의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관점에 서보려고 노력할 때, 진심으로 노력할 때 당신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미래 예측을 바꿀 수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흥분했을 때의 행동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흥분하기 전에 당신의 예측을 바꿀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반복 연습을 통해 당신은 특정 자동 행동을 다른 행동보다 더 많이 일어나게 만들 수 있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미래의 행동과 경험들을 더 많이 제어할 수 있다.
p. 122~123
발달하는 뇌에는 일종의 궤적 같은 것이 주어진다.
어른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있으며, 어린 시절에 당신을 둘러쌌던 믿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자신만의 적소를 바꿀 수도 있다. 오늘의 행동은 내일 뇌가 내놓을 예측이 되며, 그 예측들은 자동으로 당신이 앞으로 할 행동을 이끌어낸다. 따라서 당신에게는 새로운 방향으로 예측하는 뇌를 길러낼 자유가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당신이 져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두가 폭넓게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누구에게든 어느 정도 선택의 여지는 있다.
예측하는 뇌를 가진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행동과 경험들을 더 많이 제어할 수 있고 더 많은 책임을 갖는다. 이러한 책임을 기꺼이 감수할 마음이 있다면, 그 가능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서로의 신경계를 조절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신체예산을 서로 조절하고 나눠 쓰는 대표적 수단이 '말'이다. 말은 타인의 뇌 활동과 신체 시스템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이것이 우리가 연결된 방식이다.
p. 137
신경계에 가장 좋은 것은 다른 사람이다. 신경계에 가장 나쁜 것도 다른 사람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를 인간 조건의 근본적인 딜레마로 인도한다. 우리 뇌가 생명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동시에 많은 문화권에서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매우 중시한다. 이때 의존과 자유는 자연스럽게 충돌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생존하기 위해 서로의 신경계를 조절하는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어떻게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잘 일구어갈 수 있을까?
p. 142~143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들이 재배한 식재료를 먹는다. 많은 사람이 누군가가 지은 집에서 산다. 우리 신경계는 다른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우리 뇌는 다른 사람들의 뇌와 비밀리에 함께 작동한다. 숨겨진 협력이 우리를 건강하게 해 준다. 따라서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 하는 것은 아주 실질적인 의미에서, 그리고 뇌의 배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기들(3강)과 우리 자신을(4강)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책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또는 바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타인들에게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좋든 싫든 우리는 자신의 행동과 말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뇌와 몸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들도 우리에게 뭔가를 돌려주고 있다.
인간이라는 종을 설명하기 위해 보편적 마음이란 게 필요할까? 문화 차이, 다양한 정신질환,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 젠더 스펙트럼 등이 보여주듯 인간의 마음에서는 변이가 표준이며, 인간의 본성은 하나가 아니라 다수로 존재한다.
p. 149~150
특정 문화에서 길러지고 배선된 사람의 몸에 들어있는 뇌는 특정 종류의 마음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본성은 하나가 아니라 다수로 존재한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뇌와 몸 간의 거래로부터 생겨난다. 그리고 당신의 뇌와 몸은 물리적 세계에 몰두하는 동시에 사회적 세계를 구축하는 다른 몸에든 뇌들에 둘러싸여 있다.
여기서 명확히 해두자. 나는 인간의 마음이 백지상태여서 선천적인 것은 하나도 없고 우리 모두 환경이 하라는 대로 되어간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또한 사람들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뇌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며 하나의 보편적 인간 본성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두 가지가 아닌 세 번째 가능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다양한 종류의 마음을 구성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배선될 수 있는 기본 뇌계획을 갖고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다양성은 종이 생존하는 데 필수이기에 인간으로서는 여러 종류의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찰스 다윈의 가장 큰 통찰 중 하나는 변이를 자연선택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식량 공급의 급격한 감소나 기온의 급격한 상승과 같이 환경에 막대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 변이가 별로 없는 종은 완전히 사라져 버릴 수 있다. 다양한 변이를 가진 종은 어떤 종류의 재앙이 닥치더라도 일부 생존자, 곧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구성원을 남길 확률이 높다.
p. 153
뇌에는 보편적 특징이 많다. 마음은 보편적 특징이 뇌보다는 좀 적은데, 이는 마음이 부분적으로 문화에 의해 세부 조정되고 가지치기되는 미세 배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인간의 마음은 보편적으로 정의할 만한 특징 같은 것이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널리 퍼져 있는 정신적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들이 보편적이지는 않다고 해도 아주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가 관계를 맺는 능력이다. 당신이 개인보다 집단을 더 중시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관련 지어 자기 자신을 정의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유용하다. 또한 당신이 집단보다 개인을 더 중시하는 문화에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마음을 갖는 것이 유용하다. 그러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어떤 문화에 살든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p. 156~157
당신의 뇌는 매 순간 당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요약하고, 당신은 그 요약을 정동으로 느낀다. 정동은 당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바로미터 barometer와 같다. 당신의 뇌는 끊임없이 신체를 위한 예산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정동은 당신의 신체예산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아니면 적자인지 암시해준다.
신체 신호가 정신적 느낌으로 전환되는 것은 여전히 의식의 위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다. 그것은 또한 우리 몸이 우리 마음의 일부라는 것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p. 158
당신의 마음은 여러 종류의 마음 중 하나일 뿐이며 당신이 가진 마음에 매여 있지도 않다. 당신은 마음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한다.
이러한 화학적 조정은 잠깐 동안만 지속된다. 더 오래 지속되도록 조정하려면, 앞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새로운 것들을 배워 뇌를 재배선할 수 있다.
p. 161
인간의 마음에 관한 한 변이가 있는 것이 정상이다. 우리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다수의 인간 본성을 말한다. 하나의 보편적인 마음이 있어야 인간이 하나의 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에 스스로를 연결시키는 매우 복잡한 두뇌뿐이다.
우리는 뇌가 인간 고유의 '다섯 가지 C'능력 세트로 만들어낸 사회적 현실에 살고 있다. 강력하지만 잘 변하고 조작에 취약한 사회적 현실은 인류의 업적이자 무기인 동시에 커다란 책임이다.
p. 166~169
우리는 인간의 뇌를 가지고 있으므로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현실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아는 한 다른 동물의 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사회적 현실은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이다.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어떻게 이런 능력을 발달시켰는지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내가 '다섯 가지 C'라고 부르는 능력 세트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바로 창의성 creativity, 의사소통 communication, 모방 copying, 협력 cooperation, 그리고 압축 compression이다.
첫째, 우리에게는 '창의적인' 뇌가 필요하다.
둘째, '국가'와 '국경' 같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다른 뇌와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뇌가 필요하다. 의사소통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대개 언어가 필요하다.
셋째, 우리는 조화로운 삶을 위한 법과 규범을 확립하기 위해 서로를 확실히 '모방'함으로써 배워나가는 뇌가 필요하다.
넷째, 광대한 지리적 규모로 '협력'하는 뇌가 필요하다.
다섯 가지 C 중 네 개인 창의성, 의사소통, 모방, 협력은 우리 종에게 크고 복잡한 뇌를 부여한 유전적 변화들과 함께 발달했다. 하지만 커다란 뇌와 높은 복잡성을 가졌다고 해서 사회적 현실을 만들고 유지하기에 충분한 것은 아니다. 다섯 번째 C에 해당하는 '압축'이 필요하다.
p. 175
인간에게서 다섯 가지 C는 서로 얽히고 강화되어 이 다섯 가지를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넘어가게 한다.
p. 177~178
사회적 현실은 놀라운 선물이다. 인간은 밈meme이나 전통, 법 같은 것들을 간단히 만들어낼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진짜로 여기게 되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 우리의 사회적 세계는 물리적 세계를 둘러싼 완충장치다. 작가 린다 배리의 명언처럼 "우리가 판타지 세계를 만드는 것은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에 머무르기 위해서다."
사회적 현실은 또한 커다란 책임을 동반하다.
사회적 현실에서 정말 놀라운 점은 우리가 그것을 만든다는 사실을 종종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자신을 오해하고 사회적 현실을 물리적 현실로 착각해 온갖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p. 180
모든 종류의 사회적 현실은 하나의 구분선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구분선의 윤리에 대해 논쟁을 벌이지만, 우리 모두가 그 구분선들을 강화할 때마다 좋든 싫든 어느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초능력은 당신이 그것들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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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벤저민 하디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Personality isn't permanent (9) | 2021.07.22 |
인나미 아쓰시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게> (14) | 2021.07.03 |
(삶이 바뀔 수도 있는 책) 대런 하디 < Compound Effect 인생도 복리가 됩니다 > (30) | 2021.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