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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2021
김용택의 사랑시 모음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시인이 자신의 시 중에서 사랑시를 모아 정리한 시집이다. 최근 작품도 일부 포함되어 있고, 김용택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들이 시집 곳곳에 들어있다.
p. 20
파장
네 마음 어딘가에 티끌 하나가 떨어져도 내 마음에서는 파도가 친다
p. 23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P. 26
인생
사람이, 사는 것이
별건가요?
눈물의 굽이에서 울고 싶고
기쁨의 순간에 속절없이
뜀박질하고 싶은 것이지요
사랑이, 인생이 별것인가요?
p. 65~66
그대 없을 때
그대 없이는 나 없는지
그대 없을 때 알았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바람이 불고
새가 울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그 길고 긴 시간,
그대를 기다리는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달이 뜨고
꽃이 피었습니다
꽃이 피고
달이 떠 있는
그 길고 긴 시간
꽃은 어이 그리 더디나 지고
둥근 달은
어찌 그리 오래
허공에 떠 있던지
그대를 기다리는
그 길고 긴 시간
그대 없이
나 없는지
그대 없을 때 알았습니다
p. 70
연애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나무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강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산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질 때 나무와 산과 강에게로 걸어가는 일은 아름답다 해가 질 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일만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
p. 79
슬픔
외딴곳
집이 없었다
짧은 겨울날이
침침하였다
어디 울 곳이
없었다
p. 91
참 좋은 당신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뒤란: 집 뒤 울타리의 안
p. 96
새잎
오늘이 어제인 듯 세월은 흐르는 물 같지만
새로 오는 봄
그대 앞에 서면 왜 이렇게 내 마음은
새잎처럼 피어나는지
어느 날인가 그 어느 봄날이던가
한 송이 두 송이 꽃 꺾으며 꽃 따라가다가
문득 고개 들어 나는 당신 안에 들어섰고
당신은 나에게 푸르른 나무가 되었습니다
오늘이 어제인 듯 세월은 자꾸 가지만
새로 오는 봄
그대 앞에 서면
새잎들은
왜 이렇게 만발해지는지
p. 106
그대에게 가는 길
사랑은
이 세상을 다 버리고
이 세상을 다 얻는
새벽같이 옵니다
이 봄
당신에게로 가는
길 하나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 길가에는 흰 제비꽃이 피고
작은 새들 날아갑니다
새 풀잎마다
이슬은 반짝이고
길은 촉촉이 젖어
나는 맨발로
흙을 밟으며
어디로 가도
그대에게 이르는 길
이 세상으로 다 이어진
그 길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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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8 - [북리뷰/문학반] - 김용택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2021.12.20 - [북리뷰/문학반] - [책] 김용택 시인,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드라마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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