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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할런 코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나에대한열정 2022. 9. 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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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벡은 8년 전,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베스를 잃었다. 결혼 7년 차인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 커플. 열두 살 때 첫 키스를 하고, 매년 첫 키스 기념일에 그 장소를 찾아와 나무에 줄을 그었다. 그날이 바로 열세 번째 줄을 나무에 새긴 날이었다.  근처 호수에서 같이 수영을 하다가, 먼저 엘리자베스가 물밖으로 나가고, 조금 뒤에 벡이 엘리자베스를 찾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다가 그녀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벡은 누군가에 의해 공격을 받고 호수로 떨어졌다. 

 

벡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그녀는 죽었다. 엘리자베스의 시체는 납치된지 닷새만에 발견되었는데, 그녀를 죽인 사람은 연쇄살인범인 킬로이였다. 경찰이었던 장인어른과 그의 동생이 엘리자베스의 시신을 확인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벡은 생각지도 못한 이메일을 한통 받게 된다. 엘리자베스가 살아있다면, 내일이 바로 스물한 번째 나무에 줄을 그으러 가는 날에. 이메일 제목은 그와 그녀의 이니셜, 그리고 스물한 개의 줄이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만이 알고 있는 단어에,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그녀의 모습에, 벡은 엘리자베스가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 다시 받게 되는 메일에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고,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말라는 덧붙임이 있었다. 이메일을 보낸 사람이 엘리자베스가 맞을까? 살아있다면 왜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누가 왜 장난으로 이런 이메일을 보내는 것일까? 여러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서, 벡은 자신이 그녀의 시신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다시 출발한다. 그녀는 살아있을까......

 

소설의 끝에 가서야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

시간순삭해버리는 소설. 가독성 끝판왕. 할런 코벤의 다른 소설을 찾아봐야겠다.

 

 

프롤로그 첫 문단: 그날, 바람결에 불길한 속삭임이 들려왔을지도 모른다. 뼈를 에는 한기가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혹은 엘리자베스나 내게만 느껴질 법한 희미한 노랫소리이든, 날 선 긴장감이든, 뭐가 됐든 판에 박힌 어떤 예감이 있었어야 했다. 살다 보면 언젠가 겪으리라 예상하는 불행들이 있다...... 모든 걸 한 순간에 바꿔 놓는 하나의 전환점. 그날의 비극 이전의 내 인생과 지금의 내 인생. 애석하게도 두 개의 삶 사이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다. 

 

 

 

 

 

 

 할런 코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들

 

 

p. 16
기억은 상처다. 좋은 기억일수록 특히 더.

 

 

p. 71
그들이 보고 있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p. 129
죽음은 위대한 스승이다. 비록 너무 가혹하더라도.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린, 비극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상투적인 표현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인생은 소중하다.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자. 작은 것이 소중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등등, 알고는 있어도 절대 내면화되지 않는 말들. 반면 비극은 뼈아픈 것, 영혼에 새겨지는 것이다. 행복해질 수 없는 것. 대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p. 140
아내는 내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나를 속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으니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그것은 아내가 내게 한 최초의 거짓말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아내에게도 자신만의 비밀이 있었던 모양이다.

 

 

p. 204
나는 이따금 상대의 외모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내릴 때가 있다. 한마디로, 인종에 대한 편견에 휘둘릴 때가 있다는 얘기다. 비단 나뿐이겠는가. 불량해 보이는 흑인 아이들을 피하려고 길을 건너는 것도 인종에 대한 편견이다. 그 상황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비치는 게 싫어 길을 건너지 않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흑인 패거리를 보고도 아무 생각이 없다면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뜻이고.

 

 

p. 246
오래전, 권총을 손에 쥐었었던 그 마지막 기억이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다시 쥐게 된 권총의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묘하게 안정을 주는 묵직한 느낌과 강철이 머금은 서늘한 기운, 그리고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 이런 내가 싫었다.

 

 

p. 352
자칫 파국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하지만 삶의 대부분의 문제는 그런 선택의 도마 위에 놓인다. 문제는 회색지대에 몸담는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영혼이 더렵혀진다는 등 사색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어느 한쪽을 선택했을 때 초래될 예측불허의 파멸까지. 문득 내가 처음부터 곧장 진실을 말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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