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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하 《흙에 발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될까》
사계절 곳곳을 스며드는 에세이다. 책의 목차가 봄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품고있는 겨울부터 시작한다. 꽤 괜찮은 느낌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식물을 느끼고, 그 호흡이 그림으로 내려앉고 글에 남아있다. 그리고 곳곳에 자신을 향하는 글들이 너무 좋다. 한곳에 오래 머물고 있는 느티나무가 지루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작가의 시선부터가 나를 어린시절로 돌려놨다.
햇빛가득 쏟아지는 오늘, 그리고 흐려질 언젠가, 옆구리에 끼고 다니다가 아무곳이나 펴서 읽어도 너무나 좋은 책.
🏷 p. 16
느티나무에게 남은 긴 시간 중 나의 이야기도 더해지면 좋겠다. 느티나무에게 남은 긴 시간 중 늘 느티나무를 찾아와 생각에 잠기곤 하던 사람 하나쯤으로 나를 기억해도 좋을 듯하다. 나뭇잎에 살던 곤충들처럼, 아주 작은 청개구리처럼, 잠시 쉬어가던 수많은 새들처럼, 함께 살아간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 p. 18~19
겨울나무는 군더더기 없이 자신을 비운다. 앙상한 겨울나무처럼 앙상했던 나의 몇 번의 겨울도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떨구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꽃도 피워보고 열매도 맺어보고 가지를 늘려가며 살다가도 꽃이 지고 열매도 떠나가고 가지가 꺾이기도 하며 또 다른 겨울을 맞는다. 📌 때론 외부가 아닌 스스로 가지치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겨울은 언제나 혹독하지만 지나온 겨울을 그저 힘들었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그 시간을 통해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다시 새 힘을 얻기도 하며 나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 p. 97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모습에서 내 삶을 비춰보게 된다. 일 년을 기다려 하루를 핀대도 그 한 송이를 아름답게 피워내는 꽃을 보며 나의 하루도 꽃처럼 정성을 다해 피워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꽃은 이렇게 말없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 p. 112
이곳에서 태어나 기억도 나지 않는 세 살 때까지윽 어린 시절을 보내고 도시에서 오랜 시간을 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건 원래 나의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이 나는 아주 마음에 든다. 창포에 딸려 온 좁쌀풀도 내 마음 같을까?
📌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아도 주어진 곳에서 또 다른 행복이 시작될 수 있음을, 좁쌀풀하고는 왠지 그런 대화를 오래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 p.134
📌 애써 이겨낸 잎도 스스로 놓아야 할 때가 있다. 계절을 거듭하며 나무들은 잎을 움켜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놓아야 할 때 미련 없이 놓아야 새로운 다음을 맞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짐작도 할 수 없는 혹독한 야생의 삶을 나무들은 고비마다 지혜로운 방법으로 묵묵히 견디고 살아낸다.
덧, 식물이 제법있는 카페에서 이 책을 읽는데, 사장님이 비비추모종을 들고와서 주셨다. 식물들의 사진을 찍고 식물이 보이는 책을 읽고 있으니, 비비추와도 인연이 생긴다.
잘 키워야지❤️
덧, 왜 그랬는지 평소와는 다르게 책 끝의 편집자의 말 부분을 먼저 읽었다. 책이 시작된 계기, 만들어진 과정. 어쩌면 평범해보일 수 있는 내용이, 마치 연필로 꾹꾹 담아 쓴 편지 같았다.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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