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이맘때가 되면 자몽, 라임, 레몬, 생강, 대추, 배, 키위 등을 두세 박스씩 사서 하루 종일 앉아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왜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냥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 해를 마무리라도 하듯이 그렇게 연례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담을 병들을 사서, 그냥 주위에 의미 없이 나눠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맙게도 내게 현타가 왔다.(혹시나, 현타를 정확히 인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친절한 나열정씨가 되어본다. 현타는 보통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현자타임의 준말로, 여기서 현자는 어질고 총명하여 성인 다음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보통 욕구에서 벗어난 무념무상의 경지에 있는, 해탈의 경지에 오른 느낌이 들 때 쓰는 표현이다.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