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 12

[책] 임경선 산문 <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산문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한 친구가 이 책의 한 구절을 읽어줬다. 그 부분에 끌려 책을 구매했는데, 구매할 때 드는 생각은 이렇게 시집처럼 얇은 책을 왜 이리 비싸게 판매하는가였고,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남의 가정을 엿본 느낌이었다. 심지어 내가 끌린 대목은 이 사람의 글이 아니라 인용문이었다...... 아놔...... 물론 읽는 동안, 재미는 있었다. 가볍게, 아주 가볍게 말이다. 대체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란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 p. 11 작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하지현 선생님이 한 번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그 사람의 작은 단점 열 가지에도 내가 그 사람을 견디고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무르고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북리뷰/문학반 2021.11.29

[책] 게리 비숍 <나는 인생의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게리 비숍 Wise as fu*k 가끔은 내가 확신하고 있는 것들을 다른 각도로 건드려주는 순간들이 필요하다. 긍정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정적인 생각의 파워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항상 다른 이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강조해왔다. 강요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중요한 다른 부분 한 가지를 빼고 긍정을 말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 긍정 뒤에는 반드시 행동이 따라줘야 된다는 것. 그렇게 해야만 그 긍정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살다가 힘이 빠질 때, 잘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은 필요 없다. 일단 움직이자. p. 42~43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더라도 문제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평가받기를..

(레몬 생강청) 환절기에 좋은, 쓴맛 없는 레몬 생강청 만들기

요즘 한창 제철인 생강은, 감기예방뿐만 아니라 몸을 따듯하게 하는 데에도 너무 좋다. 이런 생강을 아이들에게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바로 레몬생강청이다. 레몬은 굵은 소금과 베이킹소다로 문질러서 깨끗이 씻어주고, 물기를 제거해준 다음, 채칼로 얇게 썰어준다. 레몬손질에서 가장 키포인트는 레몬씨를 제거하는 것이다. 레몬씨를 빼지 않고 청을 담그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쓴맛이 우러나와서 먹기에 참 괴로운 맛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레몬씨를 제거하는데 과도를 쓰기도 하고, 포크를 쓰기도 해봤는데, 게살포크로 빼내는게 가장 효율적이었다. 생강은 물에 15~20분정도 담가뒀다가 칼이나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겨주면 쉽게 제거 할 수 있다. 생강사이사이는 어렵게 벗겨낼 생각하지 말고, 톡톡 분질러서..

끄적끄적 2021.11.19

(수성구 두산동 디저트 카페) 눈과 입이 너무 즐거운 '목련양과'

수능날 아침, 늦은 등교를 하는 작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딸아이와 에 다녀왔다. 주변 카페를 검색하다가, 맛있어 보이는 디저트 사진에 찜콩을 해두었던 곳이다. 11시 오픈하는 곳에,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1시 5분쯤? 수능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일인 덕분인지, 아니면 아직은 손님이 없을 시간인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난 이렇게 아무도 없을 때가 제일 좋다. 일명 핫플이라는 장소에 가면, 인테리어든, 맛이든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기가 뺏기는 느낌을 참 견뎌내기가 힘들다. 이곳에서도 두 테이블에 손님이 더 들어오면서 나왔다는 건 안 비밀이다. 메뉴판은 주문하는 곳에 있었는데, 주문을 다 한 이후에 메뉴판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사진을 찍었다. 너무 흔쾌히 괜찮다고 돌아오는 대답에..

끄적끄적 2021.11.19

(끄적임) 인생은, 아니 부부간의 관계는 계절을 닮았다.

며칠 전만 해도 아이랑 학교 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은행나무를 보며 왜 아직도 노랗게 안되냐고 걱정(?)을 했었다. 다른 나무들은 벌써 색이 바뀌고, 심지어 잎사귀들이 제대로 안 남아 있는 것도 있는데, 왜 저 은행나무는 색도 안 변하냐고 말이다. 그런데 비가 오고 날씨가 좀 쌀쌀해지더니, 조금씩 노란 잎들이 보였다. 그러더니 어느새 이렇게 황금길을 쏟아놓는다. 역시 자연은 걱정할 대상이 아니었다. 알아서 살아갈 것을...... 요즘은 계절탓인지, 계절처럼 물들고 있는 나이 탓인지, 삶을 조금은 뒤돌아보게 된다. 후회라는 것을 하는 성격은 못되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성숙하지 못해서 부드러울 수 없었던 시기를 말이다. 동갑내기 옆지기와는 1년남짓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분명 난 독신주의자였..

끄적끄적 2021.11.17

(끄적임) 2021년 11월의 도서목록

책을 소개하는 블로그들을 둘러보다가, 괜찮은 거 같아서 해보기로 했다. 바로 그 달의 도서목록을 올려보는 것. 물론, 완전히 똑같이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매달초에 이번 달은 이런 책을 읽어야지~라는 결심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블로그들은 새로운 달을 시작하면서, 이번 달은 이런 책들을 보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경우에는, 워낙 여러 책들을 한 번에 읽는 나름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늘 새로 읽고 싶은 게 생기면 읽던 책을 접어두고 끌리는 책을 먼저 잡는 타입이라, 늘 의도하지 않았던 책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한 달의 중간쯤 읽었던 책과 마무리할 책들을 올려보기로 했다. 물론 이 글을 올린 이후에도 새로운 책들이 추가될 게 뻔하지만. 새로 추가돼서 마무리가 지어진 책..

끄적끄적 2021.11.17

(끄적임)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밤 한 자루가 왔다.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한솥을 삶아놓고 껍질을 벗긴다. 이 생각 저 생각 사이로, 예쁜 밤알들이 나온다. 그리고 밤을 좋아했던 누군가도 같이 나온다. 혼자만의 글을 쓰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는 마치 비밀일기처럼 아무에게도 내뱉지 못하고 쏟아놓는 글들이 있다. 내가 직접 써놓은 글도 있고, 누군가 나에게 써주거나 보낸 글들도 있다. 잊지 않기 위해서 남겨놓은 글들도 있고, 떠나보내기 싫어 지우지 못한 글들도 있다. 어느 순간 이후로는 잠시 머물다가 빠져나오기만 하고, 더 이상 기록되지 않는 공간. 간간이 들려,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지워나가는 공간. 그렇게 마음을 매듭짓고 다독거리는 그런 곳. 이상하게 이 계절을 더 시리게 만드는 누군가의 글속에 끼워져 있던 노희경 씨의 글. 이 글로..

끄적끄적 2021.11.15

(끄적임) 마음이 으슬으슬...가을타는 여자사람.

작년까지만 해도 이맘때가 되면 자몽, 라임, 레몬, 생강, 대추, 배, 키위 등을 두세 박스씩 사서 하루 종일 앉아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왜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그냥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한 해를 마무리라도 하듯이 그렇게 연례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담을 병들을 사서, 그냥 주위에 의미 없이 나눠주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맙게도 내게 현타가 왔다.(혹시나, 현타를 정확히 인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친절한 나열정씨가 되어본다. 현타는 보통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현자타임의 준말로, 여기서 현자는 어질고 총명하여 성인 다음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보통 욕구에서 벗어난 무념무상의 경지에 있는, 해탈의 경지에 오른 느낌이 들 때 쓰는 표현이다. 다른..

끄적끄적 2021.11.12

(끄적임) 농업인의 날 & 빼빼로 데이 그리고 까까 사 먹는 날.

일명 오리지널 빼빼로, 롯데 빼빼로는 1983년에 내가 국민학교 시절에 등장했다. 기존에 다른 과자와는 너무 다르게 생긴, 톡톡 끊어먹는 재미에 인기가 참 많았던 초콜릿 과자였다. 그런데, 이 빼빼로가 롯데의 효자상품으로 등극하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에 다가서면서이다. 부산의 어느 여중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11월 11일이 1이 4개라, "키 크고 날씬해져라라는 의미"로 친구들끼리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다. 갑자기 빼빼로의 판매량이 늘어나자, 본사에 보고가 들어갔고, 이를 롯데에서는 본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했다.(처음부터 이것조차 마케팅의 시작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진실이 밝혀진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처음에는 키 크고 날씬해져라의 의미보다, 11월 11은 길쭉길쭉한 빼빼로 같은..

끄적끄적 2021.11.11

(끄적임) 마리모가 떠오르면 행운이?

우리 집에 살고 있는 마리모 5개(?). 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골프공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를 받아오면서 함께 하게 되었다. 사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도 한번 받아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도대체 이게 뭔가 싶어서 어항 위에 작은 통에 넣어두었다가 어디론가 없애버린(?) 기억이 있는터라, 이번에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그냥 아이 책들 앞에 미니컵에 넣어 두었다. 그런데 뭔가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마리모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리모한테 밥이 있었나? 그럼 그동안 우리 집에 있는 건 굶은 건가? 이게 무엇을 먹을 수 있는 존재였나? 정말 순간적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녹조류인 식물인데...밥이라니...그런데 이름이 마리모밥이고, 정확히는 마리모 영양제였다. 그럼 그걸 넣어주면 어떤..

끄적끄적 20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