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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시집 p. 58~59 호수 호수 위 작은 배 하나 마주 앉아 기도를 마치고 부둥켜안는 두 사람을 보았습니다 끌어안았던 팔을 풀자 한 사람이 일어났습니다 배는 흔들리고 다른 한 사람도 놀라 일어나자 위태롭게 다시 배가 휘청였습니다 먼저 일어난 한 사람이 물로 뛰어들더니 헤엄을 쳐서 배로부터 멀어져 갔습니다 멍이 드는 관계가 있습니다 멍이 나가는 관계가 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첫 별은 잠시 후면 이 호수에 당도해 홀로 남은 채로 멍이 퍼지고 있는 한 사람을 끌어줄 것 입니다 호수 위에 작은 배 하나 고요밖에는 아무 일도 없는데 푸드덕 물새가 날아오릅니다 아무 일도 없는데 꽃이 피고 피는 건 꽃도 어쩌지 못해서랍니다 p. 60~61 새 자면서 누구나 하루에 몇 번을 뒤척입니다 내가 뒤척일 적마다 누군..

북리뷰/문학반 2021.12.09

(끄적임) 그렇게 시작되었다. 1

고3, 3월 27일. 첫 모의고사 본 날. 따르르릉~따르르릉~ "네" "안녕하세요? 요즘 문제 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전화조사를 하고 있는 학생인데요, 잠시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관심 없습니다." (뚝!) 따르르릉~따르르릉~ "네" "폰팅하실래요?" 분명히 조금 전에 전화를 걸었던 그 남학생의 목소리였다. "조금 전에는 사회문제를 조사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폰팅입니까? 할 일 없으면 영어단어나 더 외우죠? 전화 끊겠습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말투가 아저씨같은 거 알죠? 그러지 말고, 잠깐만 대화 좀 하죠?" "아저씨 같은 사람이랑 대화해서 뭐하게요? 그리고 오늘 제가 생각보다 시험을 못 봐서 기분이 아~~ 주 엉망이거든요. 말하기도 귀찮으니까, 그만 하죠. 전화 끊습니다."(뚝!..

끄적끄적 202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