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227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 마>

태어나게 된 이유 자체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장기를 주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라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부품과 같은 존재로서의 인간.그런 존재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의 제한된 삶, 알고 나서 느끼게 될 두려움. 그래도 '하나의 생명으로, 인간으로' 태어난 것인데... 생명의 우열에 대하여, 무엇이 옳고 그른 것 인지에 대하여, 인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기적 발현들에 대하여, 혹시나 이런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하여...너무 많은 것을 품어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p. 30~31상대가 자기가 만든 물건들, 그리고 자기가 상대가 만든 물건을 사적인 보물로 삼는 일이 어떻게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헤일셤에서 어떤 대접을 ..

북리뷰/문학반 2020.11.14

손원평 <프리즘>

이 소설에는 네 명의 주요 인물이 있다. 예진, 도원, 호계, 재인.드라마처럼 현실에서 우연(?)으로 엮이어 있는 관계.그렇지만 하나하나의 상황들이 흔하지 않더라도 분명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그래서 잘읽히지만, 그래서 조금은 불편하고 아쉬운. p. 48결국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을 거다. 대개의 경우, 시작은 다르지만 과정은 비슷하고 결과는 언제나 똑같은 법이니까. p. 118심심함과 외로움의 차이는 뭘까.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인가.짧고 긺의 차이인가. 깊고 얕음의 차이인가. 그렇다면 역시 나는 깊이가 없는 사람인걸까. 아니면 쉽게 마음을 작동시켜버리는 가벼운 사람인가. 그러나 결코 심심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분명히, 정말로, 확실히 그렇다. 예진은 다짐하듯 생각해보지만 그럼에도 마..

북리뷰/문학반 2020.11.13

배철현 <승화>

좋아하는 몇 권의 책이 언급되어 읽었다는 흔적만 남긴다. 고전문헌학자라고 소개되어 있던데...내가 아는 그 범주는 아닌듯하다. 한 권의 책으로 평가한다는 게 뭐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게 보여질 때도 있는 법이니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인생의 구원은 개별 사물의 전체적인 실체와 그 소재와 그 원인을 꿰뚫어 본 뒤, 온 마음을 바쳐 옳은 것을 행하고 진실을 말하는 데 달려 있다. 선행에 선행을 이어, 그 사이에 조그만 틈도 주지 않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 - 아우렐리우스 12. 24 p. 44로마 정치가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세네카는 네로 황제로 부터 자살을 명령받은 65년에 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행운이라는 것은 대중에게도, 비열한 사람에게..

사이토 다카시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사실 나에게 '사이토 다카시'라는 이름은 한때 좋아했던 일본인 야구선수이름이 먼저다. 90년대와 2000년대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던, 지금은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투수코치로 있는. 그래서 이 책을 쓴 저자의 이름을 볼 때마다,,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 투수를 떠올린다. 국내에 워낙 번역되어 있는 저자의 책이 많아서, 나와 같은 사람은 그닥, 아니 전혀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다시 읽을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 시간에 니체의 책을 다시 읽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100% 그렇다"이다. 이유는 니체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책이기 떄문에. 쉽고 편하게 읽을..

구병모 <네 이웃의 식탁>

서울 근교의 실험공동주택. 전세난과 저출산에 대한 일종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전원주택.입주 조건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42세 이하의 부부로, 맞벌이는 안되며, 아이를 세 명 낳는 것이 입주 유지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입주하여, 모인 네 가족의 이야기. 외떨어진 곳에 아직은 입주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의 관여와 잡음이 시작될지.내 의지와 생활과는 무관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무리 생활.결과의 반전 같은 것은 기대되지도, 일어나지도 않았지만...그냥 술술 읽히는, 그러면서 건조하고 답답한. 어줍잖은 정책으로는 희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출산을 전제로 한 삶의 구속. 의도치 않은 육아의 독박. 닫힌 공간에서의 필요 없는..

북리뷰/문학반 2020.10.29

하노 벡 <부자들의 생각법>

책의 원제는 Geld denkt nicht이다. 즉, '돈은 생각하지 않는다'이다. 이라는 조금은 상술적인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으나, 책 자체는 너무 너무 좋다.중고책으로 구매를 했는데, 새 책으로 한 권을 더 사야겠다. 내 아이들이 조금 더 컸을 때 꼭 읽게 하고 싶은 책이다. (가끔은 너무 좋은 책인데, 절판이 되어 중고로도 구입이 어려운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개정판이 혹시라도 나오면? 또 산다.ㅎㅎㅎ) 여기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건 참 어렵다. 쉽게 풀어 쓰는 이론에 덧붙여 이해하기 쉽게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까지 옮기기에는 책을 통째로 붙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사실은 혼자서만 알고 싶은 얘기들도 많다. 그러나 같이 성장해야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북리뷰/경제반 2020.10.28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F. Nietzsche (1844~1900) 철학서인 이 책을 비문학으로 분류할까하다가, 독일에서도 문학적인 가치로 인해 세계문학파트에서 이 책이 출간되고 있다고 하여 문학으로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하긴 위 사진의 민음사에서도 세계문학전집에 속해 있기는 하다. "나는 마키아벨리보다 훨씬 더 나쁜, 악한 책 한 권을 쓰겠다" 중에서. 세상에는 진짜보다 우상들이 더 많다. 이것이 이 세계에 대한 나의 '사악한 시선'이자 나의 '사악한 귀'이다. 여기서 한번 망치를 들고서 의문을 제기해 본다. 중에서. 내 말을 믿어라. 실존의 가장 커다란 결실과 향락을 수확하기 위한 비결은 "위험하게 사는 것"이다. 중에서.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보여주듯이, 니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페르시아 현자인 조로아스터교의..

북리뷰/문학반 2020.10.28

BJ포그 <습관의 디테일>

TINY HABITS,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사소한 행동 설계 습관의 디테일 나에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위로 받을 수 있었다는 것.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라는.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하면 습관을 들이는데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알려줬다는 것이다. 막연히 알고 있던 것을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내가 세운 일정을 하나 공개한다면. '아침마다 일어나면 물을 마셔야지'라는 계획을 수 십 번을 세웠어도 행동이 되지를 않았다. 물마시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왠지 빈속에 마시면 속이 부담스럽다는 느낌적인 것도 있었다. 이 책의 방법에 따르면 접근할 수 있는 행동을 작게 쪼개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바꿔보았다. 일어나자마자 ..

스콧 교수의 <인생경제학>

책 표지에 써있는 원제를 보면 The Algebra of Happiness 이다. 행복의 대수학. 행복을 풀어가는 방정식이라고나 할까? 행복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할까? 표지에 써있는 글들은 모두 마케팅 용도다. 그 글귀들에 끌려서 책을 사게 된 나에게는. p. 24만약 그 모든 것을 잘해서 균형을 잡는 것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천재가 아닌 한 당신은 경제적 안정의 상위단계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커리어를 향한 오르막길의 경사도는 무자비하게도 대학 졸업 후 첫 5년안에 결정된다. 그 길의 경사가 가파르기를 바란다면 청춘을 불사르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노력없이 얻는 것은 없다. 열심히 노력해라. 정말로 열심히 해라. 요즘 '정말로 열심히 하라'라는 ..

북리뷰/경제반 2020.10.22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너무나 애정하는 시집 중에 한 권.좋은 시가 너무나 많이 실려 있지만, 그 중에 몇 편만... 한계선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스스로 설정해 놓은 무언가에 갇힐 때가 있었다. 하물며 왜 답답한지도 모르고 있었던 그런 때. 그때 만났던 글귀가 바로 이 이라는 시였다. 그제서야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는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

북리뷰/문학반 2020.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