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208

존 맥스웰 쿠체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남아공에서 태어난 네덜란드계 백인이지만, 영어권에서 주로 활동하고, 작품도 영어로 썼기 때문에 이름이 쿠체보다 쿳시(쿠시)라는 영어식 발음으로 쓰인 경우가 많다. (1983)와 (1999)으로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다는 전례를 깨고 부커상을 두차례 수상한 남자. 그러나 상업성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수상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2003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면서, 이런 수상작들이 아닌 쿠체의 첫작품으로 를 선택한 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를 그 주인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책 내용에는 역사적인 사실과 허구가 혼재되어 있어서, 실존인물이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도 있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속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에서 표도르의 사생아였던 파벨이 여기서는 도스토예..

북리뷰/문학반 2020.09.27

마르그리트 뒤라스 <고통>

심 이 책은 1943~1945년, 나치에 의해 포로수용소에 정치유형수로 끌려갔던 남편 로베르 앙텔므를 기다리는 동안과 돌아온 이후 회복하는 단계까지 쓴 뒤라스의 일기와 몇편의 짧은 이야기가 덧붙여있다. 두껍지도 않은 이 책을 읽으면서 몇십번의 심호흡을 해야 했는지...얼마나의 초콜릿을 먹어야 했는지... 그녀가 느낀 모든 고통과 두려움과 치욕이 나를 짓눌렀다. 내게 이렇게 전달되는 이 떨림이, 힘겨움이 그녀에게는 어떠했을까...견뎌줬음에 감사할 뿐이다. 2부에서 등장하는 에서 피에르 라비에라는 남자. 단편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남편 앙텔므를 체포했던 게슈타포인 샤를르 뒤발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편이 강제수용소에 있는 동안, 남편을 구하기 위하여 뒤발의 정부였었다는 말이 있으나, 그녀의 글..

북리뷰/문학반 2020.09.27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오노레 드 발자크의 작품집 !!! 이 작품집에는 소설 90편에 2000여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 직후부터 1848년 2월 혁명 직전까지, 프랑스의 그 당시 사회상과 다양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에 포함되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이다. 90여편의 소설중에 의 위치는 발자크를 연구하는 프랑스 문학계에서도 인정하듯이 그 중심에 있다. 제일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작중인물의 재등장 기법"이다. 즉, 한 소설에서 등장한 인물이 다른 소설에 다시 등장하는 것. 이는 발자크 스스로도 대담한 시도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 기법이 처음 시도된 게 바로 이다. 또한 개인의 운명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유전과 개인이 처한 환경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는 것을 ..

북리뷰/문학반 2020.09.27

아멜리 노통브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의 1992년 데뷔작. 스물두권의 소설을 내놓은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 83세의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지만, 비만에 몸도 건강하지 않고 세상에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암에 걸려 두달뒤쯤 사망하게 될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전세계 기자들이 몰려들게 되나 소수의 기자들에게만 인터뷰가 허락되게 된다. 그가 걸린 병은, 한 세기 전에 '강간 및 살인죄로 감옥살이를 하던 여남은 죄수들'에게서 그 증세가 발견된 뒤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이라는데... 타슈는 다섯명의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마지막 한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타슈의 미완성 작품 의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p. 65사심없는 친절의 본질은 알아보기 힘들다든가 알아볼 수 없다든가 보이지 않는다든..

북리뷰/문학반 2020.09.26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

188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원서인척하는 한글판! ^^ 읽는 중간중간...오스카 와일드의 이 생각났다. 내가 한 행동인 것을 아무도 모른다면? 내 얼굴에 내가 한 행위의 결과들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무슨 행동이든 할 수 있을까......뜬금없이 은 언제 발표했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1891년! 산업혁명이후 빅토리아 시기의 영국은 경제적 부흥에 이은 겉치레와 체면존중, 도덕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가, 19세기 후반에는 가치관의 쇠퇴로 퇴폐의 시기에 접어든다. 이런것들이 문학속에 그대로 드러나니 어찌 괜찮은 작가의 작품들이 쏟아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p. 112내가 지금의 이 모습이 된 것은 특별한 타락때문이라기보다 이처럼 높은 지위를 열망하는 나의 본성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북리뷰/문학반 2020.09.26

히라노 게이치로 <마티네의 끝에서>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가... '마티네'는 불어의 matin(마탱);오전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연극이나 음악회의 낮공연을 가르키는 예술경영용어이다.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마키노 사토시, 프랑스 RFT통신의 기자인 고미네 요코...약혼자가 있던 요코와 사랑하게 된 마키노. 그러나 그 둘의 사랑은... 인생에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사살을 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그것이 내게 아주 깊은 상흔으로 남을지언정. 잃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잃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그게 현실이 되면, 알면서도 피하고 싶고, 외면하게 되는 것이 또한 인간의 마음인듯하다. 언제나 선택에 대한 판단..

북리뷰/문학반 2020.09.26

김진영의 애도일기 <아침의 피아노>

키케로의 표현처럼 인생이 갑자기 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에 걸쳐 소멸되어간다 할지라도, 병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순간에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면 그 느낌은 '갑자기'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과 더불어 참 괜찮은 존재, 참 행복한 존재의 사그러짐을 끌어안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슬프지만 따듯했다. p. 25나는 이 잘 웃는 여자를 떠날 수 있을까. p. 44뜻없는 것들에게도 소리가 있고, 그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바람 부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사람의 마음도 본래 아무뜻없이 제 갈곳으로 흐르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 마음안에 그토록 많은 뜻과 의미를 품고 담아 사람도 세상도 그토록 시끄러운 걸까. p. 51흐른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

북리뷰/문학반 2020.09.26

이언 매큐언 <이런 사랑>

과학저널리스트 '조'와 그의 여자친구 '클라리사'는 피크닉을 간다. 행복한 시작의 순간에 누군가의 비명소리와 함께 돌풍에 중심을 잃은 열기구가 떠있는게 보이고...근처에 있던 여러명이 그곳으로 달려가 열기구의 로프들에 매달린다. 물론 '조'도. 열기구 안에는 어린아이가 있었고, 이 아이를 살리고자 모두 안간힘을 쓰지만, 누군가 먼저 로프를 놓게되자 한명씩 모두 놓아버린다. 단 한명, 존 로건만 제외하고. 끝까지 매달려있던 그는 결국 견디지 못하게 추락하게 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하여 '조'에게는 삶의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고. 원제는 이다. 영원히 지속적인 사랑이라는게 가능할까. 이기적인 인간에게...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사랑하..

북리뷰/문학반 202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