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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셋 모옴 <인생의 베일>

서머셋 모옴 원제는 the painted veil이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가 1818년에 발표한 소네트 "Lift not the painted veil..."을 소설의 모티브로 삼았고, 소설의 제목으로 했다. '사람들이 인생이라 부르는 페인티드 베일', 번역에 따라 오색의 베일, 유색의 베일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 책에서는 '인생의 베일'이라고 하고 있다. 베일로만 가려져도 선명하게 인식하기 어려운데, 거기에 채색까지 되어 있으니 베일 너머를 제대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또한 베일 너머의 사람은 자신을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어떤 가식으로 보여주려 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단테의 중 2부 연옥편의 제5곡 마지막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단테의 p. 52나..

북리뷰/문학반 2020.12.08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버지니아 울프 책시작 부분에 "V. 색빌웨스트에게"라고 씌어 있는데, 주인공 올랜도는 버지니아 울프가 사랑했던 비타 색빌-웨스트(영국의 여류시인이자 소설가)를 모델로 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얘기는 라는 책리뷰 포스팅에서 하고자 한다. 엘리자베스 1세 시절, 올랜도는 16세의 아주 잘생긴 젊은 귀족이다. 그에게 반한 엘리자베스 1세는 그에게 관직을 주고 영국의 최고훈장인 가터훈장을 달아준다. 그 뒤로 그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그의 부모에게 거대한 저택을 양도한다. 무려 방이 365개이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1세는 사촌동생인 토마스 색빌에게 이 저택을 양도하는데, 바로 비타 색빌웨스트의 집안이다.) 템즈강의 서리축제에서 러시아공주(사샤)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로부터 실..

북리뷰/문학반 2020.12.04

우리 좀 더 쿨해지면 안되겠니

나는 나를 드러내는 걸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성격탓인지, 내게 생긴 문제를 설명하는 것도, 이해시키는 것도, 스스로 내켜서 한 적은 별로 없는 거 같다. 어차피 내 편인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것이고, 아닌 사람들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려하거나 납득하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부딪히는 것들이 생겼다. 내가 생각했던 것들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내 편이라 여겼던 사람들조차 때로는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하더라는 것.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달라지니, 그 시각으로 해석하고, 오해하고, 섭섭해하고... 그나마 이유라도 건네 들을 수 있는 상황이면 해결이 될텐데, 무언가 시도라도 해볼텐데. 그것조차 하지 않더라는. 우리 좀 더 쿨해지면 안되겠니? 사는 게 점점..

끄적끄적 2020.12.03

내가 원하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몸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모르겠는 격정적인 섹스도 아니고,내가 좋다고 속삭여주는 달콤함도 아니고,보는것만으로 심장이 쿵쿵대는 설레임도 아니고,아무 의미 없이 툭닥대고 주고받는 말상대도 아니고, 무언가를 문득 같이 하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마주보는 것만으로 편한 사람도 아니고,무작정 함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도 아니고,시도 때도 없이 기다려지는 사람도 아니고,신난다고 짱구춤을 추는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도 아니고. ......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아니라고 나열한 것들조차 함께 하고 싶을 듯.

끄적끄적 2020.12.02

아이히만 쇼(2017)

아이히만 쇼(2017) 1945년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5천만명의 사망자 중 600만명이 유대인이었다. 이에 나치 지도자들이 체포되면서 1급 지명수배자로 거론된 인물이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이었다. 그는 유대인 문제의 최종해결책을 계획한 나치의 친위대 장교였는데, 이스라엘 비밀첩보부는 15년간의 추적 끝에 아르헨티나에서 그를 체포헀다.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명을 쓰고 있던. 이 영화는 아이히만이 실제 이스라엘 법정에서 재판 받는 과정을, 그 당시 실제 방영되었던 방송부분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4개월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카메라에서 보여지는 아이히만의 변하지 않는 무표정. 증거들로 쏟아지는 유대인들의 처참한 모습, 증인들이 말하는 그 때의 상황들. 그냥 책으로만 보는 것하고는 남아있는 느낌이 너무 다..

무비리뷰 2020.11.26

시몬느 드 보부아르 <위기의 여자>

시몬느 드 보부아르 의 원제는 La Femme Rompue인데, rompue는 '관계가 끊어진, 계약이 깨진'의 의미를 갖는다. 동사 rompre는 관계를 끊다, 연인과 헤어지다라는 의미.우리말로 뭐라고 하면 의미 전달이 매끄럽고 쉬웠을까. 적어도 위기...는 아닌거 같다. 그리고 이 표지는 아니지 않는가. 소설을 안읽었던지, 이 그림을 모르던지. 모딜리아니가 사랑한 잔느의 그림을, 이렇게 이런 이야기의 표지로 삼는다는 건, 옳지 않다. 어쩌면 이리도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세상의 중심이고 모든 것일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어찌나 속이 터지고 답답하던지. 애인이 생겼다는 남편 모리스의 고백에 삶의 모든 빛을 잃어버리는 아내 모니크.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사이의 한 여성에게서, 보부아르가 느꼈던 감정이 어느..

북리뷰/문학반 2020.11.25

이터널 선샤인(2005)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2005) 조엘(짐 캐리)은 말이 없고, 수줍어하고, 소극적이고, 원칙적이고, 반면에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수다스럽고,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때로는 즉흥적이고.이렇게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에게 끌려하지만,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고, 클레멘타인은 조엘이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결국, 클레멘타인이 먼저 기억을 지워주는 '라쿠나'사를 찾아가게 되고, 클레멘타인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는 걸 알게 된 조엘 역시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작업을 하게 된다. 먼저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물건들을 한데 모아서 치우고, 뇌 속에 지도를 만들고, 그 사람과 함께 한 인생을 비우는 것이다...

무비리뷰 2020.11.24

미 비포 유(2016)

미 비포 유(Me before You, 2016) 일하던 카페가 문을 닫게 되어 일자리를 잃어버린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직장을 다시 구하던 중, 집에서 거리도 멀지 않고 보수도 괜찮은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신마비 상태인 윌(샘 클라플린)의 6개월 임시 간병인. 윌은 부족한 것 없는 잘나가는 젊은 사업가였으나, 2년전 오토바이에 치여 가슴밑으로 신체의 모든 부분이 마비되었다. 사고 후, 폐쇄적이고 까칠하기만 한 윌은 루이자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어느 날, 루이자는 윌이 스위스 병원에 안락사를 신청해 놓고, 지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기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루이자는 안락사를 결정한 윌의 선택은 자신을 만나기 이전에 결정한 것이고, 그런 윌를 대신하여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무비리뷰 2020.11.23

파스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은 책. 간만에 인생책을 한 권 추가한다.줄거리가 있으나 줄거리가 필요 없는 책. 오히려 그것에 초점을 맞추면 책의 의미가 없어지는 책. p. 25그가 라틴어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문장들이 과거의 모든 침묵을 자기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었고, 뭔가 대답하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언어는 온갖 소란스러움에서 떨어져 있었고, 확고부동하며 아름다웠다. p. 28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p. 33오늘 오전부터 제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문두스 노릇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삶이 어떤 모습일지 저도 모릅니다만, 미룰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북리뷰/문학반 202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