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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분위기(2016)

수정(문채원)은 화장품 회사의 팀장으로, 농구스타인 강진철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출근하자마자 강진철이 잠적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그가 있다는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타게 되고. 강진철의 소속사 담당자인 재현(유연석)은 NBA계약을 앞두고 강진철을 찾으러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타게 되고. 그리고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두 사람.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아 재현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구요, 반했거든요." 어이없고 황당한 대사.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이 대사를 한번쯤은 말하고 싶어진다. 이 영화는 원나잇이라는 것에 주안점을 두지 말고, 수정(문채원)의 인식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 볼만한 영화이다. 10년동안 한남자만을 바라보며, 그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

무비리뷰 2020.11.08

배철현 <승화>

좋아하는 몇 권의 책이 언급되어 읽었다는 흔적만 남긴다. 고전문헌학자라고 소개되어 있던데...내가 아는 그 범주는 아닌듯하다. 한 권의 책으로 평가한다는 게 뭐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게 보여질 때도 있는 법이니까.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인생의 구원은 개별 사물의 전체적인 실체와 그 소재와 그 원인을 꿰뚫어 본 뒤, 온 마음을 바쳐 옳은 것을 행하고 진실을 말하는 데 달려 있다. 선행에 선행을 이어, 그 사이에 조그만 틈도 주지 않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 - 아우렐리우스 12. 24 p. 44로마 정치가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세네카는 네로 황제로 부터 자살을 명령받은 65년에 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행운이라는 것은 대중에게도, 비열한 사람에게..

미안해, 사랑이라 불러서 (2020)

누군가 당신을 떠난다면 그 사람을 붙잡고 싶은가? 그 사람의 마음까지도? 하지만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존재한다. 알렉스(다니엘레 리오티)는 광고 회사의 잘나가는 디렉터이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자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거절당하고 방황을 하게 되는데, 그런 그의 인생에 니키(팔로마 블로이드)가 등장한다. 무려 스무살이나 어린 열아홉의 그녀. 39세의 남자와 19세의 여자...19세를 미성년에서 접근하다보니 마음이 더 심란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19세인지도 모르겠다. 설정으로 그렇게 알고 볼 뿐.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냐에 따라 옳지 않을 수도 있고, 아름다울 수도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이차이에 대한 생각보다는 그냥 이쁘다는 생각만 했던 거 같다. 적어도..

무비리뷰 2020.11.01

사이토 다카시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사실 나에게 '사이토 다카시'라는 이름은 한때 좋아했던 일본인 야구선수이름이 먼저다. 90년대와 2000년대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했던, 지금은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투수코치로 있는. 그래서 이 책을 쓴 저자의 이름을 볼 때마다,,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그 투수를 떠올린다. 국내에 워낙 번역되어 있는 저자의 책이 많아서, 나와 같은 사람은 그닥, 아니 전혀 없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다시 읽을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 시간에 니체의 책을 다시 읽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100% 그렇다"이다. 이유는 니체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책이기 떄문에. 쉽고 편하게 읽을..

평일 오후 3시의 연인(2019)

"신이시여, 이 사람을 제게 주소서." 신은 없다? 또는 신은 이런 소원은 들어주지 않는다? 가정주부인 사사모토 사와(우에토 아야)와 생물학자인 기타노 유이치로(사이토 타쿠미)는 그들이 말하는 사랑에 빠진다. 사회적으로는 불륜이라 하는. 영화의 시작은 그들이 더 이상 만나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헤어진 상태에서 시작이 된다. 사와는 이혼을 하고 도쿄를 떠나 미하마라는 바닷가 마을로 가고, 우연히 이 곳에서 강연을 하게 된 기타노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불륜도 불륜이지만, 등장인물들 저마다의 심리세계가 더 마음에 와닿는 영화였다. 사와: 한번 배신했던 사람은 다시 배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불완전한 믿음.기타노의 아내: 용서했다고 놓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버리지 못하는 미..

무비리뷰 2020.10.29

구병모 <네 이웃의 식탁>

서울 근교의 실험공동주택. 전세난과 저출산에 대한 일종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전원주택.입주 조건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42세 이하의 부부로, 맞벌이는 안되며, 아이를 세 명 낳는 것이 입주 유지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입주하여, 모인 네 가족의 이야기. 외떨어진 곳에 아직은 입주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의 관여와 잡음이 시작될지.내 의지와 생활과는 무관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무리 생활.결과의 반전 같은 것은 기대되지도, 일어나지도 않았지만...그냥 술술 읽히는, 그러면서 건조하고 답답한. 어줍잖은 정책으로는 희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출산을 전제로 한 삶의 구속. 의도치 않은 육아의 독박. 닫힌 공간에서의 필요 없는..

북리뷰/문학반 2020.10.29

하노 벡 <부자들의 생각법>

책의 원제는 Geld denkt nicht이다. 즉, '돈은 생각하지 않는다'이다. 이라는 조금은 상술적인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으나, 책 자체는 너무 너무 좋다.중고책으로 구매를 했는데, 새 책으로 한 권을 더 사야겠다. 내 아이들이 조금 더 컸을 때 꼭 읽게 하고 싶은 책이다. (가끔은 너무 좋은 책인데, 절판이 되어 중고로도 구입이 어려운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개정판이 혹시라도 나오면? 또 산다.ㅎㅎㅎ) 여기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건 참 어렵다. 쉽게 풀어 쓰는 이론에 덧붙여 이해하기 쉽게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까지 옮기기에는 책을 통째로 붙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때문이다.사실은 혼자서만 알고 싶은 얘기들도 많다. 그러나 같이 성장해야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북리뷰/경제반 2020.10.28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F. Nietzsche (1844~1900) 철학서인 이 책을 비문학으로 분류할까하다가, 독일에서도 문학적인 가치로 인해 세계문학파트에서 이 책이 출간되고 있다고 하여 문학으로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하긴 위 사진의 민음사에서도 세계문학전집에 속해 있기는 하다. "나는 마키아벨리보다 훨씬 더 나쁜, 악한 책 한 권을 쓰겠다" 중에서. 세상에는 진짜보다 우상들이 더 많다. 이것이 이 세계에 대한 나의 '사악한 시선'이자 나의 '사악한 귀'이다. 여기서 한번 망치를 들고서 의문을 제기해 본다. 중에서. 내 말을 믿어라. 실존의 가장 커다란 결실과 향락을 수확하기 위한 비결은 "위험하게 사는 것"이다. 중에서.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보여주듯이, 니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페르시아 현자인 조로아스터교의..

북리뷰/문학반 2020.10.28

한계? 한계!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요즘처럼 제대로 느껴진 적도 없는 듯하다. 분명 꽂히는 느낌들이 있는데, 뭐라고 표현해야 될 지를 모르겠다. 분명 이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 내 말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말을 하면서도 '이런 의도의 말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 말조차도 길을 잃는다. 무안해진다. 그리고 한심해진다. 글도 그렇다. 무언가를 정리하기 위해서 노트에 휘갈겨 놓은 메모들을 보면서, 이걸 왜 이렇게 써놨지? 분명 그것을 써 놓을 당시만 해도, 나름의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끄적임이었는데. 그것을 다시 보는 순간에는 이미 빛을 잃었다. 갈 길도 잃었다. 매순간 리셋되는 듯한 기분. 잘 가고는 있는 것인가. 가을이 물..

끄적끄적 2020.10.28

내 마음을 벗어난 시간(2017)

포스터만 보고 무작정 클릭을 해서 보게 된 영화.이게 뭐지 이게 뭐야...세번이나 끊어서 이틀 동안 보면서도 집어던지지 못한 영화. 영화관처럼 편한 의자에 앉아서 봤다면 졸다가 놓쳐버렸을 영화.영화의 끝에서도 이게 뭐야? 이랬던 영화. 한나절을 보내고 나서야...겨우 이거였구나...이거였어...를 외치게 하는 영화. 인간 스스로가 짠해지는 영화. 조지 해몬드(리처드 기어)는 아무도 살지 않는 어떤 빈집의 욕조에서 깨어나게 된다. 인테리어를 하러 온 것인지 철거를 하러 온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 집에 일하러 오게 된 사람들에 의해서 반강제적으로. 해몬드는 눈을 뜨면서부터 실라라는 여자를 찾지만 그녀는 영화의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해몬드는 수년전부터 노숙자의 생활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현..

무비리뷰 2020.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