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25

[시] [무구함과 소보로] 임지은 시집

임지은 2019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50 느낌의 문제 느낌은 내 앞에 남자처럼 앉아 있다 할 말이 있다는 듯 오른손 위에 왼손을 올리고 느낌이 말하고 움직이는 걸 본다 느낌에게 잘 보이고 싶어 목이 마르다 느낌은 컵에 담긴 물보다 차갑다 느리다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맛이다 느낌은 하얀 탁자 위에 물을 엎질렀다 물이 탁자를 적시는 동안 느낌은 더욱 진해졌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거리를 까맣게 물들였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이 전부인 거리를 걸어갔을 뿐인데 이 시간에 아직 문 연 가게가 있어요,라며 들어왔을 뿐인데 물 한 잔이 우리 앞에 놓였고 우리를 적셨고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을 뿐인데 아마 이 느낌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p. 62~63 궁금 나무 궁금함은 나뭇가..

북리뷰/문학반 2022.03.05

[시] [찬란] 이병률 시집

이병률 2010 시집에서 남기고 싶은 시 p. 9~11 기억의 집 기억을 끌어다 놓았으니 산이 되겠지 바위산이 되겠지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산을 파내어 동굴을 만들고 기둥을 받쳐 깊숙한 움을 만들어 기억에게 중얼중억 말을 걸다 보면 걸다 보면 시월과 십일월 사이 누구나 여기 들어와 살면 누구나 귀신인 것처럼 아늑하겠지 철새들은 동굴 입구를 지키고 집이 하나로는 영 좁고 모자란 나는 해가 밝으면 동굴을 파고 파고 그러면 기억은 자꾸자꾸 몰려와 따뜻해지겠지 그 집은 실뭉치 같기고 하고 모자 같기도 하며 어쩌면 심장 속 같기도 하여서 겁먹은 채고 손을 푹 하고 찔러 넣으면 보드랍고 따스한 온기가 잡혀와 아찔해진 마음은 곧 남이 되겠다고 남이 되겠다고 돌처럼 굳기도 하겠지 그 집은 오래된 약속 같아 들여다보고 ..

북리뷰/문학반 2022.03.03

[가창 맛집] [당구대통철판삼겹살] 맛은 기본, 불 쇼는 덤!

가창 맛집, 당구대통철판삼겹살 이곳은 일단 가게안이 넓기도 하지만, 테이블마다 간격이 워낙 넓고, 가게 앞뒤로 큰 창문들로 환기가 이뤄지고 있어서, 이 시기에도 안심하고 방문하는 곳이다. 가게 이름처럼, 테이블이 당구대 다이처럼 생겼고, 그 만큼 크다. 고기 자체도 워낙 맛이 좋지만, 직접 앞에서 구워서 불쇼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처음 방문했을 때, 불쇼에 정신없이 빠져서 머리카락을 태울 뻔한 웃지 못할 기억도 있다. 불쇼 동영상에서 소리지르는 아이들은, 이제 막 도착한 건너편 옆테이블의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이것도 익숙해졌는지, 불을 피해 뒤쪽으로 물러나 있다. 나만 좋아할 뿐이다. ^^ 마무리는 역시나 철판볶음밥. 동영상을 너무 늦게 찍기 시작해서 뭔가 어설퍼 보이지만, 맛은 끝..

끄적끄적 2022.03.02

[추천도서]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Think and grow Rich] 나폴레온 힐 , 부와 성공의 원칙

추천도서 나폴레온 힐 부와 성공의 원칙 ★★★★★ 올해(2022년) 계획 중에 하나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책(동시에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물려줄 책) 100권을 선정해서 반복해서 읽는 것이다. 사고와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책들로만 구성하려고 한다. 문학작품은 제외되어 있다. 나폴레온 힐 가 그 두 번째 책이다. p. 31, 32 기회는 이렇듯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기회는 뒷문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교활한 면이 있다. 때로는 불운의 가면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잠깐의 좌절이라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알아보지 못하곤 한다. 반스는 자신이 에디슨이라는 거물과 동업자가 될 수 있다고 진정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부를 일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소망을 알고, 또..

북리뷰/경제반 2022.03.02

[시] [내가 모르는 한 사람] 문성해 시집

문성해 2020 유랑: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님 p. 17~18 나의 거룩 이 다섯 평의 방 안에서 콧바람을 일으키며 갈비뼈를 긁어 대며 자는 어린 것들을 보니 생활이 내게로 와서 벽을 이루고 지붕을 이루고 사는 것이 조금은 대견해 보인다 태풍 때면 유리창을 다 쏟아 낼 듯 흔들리는 어수룩한 허공에 창문을 내고 변기를 들이고 방속으로 쐐애 쐐애 흘려 넣을 형광등 빛이 있다는 것과 아침이면 학교로 도서관으로 사마귀 새끼들처럼 대가리를 쳐들며 흩어졌다가 저녁이면 시든 배추처럼 되돌아오는 식구들이 있다는 것도 거룩하다 내 몸이 자꾸만 왜소해지는 대신 어린 몸이 둥싯둥싯 부푸는 것과 바닥날 듯 바닥날 듯 되살아나는 통장잔고도 신기하다 몇 달씩이나 남의 책을 뻔뻔스레 빌릴 수 있는 시립도서관과 두 마리에 칠..

북리뷰/문학반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