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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건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아멜리 노통브 <겨울 여행>

아멜리 노통브 이 소설은 우리에겐 로 더 익숙한 슈베르트의 연가곡집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이다. 는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에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한겨울의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는데, 그 길을 가는 내내 죽음에 대한 상념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이 소설도 비슷한 맥락을 따라간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말이다. 이야기는 비행기를 폭파시킬 계획을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이름은 조일. 뱃속에 있을 때, 부모님은 딸이라는 확신으로 '조에'라는 이름을 골라놨는데, 막상 아들이 나오자 어떻게 해서든 조에의 남성형을 찾고자 하셨고, 그렇게 사전에서 발견된 이름이 '조일'이었다. 무슨 뜻을 가졌는지 찾아보니, 그리스의 소피스트의 이름이었고, 에 대한 혹평으로 군중들에게 돌..

북리뷰/문학반 2021.02.28

사랑은 이런 것이다. 잠시 흔들릴지언정. 카페 벨에포크 (2020)

카페 벨에포크, La belle epoque (2020) 드라마, 코미디, 프랑스, 115분 개봉: 2020. 05 20 감독: 니콜라스 베도스 주연: 다니엘 오떼유(빅토르 역), 기욤 까네(앙투안 역), 도리아 틸리에(마르고 역), 화니 아르당(마리안 역) 빅토르는 신문에 정치인 캐리커쳐를 그리던 만화가였으나, 그 종이신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바뀌게 되자, 하던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그는 기계화된 사회에 그대로 따라가고 싶지 않다. 심지어 핸드폰도 쓰지 않는다. 이런 성향을 이해할 수도 없고, 너무 다른 아내 마리안은 빅토르와 계속 부딪히게 된다. 결국 말다툼이 심해지고 빅토르는 내쫓기게 된다. 사실 마리안에게는 만나는 남자가 있다. 그것도 빅토르를 회사에서 내쫓은 편집장인 프랑..

무비리뷰 2021.02.27

누구에게나 세상을 향한 길은 하나가 아니다. 네이든 (2015)

네이든, X+Y (2015) 드라마, 영국, 111분 개봉: 2015. 06.25 감독: 모건 매튜스 주연: 에이사 버터필드(네이든 역), 샐리 호킨스(줄리 역), 라프 스팰(험프리스 역), 조 양(장메이 역) 빛과 패턴변화에 민감한 자폐증 스펙트럼에 속하는 네이든.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재능이 있는 특별한 아이라는 진단을 받지만, 사회성이나 다른 친밀감은 상당히 떨어진다. 심지어 엄마에게도. 네이든을 유일하게 웃게 만든 사람은 아빠였는데, 교통사고로 아빠의 존재가 사라지고,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수학이다.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네이든은 자신보다 훨씬 상급반에서 마틴 험프리스 선생님에게 수학 수업을 받는다. 마틴 선생님은 다발성 경화증으로 걸음걸이가 이상하지만,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 ..

무비리뷰 2021.02.26

오래된 단상 - 고 2, 영어 과외 시간 그리고 핫초코

고2 때, 영어 과외를 그룹으로 했었다. 남학생 세 명과 나. 선생님이 모의고사 성적으로 직접 그룹을 만든 거라서, 서로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사이들. 남자 애들 셋은 단대부고, 휘문고, 서울고. 다들 각기 다른 학교를 다녔고, 성격도, 하는 행동들도 참으로 다른 애들이었다. 단대부고를 다니던 애는 키가 185보다 조금 더 컸던 거 같은데. 완전 거대 곰과에 속하는. 앞에 서면 아무것도 안 보이게 하는, 그런데 덩치에 견줄 만큼 잘난 척 대마왕이었고. 휘문고를 다니던 애는 키는 180 정도 됐던 거 같은데, 살짝 마르고, 말이 거의 없는 무뚝뚝의 절정. 딱 내스타일?^^ 마지막으로 서울고를 다니던 애는 마냥 천진한 까불이. 과외는 우리 집, 내 방에서 커다란 테이블을 놔두고 했는데. 어늘 날, 휘문고 애..

끄적끄적 2021.02.25

단 하나의 기억만 허락된다면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원더풀 라이프 (2001)

원더풀 라이프 (2001) 드라마, 일본, 118분 개봉: 2001. 12. 08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이우라 아라타(모치즈키 역), 오다 에리카(시오리 사토나카 역), 테레지마 스스무(가와시마 사토루 역) 건물 안으로 한사람씩 들어선다. 이 곳은 죽은 후에 일주일 동안 머물게 되는 곳이다.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저 세상에 가지고 가고 싶은 기억을 한 가지 선택하는 것이다. 단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 한 가지의 기억을 선택해서 다른 세상에 가면, 그 기억의 느낌만 있을 뿐, 다른 기억들은 잊혀지는 것이다. 그들이 선택한 기억은 영화필름처럼 영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 재현한 것을 보고 그 기억이 선명해지는 순간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여러 ..

무비리뷰 2021.02.24

오래된 기억 - 국민학교 5학년, 어느 가을.

나는 국민학교 때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꽤 키가 큰 편이었는데, 그 시기에는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성장을 덜 했을 때라 웬만한 남자애들은 나에게 잘 덤비지(?) 않았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전교생 누구도 나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계기가... 당시 내 짝꿍이었던 아이는 일명 일진. 전교짱이었다. 그러나, 학교 내에서 그 아이가 누구 하나 괴롭히는 걸 보지 못했고, 다만 주위 아이들이 그 아이를 모시는(?) 장면으로 그 아이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을 뿐이었다. 모든 행동들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통해서만 나타났다. 6학년 형들을 제치고 핸드볼부 주장이었던 그 아이는 남자애들 사이에서도 나름 선망의 대상이었다. 겉보기에 괜찮은 외모에, 알 수 없는 파워에... 그러던 어느 날, 학교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다..

끄적끄적 2021.02.24

상처를 극복하는 계기는 생각보다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뷰티풀 프래니 (2016)

뷰티풀 프래니, The Benefactor (2016) 드라마, 미국, 93분 개봉: 2016. 03. 17 감독: 앤드류 렌지 주연: 리차드 기어(프레디 역), 다코타 패닝(올리비아 역), 테오 제임스(루크 역) 보비, 미아, 프래니는 대학 때부터 절친이다. 보비와 미아는 부부가 됐고, 그들에게는 올리비아라는 딸이 있다. 여전히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그들. 프래니는 이제는 성인인 올리비아를 아직도 푸들이라고 부르면서 너무나 이뻐한다. 올리비아가 부모의 곁을 떠나 살기로 하고 짐을 챙기는 동안, 보비, 미아, 프래니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교통사고로 보비와 미아는 그 자리에서 죽고, 프래니만 살아남는다. 영화의 흐름은 5년 뒤부터 시작한다. 좋은 집에 있지만, 프래니의 모습은 의 톰 행크스를 떠오르게 ..

무비리뷰 2021.02.23

기억으로부터, 의심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는가. 미스틱 리버(2003)

미스틱 리버, Mystic River (2003) 범죄, 미국, 137분 개봉: 2003. 12. 05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숀 펜(지미 마컴 역), 팀 로빈스(데이브 보일 역), 케빈 베이컨(숀 디바인 역), 로렌스 피시번(휘트니 파워스 역), 마샤 게이 하든(셀레스트 역), 로라 리니(아나베스 역) 지미 마컴, 숀 디바인, 데이브 보일 이렇게 세 소년은 절친 또는 동네 친구이다. 셋은 거리에서 하키놀이를 하다가 공이 하수구로 들어가 버리자, 다른 무엇을 할까 두리번거린다. 열쇠가 꽂혀있는 차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까?라는 지미의 말에 차를 훔치는 건 아빠한테 혼난다고 숀이 뭐라고 한다. 그러자 지미는 이 정도로도 혼날까? 그러면서 아직 시멘트를 발라 마르지 않은 곳에 자신의 이름을 쓴다..

무비리뷰 2021.02.22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인연이 아닐 수도 있다? 프로포즈 데이 (2010)

프로포즈 데이, Leap Year (2010) 멜로, 로맨스, 미국, 아일랜드, 100분 개봉: 2010. 04. 08 감독: 아넌드 터커 주연: 에이미 아담스(애나 역), 매튜 구드(데클런 역), 아담 스콧(제레미 역) 여주인공 애나는 부동산 중개인을 도와 아파트 연출을 하는 일을 한다. 집을 팔려고 내놓으면 그 안에 예쁘게 인테리어를 해봤다가 집이 매도되면 다시 그 물건들을 수거하는. 그녀에게는 4년 동안 사귀어 온 심장전문의 제레미가 있다. 아직 결혼 약속을 한 것은 아니지만, '데븐포트 아파트'를 같이 신청해놓는다. 매물이 잘 나오지도 않지만, 아무에게나 입주를 허락하지도 않는 곳. 이제는 청혼을 할 거라 생각했던 때, 제레미가 애나에게 선물한 것은 반지가 아니라 귀걸이였다. 그리고 의료학술대회 ..

무비리뷰 2021.02.21

와튼 스쿨 협상 수업, 모리 타헤리포어의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연결의 힘으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와튼스쿨 협상 수업 모리 타헤리포어 p. 36, 38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들로 인해 스스로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 특히 협상을 할 때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낮추고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자신도 모르게 '자기 의심'의 말들을 되뇌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불안하고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모습으로 비치게 마련이다. 내가 늘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려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남들도 당신의 가치를 깎아내립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 40, 41~42 자기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는 말은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존재를 규정하며, 타인이나 세상과 협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가치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