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뷰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두려움 그 이상이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2007)

나에대한열정 2021. 3. 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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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2007)

 

드라마 / 독일, 프랑스, 스페인, 미국 / 146분
개봉: 2007. 03. 22
감독: 톰 티크베어
주연: 벤 위쇼(장바티스트 그르누이 역), 더스틴 호프만(주세페 발디니 역)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생선시장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를 낳은 엄마는 이번 아이가 다섯 번째였는데, 늘 생선 가판대 아래서 혼자 아이를 낳았고, 그동안 네 명이 모두 사산되거나 바로 죽어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고 생선 쓰레기 더미 위에 방치시켜 놓았다. 그런데 아이가 살아있었고,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는 이유는 그 엄마는 처형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장바티스트 그르누이. 아이는 바로 고아원으로 옮겨져 그곳에서 자라게 된다. 그루누이는 아주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어, 모든 사람과 사물의 향을 구별해낸다.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염색공장으로 팔려간다. 그곳에 들어가면 보통 5년을 넘기지 못하는데, 그루누이는 견뎌내고 또 인정을 받아 배달일로 편입이 된다. 배달을 하다가 향에 이끌려 따라가니 향수를 파는 상점이 나온다. 그곳은 요즘 제일 핫한 향수를 파는 곳, 바로 펠리시에의 가게로 최신 제품이 '사랑과 영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뒤돌아서는데, 어디선가 좋은 향이 난다. 정신없이 따라가 보니, 자두를 파는 여인에게서 나는 향기다. 여인의 뒤에서 이상한 남자가 냄새를 맡으며 자기 쪽으로 몸을 기울이니 어떤 여자가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놀라서 소리를 지르니 입을 틀어막는다는 게 그만 죽이고 만다. 죽은 걸 알고 나서도 그녀의 온몸의 향기를 맡는다. 향기에 혼이라도 나간 듯.

 

그러던 어느 날, 한때는 아주 잘 나갔지만, 지금은 손님 하나 없는 향수 가게. 향수 제조사 주세페 발디니의 가게에 가죽을 갖다 주러 간다. 그리고 그루누이는 자기를 제자로 받아달라면서, 그 자리에서 지금 잘 나가는 '사랑과 영혼'을 만들어낸다. 사실 발디니는 그 향수에 들어간 두 가지밖에 정확히 알지 못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루누이가 눈대중으로만 해서 향수를 제조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향수를 하나 더 만들어놓고 간다. 그 향을 맡아본 발디니는 다음날 바로, 염색공장으로 가서 그루누이를 사 온다. 그루누이가 만들어 낸 향수들로 발디니는 예전의 영광이상을 맛보고 있다. 그런데, 그루누이는 그 자두팔던 여인에게서 나던 향을 잊지 못해, 좋은 향기를 병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없겠냐고 물어보지만, 그 방법은 향수의 낙원인 '그라스'에 가야 가능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발디니에게 100개의 향수제조법을 알려주고, 그루누이는 발디니로부터 자유를 얻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루누이가 떠나가는 사람은 바로 죽는다는 것이다. 염색공장으로 팔리자마자, 고아원 원장이 길을 가다 괴한한테 습격을 당했고, 염색공장에서 발디니에게 왔을 때도 염색공장 주인이 죽었고, 발디니를 떠났을 때에도 발디니가 살던 건물이 붕괴돼서 발디니는 죽게 된다.

 

그라스로 향하던 중, 그루누이는 새로운 다른 향에 취하게 된다. 바로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여인. 그 여인을 쫓아가 보니 그 여인의 이름은 로라였고, 그는 계속 그 근처를 배회한다.

 

향수 제조하는 곳에 취직을 한 그루누이는 꽃잎을 증류하는 기계에 여자 시신을 넣어본다. 하지만 그렇게 증류되는 것에서는 그녀의 향기가 살아있지 않다. 그러다, 드디어 여인에게서 향기를 얻어내는 방법을 알아내게 되는데.

 

그리고 그 마을에서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의 시신이 발견된다. 통금을 시행해도 소용이 없다. 모두 머리가 깎인 채, 벌거벗은 모습으로 죽어있는데, 부검을 하니 성폭행의 흔적은 없고... 살인은 계속 일어나는데, 원인도 모르고, 범인도 잡을 수가 없다. 그루누이의 향수는 조금씩 완성이 되어가고......

 

 

자신에게 체취가 없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다. 누구도 자기를 기억하지 않는 게 너무 두려웠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그루누이가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여인(로라)의 향기를 맡는 부분부터 흐르던 음악.

Reinhold Heil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Meeting Laura"

 

원작 소설에서는 마지막 장면이 나를 당황하게 해서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미 결론을 알고 있어서였는지 아님 영화에서는 이미 그 전의 영상들로부터 길을 잃은 건지, 오히려 결말에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계속 장면 장면이 떠오르는.

 

자신에게 체취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그로 인해 자신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두려워했던 그루누이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두려움으로 시작된 욕망은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다. 오로지 그것만을 향해 간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도 무언가에 불편하거나 불안함을 느끼게 되면 같은 실수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 우리 내면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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