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문학반 158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 마>

태어나게 된 이유 자체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장기를 주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그렇게 죽어가는 것이라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부품과 같은 존재로서의 인간.그런 존재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의 제한된 삶, 알고 나서 느끼게 될 두려움. 그래도 '하나의 생명으로, 인간으로' 태어난 것인데... 생명의 우열에 대하여, 무엇이 옳고 그른 것 인지에 대하여, 인간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기적 발현들에 대하여, 혹시나 이런 상황이 생길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하여...너무 많은 것을 품어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p. 30~31상대가 자기가 만든 물건들, 그리고 자기가 상대가 만든 물건을 사적인 보물로 삼는 일이 어떻게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헤일셤에서 어떤 대접을 ..

북리뷰/문학반 2020.11.14

손원평 <프리즘>

이 소설에는 네 명의 주요 인물이 있다. 예진, 도원, 호계, 재인.드라마처럼 현실에서 우연(?)으로 엮이어 있는 관계.그렇지만 하나하나의 상황들이 흔하지 않더라도 분명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그래서 잘읽히지만, 그래서 조금은 불편하고 아쉬운. p. 48결국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을 거다. 대개의 경우, 시작은 다르지만 과정은 비슷하고 결과는 언제나 똑같은 법이니까. p. 118심심함과 외로움의 차이는 뭘까.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인가.짧고 긺의 차이인가. 깊고 얕음의 차이인가. 그렇다면 역시 나는 깊이가 없는 사람인걸까. 아니면 쉽게 마음을 작동시켜버리는 가벼운 사람인가. 그러나 결코 심심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분명히, 정말로, 확실히 그렇다. 예진은 다짐하듯 생각해보지만 그럼에도 마..

북리뷰/문학반 2020.11.13

구병모 <네 이웃의 식탁>

서울 근교의 실험공동주택. 전세난과 저출산에 대한 일종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소규모 전원주택.입주 조건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42세 이하의 부부로, 맞벌이는 안되며, 아이를 세 명 낳는 것이 입주 유지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입주하여, 모인 네 가족의 이야기. 외떨어진 곳에 아직은 입주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의 관여와 잡음이 시작될지.내 의지와 생활과는 무관하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무리 생활.결과의 반전 같은 것은 기대되지도, 일어나지도 않았지만...그냥 술술 읽히는, 그러면서 건조하고 답답한. 어줍잖은 정책으로는 희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는 것이다.출산을 전제로 한 삶의 구속. 의도치 않은 육아의 독박. 닫힌 공간에서의 필요 없는..

북리뷰/문학반 2020.10.29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F. Nietzsche (1844~1900) 철학서인 이 책을 비문학으로 분류할까하다가, 독일에서도 문학적인 가치로 인해 세계문학파트에서 이 책이 출간되고 있다고 하여 문학으로 포스팅을 하기로 했다. 하긴 위 사진의 민음사에서도 세계문학전집에 속해 있기는 하다. "나는 마키아벨리보다 훨씬 더 나쁜, 악한 책 한 권을 쓰겠다" 중에서. 세상에는 진짜보다 우상들이 더 많다. 이것이 이 세계에 대한 나의 '사악한 시선'이자 나의 '사악한 귀'이다. 여기서 한번 망치를 들고서 의문을 제기해 본다. 중에서. 내 말을 믿어라. 실존의 가장 커다란 결실과 향락을 수확하기 위한 비결은 "위험하게 사는 것"이다. 중에서.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보여주듯이, 니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페르시아 현자인 조로아스터교의..

북리뷰/문학반 2020.10.28

박노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너무나 애정하는 시집 중에 한 권.좋은 시가 너무나 많이 실려 있지만, 그 중에 몇 편만... 한계선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더는 나아갈 수 없다 돌아서고 싶을 때고개 들어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라 여기서 돌아서면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너는 도망치게 되리라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고스스로 그어버린 그 한계선이평생 너의 한계가 되고 말리라 옳은 일을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그만 금을 긋고 돌아서고 싶을 때묵묵히 황무지를 갈아가는 일소처럼 꾸역꾸역 너의 지경을 넓혀가라. 스스로 설정해 놓은 무언가에 갇힐 때가 있었다. 하물며 왜 답답한지도 모르고 있었던 그런 때. 그때 만났던 글귀가 바로 이 이라는 시였다. 그제서야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었는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남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

북리뷰/문학반 2020.10.15

정현종 <비스듬히>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고도 했을마음이 오늘 것이다 _ 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에 실려있는 '방문객'이라는 시를 처음 봤을 때, 어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기 시작할 때, 적어도 이런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면 더 잔잔한 만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쉽게 판단하지 않지 않을까. 아쉬운 시간들이 슬쩍 뇌리 속을 스쳐갔다. 그 여파였는지, 라는 시선집이 나왔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이번에는 무엇이 나를 설레게 할까. 여전히 시인의 시집에는 자필 흔적과 사진..

북리뷰/문학반 2020.10.15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루이즈라는 보모가 아이 두 명을 살해하고, 그 칼로 자기 손목과 목을 그었지만 의식불명상태로 병원에 있다. 그렇게 편안하지 않은 이야기지만, 어쩌면 평범한(?) 이야기로 글은 시작된다. 아이가 죽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고...오늘 어머니가 죽었다. 까뮈의 의 첫 문장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이방인의 뫼르소가 느끼는 것처럼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지 않다. 그냥 상황만 던져놨을 뿐. 모든 것은 읽는 이의 몫이다. 그래서 읽는 이에 따라, 가여운 여인의 하찮은 인생이 빚어내는 단만극으로 처리될 수도 있고... 인생의 공포와 두려움이 만들어 내는 선택의 삶이 누구나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그러나 반복할 수 없는 삶이기에, 만약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애절한 질문들의 반복속에서 한참을 서성거리게 될 ..

북리뷰/문학반 2020.10.01

아멜리 노통브 <푸른 수염>

의 작가, 최근에는 섹시한 안젤리나 졸리가 제대로 멋지게 나온 의 원작자...샤를 페로!!!그의 이라는 동화에서 이야기를 끌어와 아멜리 노통브다운 그녀의 화법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심각한 상황에서 소리내어 웃게 되는 책. 핑퐁게임처럼 주고받는 대화가 황당한데 재미있다.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불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게 만든다. 그녀와 대화해보고 싶다!!! 돈 엘레미리오(44세)는 에스파냐 귀족으로 20년째 집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 파리7구에 호화로운 저택에 살면서 월세광고를 내고, 그 기간동안 8명의 여자가 들어갔으나 모두 다 사라졌다. 그리고 또 새로운 광고가 났고...그 지원자들 중 돈 엘레미리오가 선택한 여자, 사르튀닌...25세의 루브르 미술학교의 보조교사이다. 저렴한 월..

북리뷰/문학반 2020.09.30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1960년대의 런던.해리엇과 데이비드는 직장파티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둘 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는 어울리지 않는, 보수적이고 답답한 인물들. 그러나 무엇도 짝이 있다고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게 되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가정에 대한 가치관, 무엇보다 아이는 많이!!!그래서 원하게 된 집이 그들의 소득으로는 어림도 없는 큰 집(빅토리아풍 대저택)이었고, 결국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시작을 한다. 그리고 그 대저택에 꽉꽉 채울 아이들을 계획도 없이 낳게 되는데...다섯째 아이를 갖고, 낳게 되면서...이 집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평범하지 않은 다섯째 아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과연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등장하는 어떤 인물에도 공감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비..

북리뷰/문학반 2020.09.29

조지 오웰 <1984>

"자유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면, 남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그들에게 할 권리일 것이다." 이 말은 조지오웰이 의 미발표 서문에 썼던 표현이다. 정말 이 남자다운 표현이다. 에릭 아서 블레어가 본명인 조지 오웰은 명문 이튼스쿨에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되나, 당시 제국주의자를 양성하는 풍조로 되어있던 학교에 염증을 느끼고 학업에 소월해진다.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의 올더스 헉슬리가 당시 프랑스어 선생님이었는데, 헉슬리 역시 이 학교의 성향에 적응 못하는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이런 서로를 알아보았다면 어땠을까?) 조지 오웰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의 경찰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인간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에 가책을 느낀 작가는 자신에게 보장된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빈민의 삶을 ..

북리뷰/문학반 202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