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문학반 15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숲 속의 생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사진은 185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 디자인으로 '더스토리'에서 출판된 책과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으로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이다. 이 작품은 데이비드 소로가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초가을에 이르기까지 2년 2개월 2일간 '월든' 호숫가에서 지낸 생활과 그때의 생각들을 기록한 글이다. 그곳에 들어가서 생활하기 전에, 도끼 한 자루만 가지고 나무를 베어 직접 오두막을 짓는다. 가구들도 간단한 것들은 만들고, 살림살이도 아주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사다 놓는다. 그리고 직접 밭에서 작물들을 키우고, 빵을 만들고, 물고기를 잡아서 식사를 해결한다. 그리고 정확히 생활을 하는데 얼마의 비용이 들어갔는지 숫자로 가계부처럼 써놓는다. 그러면서 근대문명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실험하게 된..

북리뷰/문학반 2021.03.17

겨울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건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아멜리 노통브 <겨울 여행>

아멜리 노통브 이 소설은 우리에겐 로 더 익숙한 슈베르트의 연가곡집에서 영감을 얻은 제목이다. 는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에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한겨울의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나는데, 그 길을 가는 내내 죽음에 대한 상념들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다. 이 소설도 비슷한 맥락을 따라간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말이다. 이야기는 비행기를 폭파시킬 계획을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이름은 조일. 뱃속에 있을 때, 부모님은 딸이라는 확신으로 '조에'라는 이름을 골라놨는데, 막상 아들이 나오자 어떻게 해서든 조에의 남성형을 찾고자 하셨고, 그렇게 사전에서 발견된 이름이 '조일'이었다. 무슨 뜻을 가졌는지 찾아보니, 그리스의 소피스트의 이름이었고, 에 대한 혹평으로 군중들에게 돌..

북리뷰/문학반 2021.02.28

아멜리 노통브 <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1999년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자전적인 소설이다. 언제나 그녀의 작품은 주고받는 대화 속에 모든 매력을 담고 있다. 그래서 직접 읽어봐야, 왜 노토니엥(노통브의 추종자)들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때는 1990년. 일본에 있는 유미모토라는 회사(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에, 22살의 벨기에 여성인 아멜리가 1년 계약으로 일을 하러 온다. 그녀가 이 회사에 온 것은 통역을 담당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첫 출근날, 그녀에게 맡겨진 일은 아담 존슨이라는 사람에게 부서장 사이토 씨가 골프 초대를 수락한다는 내용의 영문편지를 써야 하는 것. 그녀는 편지를 써서 사이토 씨에게 가져가지만 다시 하라며 찢어버리는 것이다. 이유는 말해주지도 않고. 그리고 아담 존슨..

북리뷰/문학반 2021.02.05

레오 페루츠 <스웨덴 기사>

레오 페루츠 p. 15이제부터 스웨덴 기사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이것은 1704년 초의 몹시 추운 겨울 날, 농가의 헛간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오폴레에서부터 눈 덮인 슐레지엔 지방을 거쳐 폴란드까지의 오랜 여정을 함께했다. 그리고 1장은 이렇게 시작된다.p. 17 낮 동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몸을 숨겼던 두 사람은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은신처를 나와 숲길을 걸었다. 나무가 그리 빽빽한 숲은 아니었다. 그들이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사람은 장터를 떠돌며 닥치는 대로 훔치다가 붙잡혀 교수형 당하기 직전에 도망친 도둑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탈영병이었다. 도둑은 이름 없는 도둑이었고, 그는 지금 주교의 지옥으로 가는 ..

북리뷰/문학반 2021.01.12

콜슨 화이트헤드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콜슨 화이트헤드는 1969년 미국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이미 로 2017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2019년에 발표한 이 2020 퓰리처상을 다시 수상하여,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의 더블 수상자가 되었다. 100년의 역사 가운데 두 번 수상한 작가는 부스 타킹턴(1919, 1922), 윌리엄 포크너(1954, 1962), 존 업다이크(1982, 1991) 이렇게 세 명 뿐이었고, 콜슨 화이트헤드가 네 번째이다. 이 소설은 착실하게 살아가는 고등학생 엘우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가 대학무료강의를 들으러 가는 길에 얻어탄 차량이 절도차량이었고, 그 죄목을 어이없이 뒤집어쓰면서 니클에 가게 된다.그리고 그 곳에서 있었던 일과 그곳을 나오는 이야기, 그리고 뒤이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 짐 크로법(..

북리뷰/문학반 2020.12.30

위화 <허삼관 매혈기>

위화 허삼관은 성안의 생사(生絲)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이다. 어느 날, 몸이 건강한 사람은 다 피를 판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더욱이 피를 팔고 받는 돈은 반년을 꼬박 일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란다. 이에 허삼관은 방씨와 근룡이와 함께 피를 팔게 된다. p. 32~33"어이 삼관이, 자에 피 팔아 본 돈 어떻게 쓸지 생각해봤나?""아직 안 해봤는데요. 오늘에서야 피땀 흘려 번 돈이 어떤 건지를 안 셈이죠. 제가 공장에서 일해 번 동능 땀으로 번 돈이고, 오늘 번 돈은 피 흘려 번 돈이잖아요. 피 흘려 본 돈을 함부로 쓸 수는 없지요. 반드시 큰일에 써야죠." 큰 일, 허삼관은 여자를 얻어 장가가는데 이 돈을 쓴다.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는 두 명, 한 명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임분방..

북리뷰/문학반 2020.12.27

모드 쥘리앵 <완벽한 아이>

모드 쥘리앵 책 앞부분에 김영하씨의 추천사가 있다. 그 끝부분에 "그 어떤 출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갇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쓰여있다. 난 솔직히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추천하고 싶지 않다. 책중간부터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 작가의 실화라는데...이 작가는 지금 잘 살고 있다는데...그건 읽는 난 너무 너무힘들다. 내게 일어난 일도 아니고, 내가 겪을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온 몸으로 느껴지는 이 고통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되짚어 보는 게 괜찮았을까, 속에 가둬 두고 살았던 이 마음들을 쏟아부어서 스스로에게는 무언가 위안이 됐을까. 모르겠다. 말 못하는 동물로부터..

북리뷰/문학반 2020.12.24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나는 일명 연예인들이 내놓는 책은 읽지 않는다. 일종의 편견과 선입견이 한몫하고 있겠지만, 세상에 읽어야 하고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그들의 책을 본다는 게 그닥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장기하씨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었다. 처음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들었을 때, 노래 부르는 사람을 한참 들여다봤던 기억이 난다. 저 사람 뭐지? 저 노래는 뭐지? 그 사람의 프로필을 뒤로하고라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조금은 궁금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책이 나왔단다. 읽고 던지더라도 한번 펴보고 싶었다. 소장하지는 않을 것이니 읽고 던지는 것은 맞으나, 한번쯤 대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맞다. p. 26술에 취한다는 건 결국 그냥 좀 멍청해지는 것이다. 그 이상..

북리뷰/문학반 2020.12.21

오라시오 키로가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오라시오 키로가 오라시오 키로가(1878~1937)는 우루과이 소설가이다.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이자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라고 하는데, 사실 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작가였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정보없이 그냥 제목에 이끌려 일단 읽기 시작했는데, 단편 하나를 읽었을 때는 "뭐 그럴 수 있지." 다시 다른 거 하나를 읽었을 때는 "잘못택했다"였다. 영화도 스릴러나 공포는 잘 보지 않는데, 이 단편들은 뭐라고 할까. 소설속에 표현되는 장면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 생각이 반복되어 움찔하게 만든다. 그런데 다른 단편 제목들을 보고 그것들의 내용마저 궁금해지게 한다. 내 취향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15편의 단편과 부록으로 3편을 더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집은 사랑,..

북리뷰/문학반 2020.12.20

이금이 <허구의 삶>

이금이 '경일703'이라는 동창회 밴드에 초대장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동창회밴드라서 대부분 실명을 썼지만, 그 글을 올린 사람은 '여행자'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었고, 그 초대장은 다름 아닌 '부고장'이었다. 추억 한줌씩 가지고 자신의 장례식장에 오라는. 그 글을 쓴 사람은 '허구'였고, 그 글을 여행자라는 닉네임으로 올린 사람은 '지상만'이었다. 물론 그 아이디는 허구의 아이디였고.'경일 703'은 제천의 경일고등학교 7회졸업생으로 3반이었던 친구들의 모임이다. 허구는 2학년 때 서울에서 전학을 왔고, 이름때문에 뻥쟁이라는 별명과 물주를 담당해서 호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친구였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지상만은 허구의 똘마니로 저장되어 있었다. 부모가 없이 외삼촌 집에서 일을 거들며 살던 상만이는 허구의..

북리뷰/문학반 2020.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