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문학반 155

아멜리 노통브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의 1992년 데뷔작. 스물두권의 소설을 내놓은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 83세의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지만, 비만에 몸도 건강하지 않고 세상에 모습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암에 걸려 두달뒤쯤 사망하게 될 거라는 소문이 돌면서 전세계 기자들이 몰려들게 되나 소수의 기자들에게만 인터뷰가 허락되게 된다. 그가 걸린 병은, 한 세기 전에 '강간 및 살인죄로 감옥살이를 하던 여남은 죄수들'에게서 그 증세가 발견된 뒤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이라는데... 타슈는 다섯명의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마지막 한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타슈의 미완성 작품 의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p. 65사심없는 친절의 본질은 알아보기 힘들다든가 알아볼 수 없다든가 보이지 않는다든..

북리뷰/문학반 2020.09.26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

188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원서인척하는 한글판! ^^ 읽는 중간중간...오스카 와일드의 이 생각났다. 내가 한 행동인 것을 아무도 모른다면? 내 얼굴에 내가 한 행위의 결과들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무슨 행동이든 할 수 있을까......뜬금없이 은 언제 발표했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1891년! 산업혁명이후 빅토리아 시기의 영국은 경제적 부흥에 이은 겉치레와 체면존중, 도덕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가, 19세기 후반에는 가치관의 쇠퇴로 퇴폐의 시기에 접어든다. 이런것들이 문학속에 그대로 드러나니 어찌 괜찮은 작가의 작품들이 쏟아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p. 112내가 지금의 이 모습이 된 것은 특별한 타락때문이라기보다 이처럼 높은 지위를 열망하는 나의 본성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북리뷰/문학반 2020.09.26

히라노 게이치로 <마티네의 끝에서>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가... '마티네'는 불어의 matin(마탱);오전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연극이나 음악회의 낮공연을 가르키는 예술경영용어이다.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마키노 사토시, 프랑스 RFT통신의 기자인 고미네 요코...약혼자가 있던 요코와 사랑하게 된 마키노. 그러나 그 둘의 사랑은... 인생에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사살을 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그것이 내게 아주 깊은 상흔으로 남을지언정. 잃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잃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그게 현실이 되면, 알면서도 피하고 싶고, 외면하게 되는 것이 또한 인간의 마음인듯하다. 언제나 선택에 대한 판단..

북리뷰/문학반 2020.09.26

김진영의 애도일기 <아침의 피아노>

키케로의 표현처럼 인생이 갑자기 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에 걸쳐 소멸되어간다 할지라도, 병으로 인해 알 수 없는 순간에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면 그 느낌은 '갑자기'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과 더불어 참 괜찮은 존재, 참 행복한 존재의 사그러짐을 끌어안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슬프지만 따듯했다. p. 25나는 이 잘 웃는 여자를 떠날 수 있을까. p. 44뜻없는 것들에게도 소리가 있고, 그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한다. 바람 부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사람의 마음도 본래 아무뜻없이 제 갈곳으로 흐르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그 마음안에 그토록 많은 뜻과 의미를 품고 담아 사람도 세상도 그토록 시끄러운 걸까. p. 51흐른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

북리뷰/문학반 2020.09.26

이언 매큐언 <이런 사랑>

과학저널리스트 '조'와 그의 여자친구 '클라리사'는 피크닉을 간다. 행복한 시작의 순간에 누군가의 비명소리와 함께 돌풍에 중심을 잃은 열기구가 떠있는게 보이고...근처에 있던 여러명이 그곳으로 달려가 열기구의 로프들에 매달린다. 물론 '조'도. 열기구 안에는 어린아이가 있었고, 이 아이를 살리고자 모두 안간힘을 쓰지만, 누군가 먼저 로프를 놓게되자 한명씩 모두 놓아버린다. 단 한명, 존 로건만 제외하고. 끝까지 매달려있던 그는 결국 견디지 못하게 추락하게 되는데... 이 사건으로 인하여 '조'에게는 삶의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고. 원제는 이다. 영원히 지속적인 사랑이라는게 가능할까. 이기적인 인간에게...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사랑하..

북리뷰/문학반 2020.09.26